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암리 다이어리

충청도 앙성에서 오신 순례자 영성체 예식

등록일
2023-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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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미사를 끝내고 부지런히 제의실을 나와 사제관으로 향했습니다. 6월 24일 아버지 기일을 맞아 형님들과 팔당에 있는 신당동성당묘지에서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서 서둘러야 했기 때문입니다.

조카와 조카 며느리가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인사를 하고 사제관으로 가는데 순례자 4명이 서성거리고 계셨습니다. 

"순례를 오셨나요?" "예, 안내 책자와 미사 시간이 달라서 미사 참석을 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네 분을 성당 맨 앞자리로 모시고 자리를 잡게 했습니다. 제의실로 가서 영대를 걸치고 "미사는 못하지만 영성체예식을 해드리겠습니다."

참회예절과 말씀의 전례, 영성체예식을 하고 성체를 모신 후 영성체후 기도가 끝나고 순례자축복기도와 안수를 해드렸습니다.

"그럼 편한 마음으로 기도하시고 좋은 날 되세요" 인사를 하였습니다. 

사제관에서 옷을 갈아입고 묘지 정리를 위해 장비를 챙겨서 나가다가 "아, 그런데 어디에서 오셨어요?"라고 물었습니다.

"충청도 앙성에서요." 앙성은 온천으로도 꽤 알려진 곳이고, 가까운 곳에 '사랑의 불시착'을 촬영한 비내섬이 있는 곳이라 한 번 가본 적이 있는 곳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럼 기도 많이 하시고 가세요'라고 인사를 드리자 연세가 드신 한 분이 저에게 엄지척을 해주시면서 '신부님 짱이에요!'라고 칭찬의 말을 해주셨습니다.

조카와 함께 차를 타고 작은형님과 점심약속을 한 명동으로 향하면서 생각했습니다. 내가 그냥 인사만하고 지나쳐버렸다면 먼곳에서 신암리성당을 방문하신 그분들은 성체도 영하지 못하고 영적으로 많이 배가 고프셨겠다고.

'어디서 왔는지 왜 왔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영성체를 하고 순례자 축복기도를 한 것은 잘했구나' 라고 나에게 칭찬을 해주었습니다. 

약속시간 보다 늦었지만 작은형님과 점심을 푸짐하게 먹고 팔당산소로 출발했습니다. 길이 막히지 않아 한시간도 걸리지 않고 도착했습니다. 바로 조카와 함께 제초작업을 하고 끝날 무렵 큰형님이 도착을 해서 함께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언제 비가 올지 모를 정도로 먹구름이 머리 위에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미사를 다드리고 나서야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졌습니다. 부모님이 자식들 비 맞을까봐 구름을 잡고 계셨나 봅니다. 

이른 저녁을 먹자고 큰형님이 말했는데 점심을 너무 먹어서인지 함께 할 수 없었습니다. 오랜만에 식사를 했으며 좋았겠지만 딴 것도 아니고 먹는걸 억지로 먹을 수도 없고. 형님이 삐지지 않았기를 바라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저녁 8시 경에 큰형님 숙소로 전화를 했는데 부재중이란 멘트만 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