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암리 다이어리

진접성당구역장반장 피정

등록일
2023-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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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예보처럼 아침부터 비가 내립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구름재는 이름처럼 구름에 싸여서 보이지 않습니다. 오전 10시 30분부터 진접성당구역장반자 1일 피정이 시작되기에 청소와 아침식사를 서둘러 했습니다.

 

빗줄기가 세지는 않지만 쉬지 않고 내렸습니다. 제의실에 가서 성광을 제대 옆 탁자 위에 올려놓고 해설을 하시는 전례분과장 소화 데레사 자매님께 제병을 30개 정도 준비해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사제관으로 돌아와서 선물로 준비한 전기초을 가지고 나가기 전에 '오늘 몇 명이 참석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어떤 구역장님이 "저희는 22명이 와요. 원래는 29명인데." 나는 초를 26개 준비해 놓았지요. 그중 22개만 들고 나가다가 돌아와서 3개를 더 준비해서 가지고 나갔습니다. "선물로 준비한 건전지를 사용하는 초가 29개니까 오늘 안오신 분들도 챙겨서 전해주세요." 

오늘 짧은 피정과 식사에 함께 하지 못한 것도 서운할텐데 선물까지 못받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렇게 준비해드렸습니다. 성체를 감실에 모시는 이유도 마찬가지이지요.  아파서 미사에 함께 할 수 없는 이들을 기다리고 계시는 것이 감실 안에 성체, 예수님이신 것처럼 말입니다. 

미사를 마치고 강의와 성체조배까지 1시간 정도 진행하였습니다. 강의를 시작하면서 한 자매님이 눈물을 계속 흘리셨습니다. 나는 혼자 '눈에 무슨 이상이 있으신가'생각하면서 강의와 성체강복 그리고 안수까지 잘 마쳤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알았지만 그냥 강의를 시작하면서 눈물이 흐르더랍니다. 치유의 시간이지요.

식사 때는 진접주임 강태현 안드레아 신부님과 함께 했습니다. 오랜만에 강신부님을 만나서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맛있게 했습니다.  차 한잔은 '아름다운 비행'에 가서 하시라고 안내를 해드리고 헤어졌습니다.

돌아온 후 에코스포츠 센터에서 1시간 30분 정도 운동을 하고 도착하니, 마침 비도 그쳤고 교우들은 도착한 나무를 정리하고 모과나무를 세우는 작업하고 계셨습니다. 또 기도를 마치고 가시는 순례객 네분을 만났습니다. 운동복 차림이지만 순례자에게 강복과 안수를 해드렸지요. 고마운 인사와 함께 작업 중인 교우들에게 간단한 음료를 가던 길 되돌아오셔서 주고 가셨습니다. 

비가 그치고 바람이 점점 거세지면서 쌀쌀해집니다. 하지만 힘을 모아 모과나무를 세우는 손길과 서로의 고마움을 나누는 얼굴과 파라솔 탁자 위에 음료는 더 따뜻하게 보입니다.

오늘도 참 감사할 일이 많은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