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제13회 천주교 삶의향기 공모전 수상작 소개
- 등록일
- 202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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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교구에서 진행하는 제 13회 천주교 삶의향기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우리성당의 주예은 스텔라 자매님의 글을 소개드립니다.
작은 마음으로 피어난 평화
주예은 스텔라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초등학교 4학년이던 나는 학교 진로체험 숙제로 수녀원을 찾아갔다. 친구들이 경찰관, 요리사, 선생님을 만나러 갈 때, 나는 성가소비녀회 수녀원에서 수녀님 체험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 돌아보면 참 신기한 일이다. 어린 내가 무엇이 그렇게 간절해서 스스로 그 길을 선택했을까. 그때의 나는 이유를 길게 설명할 수 없었다. 그저 성당이 좋았고, 수녀님이 좋았고, 예수님 가까이에서 사는 삶이 맑고 따뜻해 보였다.
나는 어려서부터 부모님 덕분에 성당을 집처럼 드나들었다. 성당은 내게 의무의 공간이 아니라 놀이터였고, 쉼터였으며, 마음이 편안해지는 집이었다. 복사와 반주, 성가대, 어린이 미사, 교리, 성지로 떠나는 모든 순간이 즐거움이었다. 새벽미사에 가고 싶어 졸린 부모님을 깨우곤 했다. 미사가 끝나면 함께 순댓국을 먹으며 웃던 시간까지도 내게는 신앙의 일부였다.
이 모든 시간은 결국, 내가 스스로 선택한 신앙이라기보다 사랑 속에서 자연스럽게 길러진 것이었다. 부모님과 신부님, 수녀님, 그리고 공동체의 사랑은 내 영혼을 지켜 준 울타리였다. 내 신앙은 대단한 결심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사랑받는 기쁨을 먼저 배운 기억 위에서 자라났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시달리고 기가 꺾인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는 말씀처럼, 이제 와 생각해 보면 그 모든 시간은 목자 없는 양처럼 흔들리지 않도록 어린 나를 품어 주신 하느님의 방식이었다. 그리고 그 사랑은 내게도 좋은 목자들을 보내 주셨다는 사실로 이어졌다.
그 무렵 내 마음을 가장 깊이 사로잡았던 분은 ‘소화 데레사 성녀’였다. 거대한 업적보다 작은 사랑을 귀히 여긴 사람이다. "사랑을 위해 핀 한 개를 줍는 것이 한 영혼을 회개시킬 수 있습니다."라는 말은 어린 내 마음을 오래 붙들었다. 거창한 일이 아니라 작은 희생과 기도로도 하느님께 가까이 갈 수 있다는 '작은 길'이 와닿았다. 나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평화를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때부터 작은 ‘기도노트’를 만들어 하루를 마치면 예수님께 일기처럼 마음을 들려드렸다. 어린 마음의 기도였지만, 그 안에는 하느님을 향한 신뢰가 담겨 있었다. 그 시절의 나는 이미 무엇이 나를 평화롭게 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마침내 찾아간 ‘수녀원’에서 나는 말 그대로 꿈같은 하루를 보냈다. 수녀복을 입어보고, 수녀님들이 지내는 공간을 직접 둘러보고, 종신서원의 과정을 체험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소피아 수녀님이 빌려주신 종신서원 반지가 내 손가락에 꼭 맞았던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날 일기에는 "수녀님들과 함께한 시간이 너무 행복했다. 내 꿈에 용기를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적었다. 그 안에는 어린아이의 꾸밈없는 기쁨과 감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자라면서 내가 걸어갈 성소에 대한 생각은 조금씩 달라졌다. 어린 시절처럼 수녀님이라는 한 모습만을 꿈꾸지는 않게 되었지만, 하느님께서 내 안에 심어 주신 성소의 씨앗은 다른 방식으로 자라고 있었다. 소화 데레사가 교회의 심장 안에서 사랑이 되고 싶다고 고백했듯, 나 역시 누군가를 살리고 일으키는 사랑의 자리에 머물고 싶은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지금 내가 바라는 삶도 결국 사랑받은 사람이 다시 사랑을 건네는 길로 이어져 있다. 나는 먼저 사랑받았고, 그 사랑이 내 안의 흔들림을 평화로 바꾸어 주었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이라는 말씀 앞에서 나는 다시 어린 날의 나를 떠올린다. 그때의 어린 나는 하느님을 찾아간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먼저 사랑으로 불러 주신 아이였다. 그 모든 순간은 은총의 자리였다. 평화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받는 자리에서 시작된다는 것, 그리고 작은 사랑 하나가 누군가의 마음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그 사랑을 잊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 언젠가 누군가에게도 성당과 같은 울타리와 쉼, 위로가 되어 주는 삶으로. 그리고 하느님께서 내 안에 심어 주신 작은 꽃 한 송이가 사람들 사이에서 평화를 피워 내기를 조용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