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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위령의 날 마지막 날
- 등록일
- 202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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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11월을 위령의 달로 지냈습니다. 세상을 떠난 모든 영혼들을 기억하며 기도했습니다. 11월은 또한 나의 죽음을 준비하며 죽음에 대한 의미를 기도하는 시기입니다.
파블로 신부님은 '마지막 피정'의 글에서 죽음을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죽음이란 신랑이신 그리스도와의 영원한 포옹이요, 사라아하는 그분과의 만남입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전능하신 아버지 하느님만이 아시는 그날과 그 시간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 자신에게 묻습니다. 하느님과 만나는 그 죽음의 날, 우리가 그 은총의 시간을 한결같은 열정으로 열망하고 경외하며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죽음의 결정적인 마지막 순간에 갖게 될 그 마음과 시선으로 지금 이 순간의 삶을 바라볼 수 있도록 성령께 간청합니다."
오후 5시 성전에서 성체조배를 하면서 주님 만이 아시는 그 시간을 후회없이 준비해야겠다는 묵상을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웃음이 났습니다. 지난 11월 14일부터 21일까지 있었던 사제연례피정 중 성체조배시간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오늘 나는 강추위에 대비해서 모자와 장갑 그리고 따뜻한 외투로 무장하고 성체조배를 시작하였습니다. 발이 조금 시려서 다음에는 수면양말을 신고 와야겠다 생각했지요.
그러다가 피정 때 성당에서 성체조배 모습이 생각이 났습니다. 유독 성당만 실내온도가 높았습니다. 성당 난방을 조절하는 센서 고장으로 성당이 계속 더워져서 피정을 시작하고 며칠이 지나서는 거의 사우나 수준으로 더웠습니다.
일부 신부들은 반팔 상의를 입고 성체조배와 성무일도 기도를 하였습니다. '연옥 단련을 성당 안에서 그것도 성체조배 중에 하는 건가요?'라는 농담이 모두를 웃게 만들었습니다. 그날 천국과 연옥, 지옥에 대한 강의를 들은 날이었습니다.
사우나 같이 더운 성당과 방한 장비로 온몸을 무장할 정도의 추운 성당이 너무나 대조적인 곳에 있는 나의 모습이 나를 웃게 했습니다. 세상살이가 그런가 봅니다. 하루에도 냉온탕을 수없이 왔다갔다 하는 시간을 많은 이들이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그래요. 더우면 옷을 벗어버리고, 추우면 옷을 더 껴입고 그렇게 견디면서 선물로 주어진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하겠지요. 내가 바꿀 수 있는 환경은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요. 힘들어도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위령의 달, 마지막 날 세상을 떠난 부모님과 누나를 위해서, 은인들을 위해서, 주님만이 그 죽음을 아는 영혼들을 위해서도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