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암리 다이어리

연중제30주일 하늘이 참 높고 푸릅니다.

등록일
2023-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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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가 조금 넘어서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얼마 전에 신암리에서 미사를 보고 기도를 하시겠다고 연락을 주셨던 '과달루페성소후원회기도모임', 일명 '과페소'의 리사 자매님이었습니다.

"신부님, 죄송한데요. 이곳에는 차를 마실만한 장소가 없어서요. 혹시 믹스커피라도 좋으니까 좀 ... ." "예, 몇분 이시죠. 아, 다섯명이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고, 주방서랍을 뒤져보니 마침 1회용 드립커피백이 5개가 있었습니다. 온수와 드립커핍를 가져다 드리니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셨습니다. 

"설겆이는 1층 싱크대에서 하시면 됩니다. 저는 지금 예비자교리를 시작해야 해서요." 

예비자교리는 오늘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에 대해 7명이 함께 공부했습니다. 예비자들은 교리보다는 대화를 나누는 것을 더 좋아하십니다.

교리는 평소보다 10분 먼저 끝내고 재미있게 말씀을 나누라고 얘기하고 나와보니, 싱크대 위에는 찻잔 5개와 커피 포트가 깨끗이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괴페소 회원과 순례자 두 분이 함께 한 미사가 끝나고, 지난 금요일 혼인성사를 받은 신랑신부가 신암리교우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두고간 선물, 꿀 한병씩 나눠드렸습니다. 

나는 과페소 회원과 함께 돌솥비빔밥을 점심식사로 하고 성당으로 돌아왔습니다. 기도쉼터에서 교우분들이 기도쉼터 창호에 관해 업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창호에 대한 결정은 잘 했는데, 문제는 1시간 전에 시킨 짜장면이 아직 도착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독촉전화를 걸었는데, 중국집 특유의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지금 출발합니다." 그러나 출발하지 않은 듯 예상시간에 도착하지 않았지요 ㅋㅋ

한 형제님은 딸의 생일이라서 먼저 자리를 떴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에 짜장면을 배달하는 오토바이가 나타났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짜장면을 기도쉼터에 교우들과 함께 먹었습니다. 나는 점심을 두 번 먹었지요.먼저 자리를 비운 그 형제님의 몫을 제가 먹어야 했으니까요. 

비빔밥을 먹은 지 30분도 되지 않았는데 그래도 또 뱃속으로 짜장면이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뱃속에 거지가 들어가 있나 봐요." 하였더니, 한 교우분이 "짜장면 배는 따로 있어요."라고 격려해주셨습니다. 

짜장면을 맛있게 먹고 믹스커피를 한 잔씩 나눠 마셨습니다. 시원한 바람, 멋진 풍경 속의 믹스커피 맛이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이심전심이랄까 기도쉼터 때문에 식사 후에 가던 카페에 매상이 좀 타격을 받지 않을까 우려를 표하는 분도 계셔서 웃었지요.

저녁기도를 하면서, 1년 전 이태원 참사로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억하였습니다. 또한 전쟁의 종식과 주님의 평화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기원하면서 연중제30주일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