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암리 다이어리

옛날 교우촌의 삶은 어디로 갔나?

등록일
202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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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사 전 십자가의 길은 풍요로웠습니다. 지난 주는 3명이 참석했는데,  12명이 함께 기도하였습니다. 무려 400%의 신자가 더 참석한 것이지요. 워낙 바닥에서 시작하니까 좋은게 있습니다. 조금씩 계속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점심식사를 미역국과 마른 반찬으로 마치고, 신암리성당에 부임하면서 약속했던 판공성사표를 배부하기 위해 혼자서 길을 나섰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낮시간이라 일을 나가시는 분이 있어서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비신자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따뜻함을  나누었습니다. 

 

주소지가 수도권과는 달리 같은 번지수라도 집이 4, 5채 정도가 몰려있는 경우도 많았고, 지역에 중소기업들이 마을 주변으로 생기면서 마을은 마치 섬처럼 되어버린 경우도 있었습니다. 

 

동네분을 만나면 교우의 이름을 물어서 집을 찾기도 했습니다. 그것도 운이 좋은 경우이지요. 그리고 집마다 그 집만한 개들이 문을 딱 지키고 있어, "집에 누구 계세요?"라고 말하면 사람은 없고 개만 대답하였습니다.

 

교적에 전화번호는 이미 무용지물, 없는 전화번호도 많았습니다. 요즘은 전화보다는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답신이 온 경우는 단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문자내용을 보시기는 하지만 답을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오후 1시에 시작한 방문은 저녁 7시에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성당으로 가서 성체조배를 하면서, '오늘 신자로서 살아가는 의미가 무엇인지' 묵상하였습니다. 판공성사표 배부가 문제가 아니라 실제 거주하는 교우의 파악이 우선일 듯 하네요.

 

천주교 떠나서 불교로 가신 교우분도 행복하길 기도했습니다. 또한 교적의 주소도 옛 주소가 아니라 새로 바뀐 주소가 필요함을 절감한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