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나눔

죄가 무어냐고?

등록일
2023-07-08
조회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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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가 무어냐고?

 

이번에 첫서원을 해서 본당에서

사도직을 하고 있는 친구수녀님이 있다.


지난 봄,

수녀님과 전화통화를 하는데

수녀님은 연신 아이들 얘기만 한다.
 

첫영성체 할 수 있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똘망똘망한 눈망울들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단다.

그러다가도 교리수업이 시작된 지 5분도 채 되지 않아

산만해지는 아이들과 30분만 지내고나면

그때부턴 사랑을 넘어선 신앙이라며 웃는다.
 

그중에 다른 아이들에 비해

약간 지능이 떨어지는 한 아이 이야기를 했다.

아이들이 한참 떠들고 장난할 때에도

앉아서 웃기만 한다는데

그 얼굴이 그렇게 맑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아이를 보고 있으면 늘 걱정부터

앞선단다.

워낙 기도문도 외우지 못하고

질문을 해도 질문조차 이해를 못하는 아이가

첫영성체 전에 신부님과의 면담에서

통과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말이다.


급기야 첫 고해성사 전 날,

 너무 걱정이 된 나머지 아이를 따로 불러

연습을 시키기로 했단다.

“내일 신부님한테 너의 잘못한 죄를 고백하는 거야.”

아이의 대답이다.

“죄가 뭐예요?”

앞이 캄캄해지기 시작한 수녀님은

할 수 없이 조목조목 죄를 나열해주기로 했단다.
 

“너 친구랑 싸운 적 있지? 그거 죄야.

너 엄마 말씀 안 듣고 말썽피운 적 있지?

 

그것도 죄야.
그것도 죄야. …죄야. …죄야.”


한참을 열을 올리며 ‘죄야, 죄야’ 하는데

수녀님은 문득 아이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져가는 것이 느껴졌단다.
 

‘내가 지금 뭐하는 거야?’
하느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

누구보다도 잘 알게 되길 바라던 아이에게

구원을 알려준답시고 한 것이

오히려 ‘너는 죄인이야’라고 단죄하고 있었으니,

마음이 무척 아프셨단다.
 

바라보고 있는 아이를 가슴에 안으며

수녀님은 이 한마디로 고해성사 교리를

대신하셨단다.
 

“너 하느님 사랑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