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 강론

2020년 12월 29일 성탄팔일 축제 제5일 화요일

등록일
2020-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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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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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미 예수님

 

희망사항이라는 노래를 아시는 분들이 많으실 거라 생각됩니다. 저에게 이 노래는 중학교 2학년을 마무리하던 겨울방학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때, 짝사랑했던 친구가 너무나 좋아했던 이 노래는 저의 기억에 남아 그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 때로 저를 데려가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여러분들께서도 저와 비슷한 느낌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각자마다 어떤 기억을 소환하는 노래, 또는 장면, 또는 글과 같은 것들이 있을 것이며, 그것들이 우리를 그 추억의 순간을 새롭게 만나도록 이끌어주는 것 같습니다.

 

곧 흐르는 시간 안에 노래와 장면, 그리고 글귀 등을 통해 기억이 저장되어 그것으로 우리를 깨우는 듯 합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의 시메온이라는 인물이 그저 하염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의미를 담아주는 사람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그 또한 자신의 시간에 의미를 담고 살아가면서, 다른 이들에게도 의미없이 흘러가버릴 수 있는 시간에 의미를 담아주었던 분이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곧 율법에 따라 행해야 하는 너무나 일상적인 봉헌 예식에, 다른 이들과 별다를 것 없이 이루어졌던 정결례 안에 의미를 담아주고 그 의미를 생각과 마음, 그리고 영혼에 담을 수 있도록 이끌어 준 인물이 시메온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 또한 서로가 서로에게 그러한 존재가 되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너무나 무미건조한 하루하루,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오늘이라는 시간 안에 서로가 서로에게 작은 의미를, 작은 기억을 담아주면서 그 의미로, 그 기억으로 작은 미소를 선물할 수 있는 우리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말씀을 묵상하며 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기억을 선물할 수 있는, 좋은 의미를 전할 수 있는 우리 본당의 모든 분들이 되시면 좋겠습니다.

 

작은 노래 하나로, 작은 글 귀 하나로, 작은 사진이나 그림 하나로, 서로에게 의미를 선물하면서 그것을 통해 미래의 작은 미소 하나를 적립해 놓는 우리 모두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