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암리 다이어리

기도 쉼터 지붕 작업과 뇌진탕 비둘기

등록일
2023-10-18
조회
143
파일

지금동성당 체나콜로 교우분들이 방문을 하셨습니다. 미사 후에 안수와 축복기도를 드리고나서 정원 의자에서 1시간 이상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오실 때 사과 한 상자와 케익을 선물로 가져오셨습니다. 선물 받은 케익은 오후에 기도쉼터 작업을 하시는 분들과 한 조각씩 나눠 먹었습니다. 지붕을 올릴 때 간식 잘 가져왔다고 사목회장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오후에 나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불 빨래를 코인빨래방에서 하였습니다.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에는 빨래방에 조금 떨어진 남면도서관에서 독서를 하였습니다.

이번 사무행정지도날 총대리신부님이 선물로 주신 소설 '광암 이벽' 입니다. (들판 광에, 암자 암으로 너른 들판 같은 마음의 밭에 무엇을 심든지 정성을 다할 자신이 있는 것이라고) 

세탁과 건조시간 약 90분 정도 독서할 시간이 있었습니다. 남면도서관 열람실에는 청년 3명 함께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도서관 열람실에 앉으니, 고교시절에 자주 다니던 광화문에 근처에 있는 '정독도서관'에서 친구들과 함께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습니다. 도서관 매점에서 먹던 우동과 라면은 왜 그리 맛있었는지 ㅋㅋ 

시간에 맞춰 빨래방에 도착하니 이불과 요가 건조통 속에서 얌전히 있었습니다. 건조기에서 꺼내어 이불을 잘 개켜서 자동차 뒷 자석에 놓았습니다.

이제는 장 볼 시간. 하나로마트로 향했습니다. 필요한 식재료를 사서 나오는데 갑자기 들어갈 때 별 생각이 없던 호떡에 대한 입맛이 돌았습니다. 

마트 입구에서 호떡을 굽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잠깐 망설이다가 사먹지 않고 돌아왔습니다. 뱃살에 대한 위험을 자초하고 싶지 않아서지요.

성당으로 돌아오니 오후 3시경 부터 기도쉼터 지붕을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교우분들에게 인사를 하고 케익을 가져드리고 나도 한쪽 먹고 들어왔습니다.

빨래를 걷어서 옷장에 정리를 마치고 잠시 휴식 후에 저녁기도와 성체조배를 마치고 간단한 저녁식사를 하였습니다. 오후 8시 경 묵주기도를 마치려는데 자동차 세 대가 기도쉼터 앞에 섰습니다.

뭔가 작업에 대한 논의를 하려고 모인 듯 해서, 저는 사제관으로 들어와서 낮어 선물로 받은 사과를 장기보관이 가능한 형태로 포장을 해서 김치냉장고에 넣었습니다.

이제 홈페이지에 '신암리다이어리와 한줄기도'를 게시하고 사목일지를 쓰면 오늘 일과는 끝입니다. 

정말 밥 먹는게 일이라는 사실을 절감하며 오늘 또 하루가 마무리 됩니다. 중요한 건 내일 또 밥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이 ㅎㅎ

참! 오늘 정말 좋은 일이 있었네요. 3일 전 창문에 부딪혀서 뇌진탕 증세로 제대로 날지 못했던 비둘기가 있었습니다. 그녀석에게 머물 집과 물, 21가지곡식을 먹이로 주었습니다.

그런데 식욕이 대단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너는 오늘은 단식이다'라고 말을 하였습니다. 너무 편해서 살이찌면 비행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니까요.

내가 오후에 빨래방에 가기 전까지 나름 날아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했습니다.

돌아와서 빨래와 이불을 정리하고 밖을 내다보니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집에서 자나 하고 살금살금 가보았습니다. 

그런데 나무상자 안은 비어있었습니다. 구석구석을 찾아봐도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비행에 성공해서 콘크리이트 베란다를 떠났습니다. 

이삼일 사제관 창문 밖에서 뇌진탕 후유증으로 뒤뚱거리고 걷던 비둘기가 안보이니 조금은 마음이 휑하네요.

참 사람 마음이란 것이 그런건가요? 그래도 정말 좋네요. 제가 준 먹이와 물을 먹고 하늘을 다시 날게 되었으니까요.

비둘기는 제비처럼 박씨는 안물고 오나 하는 생각으로 오늘 '신암리다이러리'를 가름합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