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암리 다이어리

오늘은 정말 먼 곳에서 오신 순례자들의 날!!

등록일
2023-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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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30분 미사가 끝나고 교우들과 호박에 대한 얘기로 꽃을 피웠습니다. 옆 집에 사는 수녀님들 드릴려고 가져다 놓은 호박을 내가 모르고 신자들에게 나누어 가져가라고 하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호박농사를 짓는 자매님은 수녀님들과 사제관에 줄 호박을 다시 가져오셨습니다. 잠시 농사를 짓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말씀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상추 농사의 경우 사람의 발 하나 간격으로 심기 때문에 발이 큰 사람이 일손을 잘못 돕다가는 밭에 상추를 밟아서 못쓰게 되는 경우도 있답니다.

상추 한 상자 잘 펴서 담는 것이 1시간 30분이 걸릴 정도로 세심하고 몸도 부자유스러워서 눈물을 흘릴 때도 있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점심은 자매님이 가져다 주신 호박으로 호박볶음을 해서, 호박볶음밥으로 미역국과 함께 맛있게 먹었습니다. 

두 자매님이 성전에서 꽃꽂이를 정성스럽게 하고 계셨습니다. 매주 금요일 미사 후에 꽃꽂이를 합니다.

기도쉼터에서는 프란치스코 형제님이 전기공사를 마무리하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보도블럭 공사는 다음주 25일, 26일 수요일과 목요일에 진행한다고 합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설겆이를 막 끝냈는데, 사목회장님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신부님, 양산에서 부부가 순례를 오셨어요." 

전화를 끊고 바로 내려가서 보니, 기도쉼터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계셨습니다. 사진 촬영이 끝나고 먼저 악수를 제가 먼저 청했습니다. 

"신부님 손이 왜 이렇게 차요?" 자매님이 물으셨습니다. "찬물로 설겆이를 막 끝내고 나와서요." 라고 대답하자 조금은 놀라시는 듯 하면서 "신부님이 직접 살림을 요." 

순례자축복기도와 안수를 해드리고 편안하게 기도하시라고 인사를 드리고 올라와서 부엌 정리를 마무리했습니다. 

                                           

 

잠시 휴식을 한 후에 졸음 살살 오기에 기도쉼터에서 햇볕을 받으며 산책을 하고 있었습니다. 햇볕을 마주보는 상태에서 두 형제님과 자매님 한 분이 제 쪽으로 걸어오시고 있었습니다.

"순례 오셨습니까?" "네. 전 벤쿠버에서 왔습니다." 하고 아주 크게 답하셨습니다. "정말 멀리서 오셨네요. 먼저 강복 받으시고 기도하세요." 

강복과 안수를 해드리고 잠깐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크게 대답을 하셨던 형제님은"캐나다 벤쿠버에서 30년 정도 살고있습니다. 작년에 40곳, 올해는 30여곳을 순례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두 분은 "저희는 광적성당 신자에요. 여긴 처음 와보는데 너무 예뻐요."라고 대답하셨습니다.

그런데 세 분은 서로 아는 분들이 아니었습니다. 벤쿠버에서 오신 분이 뚜벅이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순례를 하고 계신답니다.

오늘도 신암리로 오는 버스를 기다리는 중에, 버스 정류장에서 묵주기도를 하시는 자매님을 발견하였고, 그 자매님이 형제님께 연락을 해서 승용차로 신암리성당을 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더구나 내가 기도쉼터에서 마치 그 세분을 기다리고 있었던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벤쿠버에서 오신 순례자는 연신 오늘 천사를 만났다고 약간 상기된 얼굴로 기쁨과 감사를 표현하셨습니다.

한국에서의 순례를 잘 마치시고 돌아가시라고 인사를 하고 사제관으로 들어왔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순례자의 생활이 시작되면 매일매일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천사를 만납니다.

순례는 그래서 내가 혼자가 아니라 주님께서 나와 늘 함께 하심을 몸으로 느끼는 축복이라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경남 양산에서, 캐나다 벤쿠버에서 오신 순례자들을 만났습니다.

정말 멀리서 오신 순례자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