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 강론

2021년 7월 25일 연중 제17주일

등록일
2021-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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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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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미 예수님

 

오늘 복음 말씀은 너무나 유명한 말씀인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만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먹이신 이 기적은 제1독서에서 엘리사 예언자가 이룬 기적을 넘어서는 너무나 놀라운 표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복음의 마지막 구절은 이러한 표징을 보여주신 예수님을 억지로 임금으로 모시려 하는 군중들의 모습을 전하고 있고, 이에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의도와는 다른 군중들의 반응을 피해 산으로 물러가셨습니다.

 

그런데 복음을 묵상하면서 그 기적의 한가운데 있는 군중의 입장에서 오늘 말씀을 바라보면, 군중들의 그 마음, 그 시도가 너무 이해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는 마치 한국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한 장면의 대사와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전쟁의 참상에서 빗겨나 있는 너무나 외진 동막골에 도착한 군인과 인민군은 너무나 평화로운 이 동네의 모습에 의아해 하며 마을의 큰 어른인 촌장에게 이 영도력의 비결을 묻습니다. 이에 촌장은 이런 답을 합니다. “머를 마이 멕여야지,

 

먹고 사는 것이 가장 힘들었던 시대를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빵의 기적은 기초를 마련해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군중들은 기본적인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시는 분이 우리 앞에 있다는 생각으로 나아가게 했다고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는, 인간적으로 예수님을 임금으로 모시려는 군중들의 마음에 깊이 공감하게 합니다. 그분께서 우리의 지도자로 계신다면 적어도 먹고사는 걱정을 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그분을 임금으로 모시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그러나 군중들의 생각을 아셨기에, 그들에게 호통을 지치 않으시고, 그저 혼자 산으로 물러가셨습니다. 그리고 이는 그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 표징이 그들이 바라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전하신다고 느껴집니다.

 

이 표징이 우리에게 전하는 것은 놀라운 일을 하는 존재가 바로 당신이라고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백성을 향한 애끓는 마음과 하느님 안에서 이루는 일치입니다.

 

바로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께서 하신 말씀이 이 안에 담겨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부르실 때에 하나의 희망을 주신 것처럼, 그리스도의 몸도 하나이고 성령도 한 분이십니다. 주님도 한 분이시고 믿음도 하나이며 세례도 하나이고, 만물의 아버지이신 하느님도 한 분이십니다. 그분은 만물 위에, 만물을 통하여, 만물 안에 계십니다.“

 

곧 이 말씀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오늘 기적은 주님께서 마련해주신 하나의 빵을 함께 나누면서, 그 안에 담긴 하느님의 사랑을 함께 채우고, 일치를 위한 조각들을 품고 있는 존재로 우리가 불리고 세워졌음을 전하시는 것임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저 배부르게 하시고자 함이 아니라 그 행위 안에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체감하도록 이끌어주고, 그 사랑의 한 조각을 품은 우리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치로 향해야 한다고 오늘 말씀으로 강조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음을 뜻합니다. 그것은 오늘 복음은 거룩한 성체성사의 상징이라는 사실입니다.

 

바로 성체성사 안에 하느님의 사랑이 온전히 담겨 있고, 그 사랑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완전한 내어줌입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라는 사랑을 우리에게 내어주신 뜻은 일치라는 방향, 곧 하느님께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일치를 우리에게 보여주셨듯이, 같은 빵과 같은 잔을 먹고 마시는 우리 또한 그 일치로 나아가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상황은 어쩌면 같은 빵과 같은 잔을 나누는 일치가 가로막혀버린 상황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우리 안에 채우고, 그리스도의 몸을 나누면서 그분 안에서 이루어야 하는 일치의 문이 닫혀 있는 것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이러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에게 당신의 몸을 모심으로써 얻게 되는 일치만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의 내어줌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시려 하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같은 빵을 모시고, 같은 잔을 마시면서 얻게 되는 일치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의 내어줌에서 시작된다는 것, 곧 그분께서 보여주신 희생과 포기를 통한 내어줌이라는 기초 위에서 시작되었음을 이 침묵과 머뭄의 시간으로 전하시는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그러므로 오병이어의 기적이라는 표징을 만나게 된 우리는 이 표징이 우리에게 성체성사를 안내하고 있음을 바라보는 신앙인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성체성사 안에 담겨 있는 주님의 사랑과 일치를 온전히 받아 안을 수 없는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그 사랑과 일치의 시작인 그분의 희생과 양보를 지금 머물고 있는 자리에서 실천하면서, 곧 다가올 성체와의 만남을 준비하는 우리 본당의 모든 분들이 되시길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