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암리 다이어리
개구리 울음 소리
- 등록일
- 2023-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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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에서 저녁기도와 성체조배를 하고 나오는데 개구리 울음소리가 오늘따라 유난히 크게 들립니다. 개구리 울음 소리! 한마리가 아니라 떼로 우느까 조용한 시골 마을이 시끌벅쩍합니다.
오후에 세차게 내리던 소낙비는 잦아들고 지금은 이슬비가 내립니다. 사제관 의자에 앉아 어둠 속에 시끄럽게 울려퍼지는 개구리 소리를 들었습니다. 개구리가 우는 이유는 과학적으로는 짝짓기 혹은 비구름을 가진 기압골이 접근하면 대기압이 낮아져 습기가 증가되고, 이로 인해 개구리의 호흡이 방해를 받아 호흡량을 늘리기 위해 운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청개구리의 이야기에서 '엄마 무덤 떠내려갈 봐'라고 초등학교 때 많이 들었던 것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요즘 가사노동과 사목을 병행하다 보니 청개구리 아들 노릇하던 제가 아주 많이 돌아가신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도 들고 감사한 마음도 듭니다.
기일을 맞은 어머니를 위해 부모님 산소에서 미사를 드리고 늦은 점심식사를 하였습니다. 헤어지려는데 큰형 허근신부님이 어머니 물건을 정리하다 제가 어머니에게 해드린 것으로 보이는 걸 챙겨왔다고 하면서 건네주었습니다. 집에 와서 보니 어머니의 돋보기 안경과 은수저 한세트, 전화번호를 정리드린 A4용지로 프린트한 주소록, 빗 그리고 귀후비게와 생전에 차시던 손목시계가 들어있었습니다.
손목시계를 제 손목에 차보려했지만 손바닥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건강하셨던 어머니의 손목은 통뼈라고 자식들이 놀릴만큼 굵고 강하셨는데 마지막 순간에는 이리 가늘어지셨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정한 번 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자식 걱정에 나라까지 걱정하시던 어머니셨습니다. 어머니가 생전에 묵주알을 돌리시며 그토록 원하셨던 남북통일은 아직은 요원해 보이지만 어머니의 기도는 꼭 결실을 맺으리라 믿습니다. 어머니의 묵주기도 지향 중에 우선순위를 차지하던 허근신부님이 술을 끊은 것을 보고 돌아가셨으니까요 ㅋㅋ
먼지가 앉은 돋보기안경은 물에 세척해서 안경집에, 머리빗은 닦아서 거울 앞에 놓았습니다. 가끔 작은 글자를 볼 때는 어머니의 돋보기 안경을 사용하려 합니다. 혹시 그 안경 너머로 어머니가 보고 싶어 하시던 것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