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길

(24/03/29) 사제단 - 십자가의 길

등록일
2024-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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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 앞에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 아멘.

 

우리 주 예수님,

저희를 사랑하여 기꺼이 온갖 수난을 받아들이신 주님의 사랑을 묵상하며 이 십자가의 길을 바칩니다. 주님을 믿고 따르는 저희 모두가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모든 어려움 가운데에서 주님의 발자취를 발견하게 하시고, 저희 죄를 뉘우치며 주님의 수난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용기를 주소서. 그리하여 하느님의 자녀다운 사랑의 도구가 되어 이 세상을 거룩하게 하는 흠 없는 제물이 되게 하소서.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1처 예수님께서 사형 선고 받으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빌라도는 '예수님께 죄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축제때마다 군중이 원하는 죄수 하나를 총독이 풀어주는 관례에 따라 예수님을 풀어줄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수석 사제들은 군중들을 구슬려 살인을 저지른 바라빠를 풀어주고 예수님을 사형에 처하라고 청하게 하였습니다. 빌라도는 죄책감을 떨치려 손을 씻고 선과 생명이신 분을 그들의 뜻대로 하라고 넘겨주며, 지도자들에게 선동된 군중들의 폭동에 굴복하였습니다. 그는 통치자의 의무를 저버리고 진실과 정의를 짓밟았습니다. 그로 인해 죄 없으신 예수님은 다수의 무법적 횡포에 희생되셨습니다.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2처 예수님께서 십자가 지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예수님은 겟세마니에서 인간의 실존적 고뇌 속에 울부짖으며, 기도하셨습니다. "아빠!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무엇이든 하실 수 있으시니,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가 원하는 것을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을 하십시오." (마르 14,36) 우리는 십자가의 가장 작은 조각이라도 짊어지는 것을 꺼립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구원의 십자가를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셨습니다. 그분은 가난하고, 병들고, 외롭고, 박해받고, 버림받은 이들과 두려움에 가득 찬 이들, 그리고 여전히 믿음과 희망을 찾는 이들과 모든 믿음과 희망을 잃어버린 이들을 십자가에 짊어지시고 골고타 언덕을 오르십니다.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3처 예수님께서 기력이 떨어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인간 생명에 반하는 죄의 무게는 주님을 짓눌러 넘어뜨립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인간이 잉태된 순간부터 직접 개입하시어, 꺼지지 않는 영혼의 불씨를 허락하십니다. 모든 인간은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되었으며, 그리스도께서는 우리 모두에게 "넘치는 생명"(요한10,10)을 주셨습니다. 다른 사람의 육체나 영혼을 죽이는 일은 신성을 모독하는 끔찍한 행위입니다. 넘어지신 예수님께서 다시 일어나심은 전쟁의 희생자와 태아, 노인뿐 아니라 소비 사회의 시장 논리안에서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모든 이의 훼손될 수 없는 존엄함을 보여줍니다.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4처 예수님께서 성모님을 만나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성모님은 베들레헴에서 아드님을 처음으로 품에 안으셨습니다. 아드님과 함께 이집트로 피신 가셨고, 이후에는 나자렛에서 사랑의 성가정을 이루셨습니다. 양부이신 성 요셉과 더불어 믿음 안에서 극진한 사랑으로 아드님을 양육하셨습니다. 성모님은 예수님의 제자로 그분의 협력자이자 조력자입니다. 이것이 성모님의 깊은 사명입니다. 사도들이 주님을 떠나던 순간에도 성모님은 충실한 믿음으로 그분을 따르며, 자신의 자리를 지켰습니다. 성모님은 담담한 눈빛으로 고난받는 예수님께 부드러운 위로를 전하십니다.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5처 시몬이 예수님을 도와 십자가 짐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키레네 사람 시몬은 십자가 고난의 산증인입니다. 그는 거룩한 희생을 담은 예수님의 십자가를 함께 지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처음에는 강제로 십자가를 질 수밖에 없었지만, 차츰 그는 예수님의 무죄하심과 그분의 얼굴에서 드러나는 신비한 광채를 느꼈습니다. 우리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울 때 마지못해 돕곤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도움이 필요한 이웃 가운데 계시는 예수님을 알아볼 수있다면, 기꺼이 기쁨으로 그분 십자가를 짊어지게 될 것입니다.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6처 베로니카,수건으로 예수님의 얼굴을 닦아드림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베로니카는 두려움 없이 예수님을 따라 십자가의 길을 걷습니다. 베로니카는 박해받는 이들을 절대로 잊지 않는 그리스도의 신부요 자모신 거룩한 교회의 살아있는 모습과 닮았습니다. 세상은 참된 그리스도인들을 거부할 것입니다. 그들은 “세상에 속하지 않고" (요한 17,14 참조), “제자는 스승보다 높지 않기"(루카 6,40 참조) 때문입니다. 오늘날의 '베로니카들'은 박해받는 곳에서 주님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용감한 그리스도인들입니다. 베로니카의 용기 있는 사랑으로, 예수님을 닦아 드린 수건과 그녀의 영혼에 거룩한 피로 그리스도의 얼굴이 새겨지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7처 기력이 다하신 예수님께서 두 번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주님 수난 성 금요일에, 심한 채찍질을 당해 기력이 다한 예수님의 '몸'은 두 번째로 넘어지셨습니다. 오늘날 그리스도의 '몸’은 교회입니다. 교회는 '머리이신 그리스도께 영원토록 속합니다. 머리와 몸의 친교는 성령의 활동입니다. 교회는 참회와 쇄신이 필요합니다. 교회가 바로 하느님 백성의 가시적이고 살아있는 모임입니다. 그분의 몸인 교회에 대한 멸시는 그분께서 두 번째 넘어지셨던 그 날처럼 오늘날에도 주님을 또다시 아프게 합니다.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8처 에수님께서 예루살렘 부인들을 위로하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예수님의 수난을 보며 슬픔에 빠져 통곡하는 여인들이 있습니다.예수님은 그런 여인들을 위로하시며, 다시 한번 진리를 일깨워주십니다. 사람이 되시어 우리를 구원하시고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가 되도록 당신의 희생을 기꺼이 허락하신 심오한 말씀의 신비를 여인들은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단순한 슬픔의 감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우리는 믿음을 통해 하느님의 계획 안에서 구원의 목적과 고통의 의미를 깨달아야 합니다. 눈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눈물은 고통받는 이들을 돕고 지금 여기에서 하느님 나라를 세우는 일에 마음을 다하는 실제 행동으로 옮겨져야 합니다.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9처 에수님께서 세 번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마지막 남았던 기력마저 쇠진해버려 세 번째 쓰러지신 예수님이십니다. 인간이 아버지 하느님의 사랑을 저버렸다는 사실이 그분을 괴롭혔습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하느님 없는 사회를 만들려고 합니다. 이는 온갖 방식으로 그분의 현존과 권능을 부정하는 새로운 형태의 우상숭배입니다. 병든 세상이 숭배하는 가공의 우상들을 무너뜨리기 위해 예수님은 세 번째로 넘어지셨습니다. 그분의 다시 일어서심은 우리가 살아계신 삼위일체, 성부와 성자와 성령만을 섬기며 의롭고 존엄한 삶을 살아야 함을 보여줍니다.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10처 예수님께서 옷 벗김 당하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그들은 예수님의 옷을 벗기고 제비를 뽑아 나누어 가졌습니다.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예수님은 알몸이 드러나는 수모를 겪으셨습니다. 이를 통해 예수님은 잔인한 테러와 전쟁 등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폭력과 모욕의 모든 피해자를 끌어안으십니다. 예수님은 성령의 살아있는 성전인 우리의 고유한 고귀함을 일깨워주십니다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11처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히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못이 예수님의 살을 뚫고, 군사들은 그분이 못 박혀 매달리신 십자가를 들어 올렸습니다. 십자가의 세로 기둥이 하늘과 땅을 연결했습니다. 가로축은 일출부터 일몰까지 세상을 잇습니다. 예수님은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창조물을 품어 안으십니다. 파괴적 증오는 그분의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하느님의 어린양이신 예수님은 세상 모든 것을 짊어지십니다. 그분은 살인을 저지른 이들, 세상의 아픔에 무관심한 이들을 위해 중재하시고 아버지 하느님께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루카 23,34)라고 청하시며,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주님의 기도대로 실천하셨습니다.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12처 에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그리스도의 피로 젖은 십자가, 그 마른 나무는 생명을 주는 승리의 나무가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인간의 모든 고통을 기꺼이 짊어지셨습니다. 그분은 사랑하는 '아빠' 아버지 하느님께 '버림'받는 경험을 하셨지만, 스스로 낮추고 비워 아버지 손에 당신을 맡기시며 불신의 장막을 걷어내셨습니다. 성모님이 십자가 아래 결연히 서 계셨던 것처럼 그분의 교회 또한 십자가 아래 굳건히 서 있습니다. 성체성사와 고해성사를 집전하는 세상의 모든 사제를 대표하는 사도 요한은 성모님과 함께 군사들이 "찌른 이"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창에 찔린 그분의 옆구리에서 흐르는 구원의 피와 물을 바라보며 증언합니다  (요한 19,37 참조)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13처 제자들이 예수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림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시신을 그분의 어머니 품으로 내렸습니다. 헤아릴 수 없는 큰 기쁨으로 아드님을 처음 품에 안으셨던 성모님은 이제 그 아드님의 눈을 감기며, 상처를 부드럽게 어루만지십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오신 분은 인간의 삶을 온전히 마치셨습니다. 목수였던 양부 성 요셉의 가정에서 태어나신 예수님은 이제 그분의 어머니를 비롯하여 그분 옆을 지키는 수많은 신실한 영혼들로 구성된 가족을 이루셨습니다. 이들에게는 그분의 성스러운 시신이 귀중한 보물과도 같았지만, 목자의 죽음은 나머지 양 떼들을 실망 속에 흩어지게 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선포하시던 나라는 한낮의 꿈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성모님은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고 모든 역경에 맞서십니다.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14처 예수님께서 무덤에 묻히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죄 말고는 모든 점에서 저희와 똑같은 사람으로 사셨던" 분이십니다. (미사 경본 감사 기도 제4양식, 히브 4,15 참조) 그분께서는 참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인간의 눈에는 그리스도의 삶이 실패로 끝난 것처럼 보였습니다. 교회의 역사에서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또한 죽음을 경험했으며, 그 죽음은 선포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분의 몸은 땅에 떨어지는 밀알처럼 다시 무수한 싹을 틔우고 거룩한열매를 맺어 모든 이들에게 부활의 봄을 가져옵니다. 무덤의 어둠속에서 부활초는 그 영광스러운 광채를 발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15처 예수님께서 부활하심을 묵상합시다.]

거룩한 여인들은 빈 무덤을 찾았습니다. 주님께서는 토마스에게 당신의 옆구리에 손을 넣어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그리스도께서는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성령의 활동을 통해" 예수님의 죽은 인성을 되살리셨습니다. (가톨릭교회 교리서 648항 참조) 그리스도께서 되살아나지 않으셨다면 우리의 신앙도 "헛된"일이 될 것입니다. (1코린 15,14 참조) 죽음을 이기신 그리스도께서는 살아계신 하느님으로 모습을 드러내시고 아버지 하느님의 자녀인 우리를 품으셨습니다. 그분은 진정한 우리의 형제이십니다. 그분께서는 당신 부활의 승리로 우리의 부활을 이루셨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제부터 삼위일체이신 하느님 안에서 영원히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느님 나라의 승리가 시작된 것입니다.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