주임신부님 강론
2021년 1월 14일 연중 제1주간 목요일
- 등록일
- 2021-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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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미 예수님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나병 환자를 치유해주신 기적을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치유해주신 뒤 “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라고 당부를 하십니다.
복음을 묵상하면서 왜 이런 말씀을 하셨는지를 궁금해졌습니다. 이전에도 기적을 행하시면서 이러한 말씀을 하셨음에도 크게 관심을 갖지 못했는데 왜 굳이 이 말씀을 하시며 그 사람을 보내셨는지를 묻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생각들이 제 머리를 스쳤습니다. ‘발설하면 은총이 증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러셨을까?‘, ‘발설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향해 달려들 것을 염려하셨기 때문일까?‘라는 발칙한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것은 저에게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독서의 말씀에서 인용되고, 화답송에서도 노래하였던 시편 95편의 말씀이 답을 주신다고 느껴졌습니다. 이집트에서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이 므리바(불평, 불만이라는 의미)와 마싸(유혹, 시험이라는 의미)에서 하느님께 반항을 했던 사건을 통해 나병 환자를 치유하신 뒤 당부하셨던 말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작은 답을 찾은 것 같았습니다.
바로 이스라엘 민족이 노예의 삶에서 해방되어 광야를 유랑하게 되었을 때, 그 해방에 감사하는 마음은 곧 식어버리고 불평과 불만만 늘어놓고, 유혹과 시험에 쉽게 빠져버렸던 모습처럼 될 것을 걱정하셨기 때문이라 느껴졌습니다.
곧 치유 받았던 사람 또한 감사의 마음은 금세 식어버리고, 타인에게 떠벌리는 과정 중에 자신이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인 양 스스로를 높이면서 자신도 모르게 겸손의 덕은 사라지고, 오히려 불평과 불만만 늘어놓고, 유혹과 시험에 쉽게 휩쓸리게 될 것을 걱정하셨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하신 것 같았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독서의 말씀과 화답송에 언급되어 있는 ‘오늘’이라는 말씀으로 감사의 마음을 다시 일으키고, 겸손의 덕을 다시 채우는 때라고 말씀하시는 듯 합니다. 잊혀진 감사를 회복하고, 한없이 높아지고만 싶은 유혹에서 내려와 주님과 눈을 맞추자고 하시는 듯 합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의 ‘므리바’와 ‘마싸’에서 벗어나 주님의 은총에 감사하는 자리와 그분 앞에 용서받은 죄인에 불과한 우리 자신에 불과한 존재라는 겸손의 자리로 다시 발길을 옮기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너무나 쉽게 채워지는 불평과 불만, 저항할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오히려 휩쓸려 버리는 유혹과 시험에 오늘 말씀으로 대항하면서 ‘오늘’ 다시 주님의 사람다운 모습으로 회복되도록 출발하는 우리 본당의 모든 분들이 되시길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