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나눔

나눔

등록일
2023-05-05
조회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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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모랫더미 위에 앉아 한 아이가 또 다른

한 아이에게 리코더를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아마 먼저 배운 아이가 또 배우고 싶어하는

다른 아이에게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겠지요.

이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나눔’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봅니다.

이들은 무엇을 나누고 있는가.

돈도, 빵도, 옷도 물질적인 그 무엇도

아닙니다.

그러나 이들은 분명 무엇인가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나눔이 결코

물질적인 것이 아님을 다시 깨달아봅니다.


내가 먼저 알고 있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

내가 할 줄 아는 것을 다른 이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내가 먼저 얻은 것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어 갖는 것….


나는 나눌 것이 없는 것만 같았는데  

그러고 보니 나눌 것이 넘치도록 많았습니다.


내가 가진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이 아이들이 제게 가르쳐줍니다.


그래서 이 아이들의 눈빛만 보면

부끄러워지나봅니다.  

가진 것이 너무 많은 것만 같아

미안해지나봅니다.

이 아이들에게 나누어주어야 할 것들을

저 혼자  다 갖고 있는 것 같아

몸둘 바를 모르겠나봅니다.   

이제 제가 가진 것들을 조금씩

나누어야겠습니다.

 

‘사랑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들을

이쯤에서 멈추어야겠습니다.

이제 마음에서 맴돌던 그 다짐들을

행해야겠습니다.


저의 그 작은 나눔이 이 아이들에게

한 조각의 빵이 되고,  희망이 되어

이 아이들의 미래를 바꾸어놓을 수 있는

힘이 된다니 놀랍기만 합니다.


제가 한 생명을 살리고,

그의 미래를 변화시킬 힘을

가지고 있었다니….


나누면서도 제가 더 풍요로워짐을

느낍니다. 제 것을 나누어주었는데도

아무것도 줄어들지 않고

자꾸만 자꾸만 나눌 것이 더 많이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나눔은 참 신기한 요술 항아리입니다.

게다가 제 마음에 기쁨과 행복까지

선물로 주니 아무래도 이 나눔은

삶을 행복으로 이끄는

비밀열쇠인 것만 같습니다.

 

            - 이태석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