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전례/기도
200315 사순 제3주일
- 등록일
- 2020-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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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15_강론.hwp
200315 사순 제3주일
자신의 목마름을 안다는 것.
오늘 복음은 목마른 사마리아 여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여인은 삶이 평탄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마 하루하루를 버텨내며 살고 있었을 것입니다. 사실 여인은 예수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본인이 목마른지도 몰랐는데요, 왜냐하면 어떻게 해서든 살아지기는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과 만난 후에야 사마리아 여인은 그동안 자신이 목말라했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그리고 고백합니다. “선생님, 그 물을 저에게 주십시오.” 그 갈망을 본 주님께서는 말합니다.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이 만남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사마리아 여인이 예수님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목마름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저 역시 제 목마름을 모를 때가 있습니다. 괜히 주위 사람들을 예민하게 대하고, 미워하고, 질투하고, 삶이 불만족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이런 마음의 원인을 남 탓으로 돌리고, 그 상황에 핑계를 대기도 하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제가 영적으로 목말라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깨닫곤 합니다. 왜냐하면 그런 마음들은 외적이고 물리적으로 만족스러워야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영적으로 잘 서있을 수 있어야 흘려보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비단 목마름은 개인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도 목말라 보입니다. 우리들은 물질의 풍요로움 안에 살고 있기에, 더 영적인 공허함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외적으로 풍부하고 불편함이 없을수록, 내면의 목소리를 듣기는 더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분명히 우리는, 우리 사회는 목이 말라있습니다. 모두들 느끼시지는 않으신지요? 물질은 풍부해졌지만 사회는 더 날카로워지고 매말라가고 있습니다. 살기는 편해졌지만, 상대적으로 사회의 내면은 더욱 공허해져만갑니다.
이와 관련해 아우구스티노 성인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오늘날에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삶을 살았습니다. 성인은 비록 세례는 받지 않았지만 그리스도교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리스도교로부터 멀어져 갔고, 다른 일들에 마음이 이끌렸습니다. 그래서 성인은 사회적으로는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고, 온갖 방탕한 생활로 삶을 영위해갔습니다. 문제없어 보였지만, 그는 점점 더 매말라졌습니다.
허무함 속에서 그는 계속해서 삶의 의미를 찾았고, 결국 그는 고백록을 통해 이렇게 고백합니다. “주여. 나의 영혼이 당신 안에 쉬기 전까지는 안식이 없나이다!” 하느님께서 그를 기다리고 계셨음을, 그리고 하느님께서 쉬지않고 이미 그를 찾고 계셨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우리의 목마름만 알아차린다면, 주님께서는 물을 주십니다. 그리고 예수님만이 우리가 찾아야 할 샘물입니다. 은혜로운 사순시기입니다. 이번 주도 우리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길, 그래서 주님을 만나길 기원합니다.
오늘 복음의 사마리아 인들의 신앙고백으로 강론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믿는 것은 이제 당신이 한 말 때문이 아니오. 우리가 직접 듣고 이분께서 참으로 세상의 구원자이심을 알게 되었소.”
그렇습니다. 우리의 목마름을 알아차린다면, 우리는 직접 주님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