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암리 다이어리
화정동성당 솔로몬대학생 순례
- 등록일
- 2023-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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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20분 경에 화정동성당 솔로몬대학 교우분들 약 60 명이 관광버스 두 대에 나누어 타고 주차장에 도착하셨습니다.
인원을 점검하는 관계로 출발이 늦어졌다고 봉사자가 전화가 왔었습니다. 그래도 늦지 않게 도착하셨지만, 화장실 이용과 감사헌금을 준비하느라 미사 시간이 조금은 늦게 시작되었습니다.
미사 후에 강의는 "노후는 준비하면서, 왜 내세는 준비하지 않는가?"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고 강복과 안수를 드리는 것으로 성당에서의 일정을 마쳤습니다.
성당 마당에서 간단한 사진촬영을 하시고 점심식사를 위해 떠나셨습니다. 신부님 덕분에 좋은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있다고 고맙다고 손을 잡으시며 눈물을 보이신 분들도 계시고, 얼굴이 왜 이렇게 까매졌냐고 웃으시던 분들고 계시고.
거의 9년 만에 만난 어머니, 아버지들. 걸음걸이도 모양새도 예전 같지는 않으시지만 잘 웃으시는 건 변하지 않아서 참 좋았습니다.
화정동성당은 내가 5지구장과 주임신부를 겸임하면서 사목하던 본당이었습니다. 부임 당시 본당을 분가하느냐 성전을 신축하느냐 의견이 분분한 상태였습니다. (신자수가 교적 상 8천 명이 조금 넘었습니다.)
전임신부들도 의견 수렴만 하다가 결정을 못하고 떠났다고 교우들이 상황을 전해주었습니다. 분가할 것인지 성전을 신축할 것인지를 정해야 그 다음 사목이 진전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분가보다는 신축이 더 합리적인 결정인 듯 하여 사목위원들과 협의하고 신자들의 의견을 취합하여 성전신축으로 방향을 정하고 집중하였습니다.
교우들에게 현금 35억이 모이면, 성전 신축을 위한 설계를 하고 40억이 모이면 공사를 시작하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그 정도 액수면 나는 아니고 후임신부에게 떠넘길 수 있겠다는 얄팍한 판단도 작용한 약속이었지요 ㅎㅎ
성전건립을 위한 신립을 받고, 성전건립 약정이 부담이 되는 분들은 '되는 대로' 천원도 좋고 만원도 좋고 수시로 건축기금을 봉헌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훗날 역전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성전건립 약정액수 보다 수시로 건축기금이 훨씬 더 많이 들어왔으니까요. 나는 지금도 기적이라고 믿습니다.
문제는 저의 얄팍한 판단이 완전히 틀린 것입니다. 아직도 임기는 2년이 남았는데 35억이 넘게 모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무도 성전건축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서 나도 모른 척하고 사목에 열중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6시 미사가 끝나고 아파트였던 사제관으로 가려는데, 할머니 한 분이 면담할 것이 있다고 하시면서 시간을 내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분은 나에게 다짜고짜 "신부님, 왜 거짓말을 하세요. 건축헌금 35억이 모이면 설계를 시작한다고 하시고서 왜 아무런 말도 없으신 거에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시치미를 떼면서 "에, 저도 심사숙고 중입니다."하고 위기를 벗어났습니다.
그후 할머니와의 사건을 교우들에게 얘기하고, 사목회에서 설계 준비를 논의하고 본격적인 성전건축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할머니의 호통이 아니었으면, 화정동성당은 아직 시작도 못했을 수도 있을 겁니다 ㅋㅋ 만사는 타이밍이니까요!!
그때 시작하지 않았으면 건축비도 아마 적어도 40%이상은 더 들었겠지요.
오늘 솔로몬대학의 어머니 아버지들을 보니까 그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그분은 성당 공사를 시작하시기 전에 살고 계시던 집이 매매가 되어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셨습니다.
이사를 가시기 전에 새벽 미사를 끝내고 나오는데 그 할머니가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봉투를 주시면서 '좋은데 쓰세요." 가시고 나서 열어보니 천만 원 짜리 수표가 한 장 들어있었습니다.
교적에서 연락처를 찾아 전화를 드렸지요. "할머니, 이건 성전건축헌금으로 봉헌할게요. 좋은데 쓰시라는 거니까요."
할머니는 웃으면서 알았다고 하셨습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그분이 또 한번 거액을 내시고 이사를 가셨다고.
수시로 천원, 만원을 봉헌하고, 사심없이 봉헌해 주신 분들의 정성으로 세워지는 화정동성당이라야 더 의미가 있을 거라고 주임신부 시절에 자주 말씀을 드렸지요.
나는 기초공사를 마치고 일명 땅에 뚜껑을 덮고 1층 공사를 시작하면서 그곳을 떠났습니다. 주임신부, 지구장 임기가 다 되어서 완공까지는 교우들과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소리소문 없이 봉헌해주셨던 분들의 정성과 노력으로 지금은 화정동에 성당이 우뚝 서 있습니다. (아직 빚은 5억이 남아있다고 하네요. 신자가 지금도 7천명이 넘으니까 금방 갚을 겁니다.)
오후에 갑자기 비가 많이 내렸는데 순례오셨던 분들이 불편하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되네요.
화정동에 서 있는 성전 안에 예수님의 마음과 예수님의 시선이 충만하게 머물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