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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보좌신부 배존희 신부 방문!!

등록일
2023-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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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반가운 얼굴을 오늘 보았습니다. 1997년에 신설본당인 일산 대화동성당에 첫 본당신부로 부임했습니다. 그 당신만 하더라도 신부가 뭘 하지 않아도 신자들이 성당으로 몰려들던 시절이었지요. 다행히 나는 성서못자리로 발령이 난 허영엽신부님과 교구에서 숙소가 마련되기까지 약 6개월 정도 함께 지낼 수 있었습니다. 

둘째 형님 신부가 사제관이 마련되어서 떠나고 난 뒤 정말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때론 주일이 다가오는 것이 부담스러울 정도로본당일이 차고 넘치던 시기였습니다. 

다행스럽게 주교님께서 보좌신부를 보내주셔서 숨통이 트였습니다. 초등학교 주일학생만 500여명이 오고 미사 전후 고해성사는 주일을 기준으로 150명에서 200명이 기본이던 시절, 성서못자리를 개설했더니 700명이 모였습니다. 

첫보좌로 배존희스테파노 신부가 부임하였습니다. 첫인사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수줍은 듯 조용하지만 뭔가 꽉찬 느낌이었습니다. 부임 첫날 저녁 장면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배신부에게 인사하러 온 청년들과 저녁식사를 하러 나갔습니다. 나는 사제관에서 혼자 식사를 하고 산책 후에 늦은 시간까지 TV를 시청하고 있는데 노래를 부르고 술먹고 내는 기분 좋은 소리가 아주 크게 들려왔습니다.

그래서 사제관 3층에서 성당주차장을 내려다보니 함께 식사를 했던 청년들이 배신부를 들고서 사제관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첫본당에서 첫보좌신부와는 교우와도 그렇고 신부와도 그렇고 아주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오늘 배신부와 함께 방문한 교우들도 아직도 그때 그시절의 비화를 얘기하고 있다고 ㅋㅋ 제대에 올라온 장애우를 꼭 끌어안고 미사를 드리던 모습은 많은 신자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지금도 어려운 사람들에게 대한 관심이 남다르기도 합니다.

배신부는 늘 선교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캄보디아에서 정말 사제로의 삶을 숨어서 피는 아름다운 들꽃처럼 살고 있습니다. 

참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언젠가 사제연수 때 한마음수련장에서 아가페시간에 술이 취해서 말했습니다. "허신부님,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형님!!" 그리고 혼자서 어린아이처럼 웃으면서 좋아했습니다. 

전 막내여서 '형님'이란 말이 어색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만나도 시간은 늘 1998년 그 시간에 멈춰진 느낌이 강합니다. 

배신부는 선교생활 5년을 마치고 앞으로도 4년을 더 한다고 하네요. 선한 의지를 가지고 선한 마음을 가진 신부라 힘들겠지만 좋은 열매를 맺으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