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 강론

2021년 1월 17일 연중 제2주일

등록일
2021-01-17
조회
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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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미 예수님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오심을 기념하였던 성탄시기를 보낸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공생활을 다시 묵상하고자 연중 시기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연중 시기를 시작하는 첫 주일을 시작하면서 독서와 복음 말씀을 통해 우리가 지금 주님을 믿고 따르는 것은 단지 우리가 주님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우리를 부르셨음을 기억하도록 이끕니다.

 

특히 예수님께서 안드레아 사도에게 하셨던 말씀, “와서 보아라.“라는 말씀으로 사도를 초대하였듯이, 당신의 교회로 우리를 초대하셨고, 우리는 그 초대에 응답하였다는 것을 상기시킵니다.

 

그런데 복음을 묵상하면서 와서 보아라.“라고 초대하셨던 곳은 어떤 곳이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곧 당신을 따라오는 이들이 얼떨결에 건넸던 라삐, 어디에 묵고 계십니까?“라는 질문에, 주님께서는 당신께서 머물고 계신 곳으로 함께 가자고 하셨는데, 그곳은 어디였고, 어떤 풍광이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다양한 상상들이 제 머리 속에 드나들었습니다. 갈릴레아 호수가 보이는 아름다우면서도 한적한 작은 오두막도 떠올랐고, 시골의 허름한 집도 생각났으며, 그냥 평범한 시골 단층집도 그려졌습니다.

 

그러다 문득, 얼마 전 읽었던 루카복음 516절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외딴곳으로 물러가 기도하셨다.“

 

그러면서 떠올랐습니다. ‘외딴곳이라는 장소가 우리에게 전하는 의미를 떠올려보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자주 외딴곳으로 가셔서 아버지께 기도하셨습니다. 마르코복음 135절에서도 145절에서도 예수님께서는 외딴곳에 계셨습니다. 루카복음 442절과 516절에도 외딴곳에 머무셨다고 전합니다.

 

게다가 마르코복음 6장에서는 세상에 파견되었다가 예수님께 돌아온 제자들을 향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이러한 의미에서 외딴곳은 예수님께 쉼의 장소이자 하느님과 만나는 곳을 의미한다고 느껴집니다. 그리고 바로 예수님께서 와서 보아라.“라고 초대한 장소가 바로 그 외딴곳을 말하고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집의 모양, 주변의 모습에 신경을 쓰면서 예수님께서 머무셨던 곳의 외적인 부분에 생각이 고정되었는데, 주님께서는 이전에 들려주셨던 말씀, 외딴곳이라는 장소를 떠올리게 하시면서, 그곳이 쉼 안에서 하느님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씀해주신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에게 외딴곳’, 곧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이시며, 우리의 아버지이신 하느님께서 머물고 계신 곳이 어디인지를 물으시는 것 같습니다. “와서 보아라.“라고 말씀하시며 지금 우리를 초대하시고 이끌어주시는 장소가 어디인지를 묻게 됩니다.

 

가난하고 힘겨워하는 이들, 억울함에 울부짖는 이들, 병고에 시달리는 이들 등 고통 속에 아파하는 이들이라는 외딴곳에 주님께서 계실 것이란 생각이 먼저 듭니다.

 

그러나 연중시기를 시작함과 동시에 2021년의 시작점에 있는 오늘, 먼저 가장 가까우면서도 멀다고 느껴지는 외딴곳으로 우리를 초대하시려 제2독서의 말씀을 전하시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몸이 여러분 안에 계시는 성령의 성전임을 모릅니까? 그 성령을 여러분이 하느님에게서 받았고, 또 여러분은 여러분 자신의 것이 아님을 모릅니까? 하느님께서 값을 치르고 여러분을 속량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의 몸으로 하느님을 영광스럽게 하십시오.“

 

사실 너무나 신경 쓸 것이 많아서 그런지 나 자신에게 신경 쓸 겨를이 별로 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나도 모르게 나를 외롭게 하고, 일부러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 자신을 외면하면서 외부에서 일어났고, 일어날 일들에 더 신경을 세우곤 합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 공허함이 밀려들기도 하고, 모든 것이 따분하다고 느껴지기도 하면서 그 공허하고 허망한 자리를 물질적인 것으로 채우려 성령의 성전이 나를 더 외롭고 지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자신이라는 성령의 성전에 이미 머물고 계시면서 와서 보아라.“라고 하시며 그 안으로 초대하시는 말씀에 제1독서의 사무엘 예언자처럼 말씀하십시오 당신의 종이 듣고 있습니다.“라고 응답하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응답을 통해 그동안 의도하진 않았지만 잘 챙기지 못했던 우리의 내면과 영혼에 신경을 쓰면서 그 안을 주님의 성전답게 정화하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특별히 주님께서 머무셨고, 지금도 머물고 계신 외딴곳안에 아름답고 놓여 있는 침묵의 거울에 나 자신을 비추면서 그 거울로 내 안을 정리하고 청소하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