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암리 다이어리
성모성당기도쉼터 작업은 오늘도 계속됩니다.
- 등록일
- 2023-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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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일어나 전화를 받는데 목소리가 꽉 잠겨있었습니다. 양치를 하고 따뜻한 물을 마셨지만 목소리는 더 좋아지지는 않았습니다. 여러가지 목소리로 미사는 잘 끝났습니다. 마침 오늘은 야당성당에서 신자 네분이 방문하셨습니다. 미사에 참석한 신자분들이 걱정스런 얼굴로 미사를 집전하는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저의 일이 거의 몸 중에서 입으로 나는 소리로 하는 일인데 교우들에게 걱정을 끼쳐 죄송한 마음입니다. 참 사람 몸이 신기합니다. 어제 저녁 잠들기 전까지 목에는 별이상 없었는데 밤사이에 ㅎㅎ
10명의 신암리교우들은 미사 후에 기도쉼터 정리를 위해 옷을 갈아입고 바로 꽃을 화단에 심고 밭에 정리하는 일을 시작하셨습니다. 야당성당 교우들은 "저분들을 위해서 커피랑 빵을 좀 사와야겠어요"하고 일을 시작하려는 교우들에게 받아서 주문을 읍내로 차를 몰고 가셨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에 주문에 따른 음료와 빵을 사가지고 와서 전해드리고 점심식사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거의 일이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강한 햇볕 밑에서 함께 일을 마치시고 야당성당 신자들에게 간단한 꽃에 대해서 간단한 설명도 해주셨습니다. 글라라 자매님은 꽃 옆에 꽃이름을 적은 이름표를 하나씩 세웠습니다. 프란치스코 형제님은 "나는 꽃이름을 외우면 3일이면 다 잊어버려요"라고 농담을 하셨습니다. 글라라 자매님은 그 많은 꽃에 이름표를 정확히 하나씩 세워놓으셨습니다.
다른 교우분들은 꽃에 물을 주시고 꽃밭을 정리한 호미 등 도구들을 깨끗이 정리하시고 댁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안드레아 형제님은 '이제 10분 1 정도 한 겁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나머지 90%도 이렇게 교우들의 손길로 채워져가겠지요. 언제일지 모르지만 꽉 채워질 성모동산 기도쉼터는 많은 분들에게 영적으로 많은 힘을 주는 곳이 되리라 믿습니다. 교우들의 기도와 땀 그리고 따뜻한 웃음이 함께 심어져 있으니까요.
어제는 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세 분의 교우들이 김밥등 간단한 식사를 준비해와서 점심을 성당 잔디밭에서 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주차장에 차가 한대 서더니 남성 한 분이 안전복을 착용하고 예초기를 들고 내리셨습니다. 잠시 후 예초기로 풀을 깎는 소리가 났습니다. 저는 주변 밭을 정리하러 오신 분으로 알았지요. 풀 깎는 소리가 멈추더니 사제관 앞 잔디밭으로 올라와 벤치가 있는 쪽으로 가셔서 잡초 제거 작업을 하셨습니다. 20여분 정도 작업을 하시고 조용히 다시 차를 타고 가셨습니다.
함께 자리에 있던 교우들이 감동을 받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을 하였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 넓은 곳을 누가 어떻게 관리하는지 궁금해 하던 차에 이런 일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저렇게 말없이 오셔서 조용히 할 일 하시는 분들이 성당을 아름답게 만드네요.'
누가 보던 보지 않던 햇볕이 강한 날임에도 불구하고 더운 안전복을 차려입고 잡초를 제거하며 당신들의 마음을 전하는 분들이 성전을 거룩하게 만들어가는 것이겠지요.
어제 오늘 신암리성당은 순례자들의 기도와 신자들의 따뜻한 마음으로 점점 거룩한 땅으로 변화되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