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전례/기도

3월16일 사순 제3주간 월요일

등록일
2020-03-16
조회
602
파일

3월16일 사순 제3주간 월요일

사순 3주일을 지내면 점점 내면에서 화가 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짜증도 나고 이게 뭐하는 것일까? 이러다 집단 우울증 걸리겠네. 같은 생각이 듭니다. 예수님께 기도드리며 어떻게 해야 합니까? 물어봐도 대답이 없으시네요. 예수님은 사람들을 자주 화나게 하시는 특기를 가지고 계시네요. 해결사 하느님이 아니라, 벼랑 끝으로 몰고 가시는 하느님 같아요.

예수님께서 고향 마을인 카파르나움에 들르셨을 때 사람들은 이적을 요구합니다. 이스라엘 다른 곳에서 보였다는 치유와 구마의 능력에 대하여 익히 들은 소문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요구에 냉담하셨고 오히려 그들의 부아를 돋우는 말씀을 의도적으로 하고 계십니다.

바로 구약의 두 사례, 곧 엘리야 시절에 시돈 지방 사렙타의 한 과부에게만 내린 하느님의 돌보심과 엘리사 예언자 때에 시리아 사람으로 나병을 앓고 있던 나아만의 치유 사건을 거론하시는 것입니다. 이들은 이방인들이었습니다. 이방인들에게 내린 하느님의 은혜가 하느님의 백성 이스라엘에는 닫혀 있다는 것을 에둘러 말씀하시는 것이지요.

사람들은 예수님의 이 말씀에 화가 치밀어 주님을 벼랑 끝까지 몰고 가 위협했다는 것입니다. 자기들이야말로 선택된 민족으로 하느님의 은혜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여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은혜란 무엇입니까? 은혜는 다름 아니라 ‘받을 자격이 없는 이에게 주시는 하느님의 도우심과 돌보심’입니다. 은혜 받고 싶다면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받을 자격이 없으면 됩니다. 받을 자격이 있는 이에게는 은혜를 주시지 않습니다. 아니, 주실 수 없습니다.

우리가 자격이 없음을 자랑하는 것은 못난 사람이어서가 아닙니다. 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긍휼히 여기시는 하느님의 크신 사랑이 있음을 믿고 고백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모두가 코로나 비상사태 때문에 평상시처럼 함께 하지 못하는 상황에 화를 내는 것보다 주님의 은총이 더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지기를 기도드립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더 아프고 고통받는 이들에게 주님의 은혜, 은총을 많이 내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