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강론: 2021년 7월 15일(성 보나벤투라 주교 학자 기념일)

등록일
2021-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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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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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 마태 11,28-30

그때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동남 아시아 지역의 스콜 현상처럼 몇 차례 빗줄기가 시원하게 내리더니, 이젠 그마저도 사라졌습니다. 올핸 장마전선도 제대로 북상하지 못하고, 그 대신에 폭염이 시작됐습니다. 이번 주 시작하면서부터 기온이 30도를 가볍게 넘어서더니, 국내 코로나 확진자 수도 그 기세가 꺾일 줄 모르고 있습니다.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잠정적인 비대면 미사를 기대했지만, 이대로 가다간 더 연장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듭니다.

 

반쪽 얼굴, 반쪽 웃음이 아닌 온전한 얼굴과 함박웃음으로 우리 서로를 대하던 그 평범한 일상이 더 그리워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많이 위축되어 있는 우리를 향해 주님께서는 모두 당신께 오라고 하십니다. 한순간의 육체적 피로를 훨씬 웃도는 마음 고생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 등에 짊어진 무게보다 더한 답답함을 안겨주는 마스크를 쓰고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 주님께서는 안식을 약속하시며 당신께 가까이 오라고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비록 당대 지도자들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환영은커녕 손가락질과 고발을 당하실 당신의 그 길을 오히려 기쁘게 따라나서라고 하십니다. 당장 인정받지는 못하겠지만, 당신의 멍에는 편하고, 그 짐은 가벼울 것이라며 더 큰 반전을 암시하시면서 말입니다.

 

오늘 독서 말씀에서는, 이스라엘 원로들 앞에 나가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게 될 모세에게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드러내십니다. 당신 친히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에서 겪고 있는 일을 살펴 보셨다, 이집트에서 겪는 고난에서 이끌어내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데리고가시겠다는 당신 계획을 전하십니다. 이집트 임금의 방해가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 주시면서까지, 당신 계획에 대한 강한 의지를 약속해 주십니다.

 

본당 가족 여러분, 마스크로 우리 얼굴을 가리고는 있지만, 하느님께 향한 우리 믿음의 시선을 더 굳게 고정합시다. 성찬례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크기만 하지만, 십자가를 통해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 보이신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억하며 우리 희망의 불꽃을 소중하게 간직합시다. 직접 대면하지 못한다는 아쉬움보다는, 서로를 사랑하며 서로를 위해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이, 더 자주 우리에게 주어지고 있음을 상기합시다. 불편하고 혼란스런 이 상황 속에서 주님을 바라보며 그 분께 의지하며 살아가는 우리 정성을 하느님께서 헤아려주실 겁니다. 우리를 위한 더 큰 선물을 준비하시며 우리를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