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암리 다이어리
다양한 순례팀이 방문! 전라도 광주 팀도!!
- 등록일
- 2023-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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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 30분에 12기 의정부교구도보순례단 미사가 시작되었습니다. 9시에 미사 예정이었는데, 참석자 전원이 일찍 도착하여 미사를 일찍 시작하였지요.
미사 강론은 '성지란 무엇인가?'를 하였고, 미사 후에 순례자축복기도와 안수를 하였습니다. 그리도 순례팀은 성전에서 잠시 모임을 가졌습니다.
오늘이 순례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지난 9월 말에 시작되었던 순례가 벌써 끝나게 되었습니다. 순례자들은 아마도 많은 체험들을 선물로 받았으리라 믿습니다.
미사를 끝내고 나오는데 덕소성당에서 사목을 할 때 지역장과 구역장을 하셨던 분들, 5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제관 거실로 안내를 해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고해성사를 세 분에게 드렸습니다.
고해성사로 인해 미사는 약 7분 정도 늦게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은 성 시몬과 성 유다 사도축일미사로 봉헌되었습니다.
미사 후에는 덕소교우들과 성모상 앞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점심식사를 하고 헤어졌습니다.
잠시 휴식을 하고 오후 1시 30분, 순례 예약을 했던 전라남도 광주 소재지인 '예수마리아요셉의 집' 봉사자들이 도착하였습니다. 성당으로 안내를 한 후 약속대로 30분 강의를 하였습니다.
전라남도 광주는 5.18의 아픔을 간직한 도시이지요. 나도 정확한 날짜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광주 망월동 묘지를 방문했다가 한 묘비 앞에서 두다리가 풀려 주저 앉아 한참을 있던 기억이 났습니다.
우연이라지만 나와 생년월일이 똑같은 묘비를 발견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묘비에는 고등학생이 모자를 쓴 얼굴이 부착되어 있었습니다. 1980년 5월, 나는 최류탄 냄새 속에서 서울 광화문에 있는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입시 준비를 하고 있었겠지요.
같은 하늘 광주에서 나와 똑같은 생년월일의 학생은 싸늘한 주검으로 누워있었을 생각에 머리 속이 하얗게 되었습니다.
오늘 광주에서 봉사하시는 분들을 만나자, 강의 중에 그 기억이 떠올라 잠시 강의를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었습니다. 그후에도 광주를 지날 때는 늘 망월동에 들렸는데. 그곳을 방문한 지도 많은 시간이 지나다 보니 이름도 그 묘비의 위치도 가물가물하네요.
한 광주 분은 강의가 끝나고 그렇게 기억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떠나셨습니다. 그런가 봅니다. 나의 아픔을 그 어디선가 함께 아파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그 사실 자체가 서로에게는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오늘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저녁식사 후에 보름달 같은 큰 달 아래서 묵주기도를 바치고 성전에서 성무일도 후에 묵상 중에 그 친구를 기억해 보았습니다. 누군가 말했지요. 기억하는 한 그 사라지지 않는다고.
기도를 마치고 성전을 나서는데 성당 앞 전나무와 소나무 사이에 떠 있는 큰 달이 나를 맞아주었습니다. 그 달을 보며 심호흡을 하고 잠시 산책 후에 사제관으로 들어와 오늘 하루를 정리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