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암리 다이어리
성 금요일
- 등록일
- 2024-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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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부터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극성이었습니다. 멀리 보이던 불곡산은 윤곽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기상 후에 어제 저녁부터 점등 되었던 종탑등과 정원등을 껐습니다.
성당과 사제관 현관을 청소한 후에 성전에서 잠시 기도를 한 후 수난감실이 모셔진 사제관 1층 회의실에서 혼자 성체조배를 시작했습니다. 오전 8시 30분 경부터 11시 40분까지 약 3시간 기도를 하였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상의 말씀, 7개의 구절을 중심으로 묵상을 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오후 3시에는 강길웅 신부님이 엮으신 십자가의 길 기도를 교우들과 함께 바쳤습니다. 그리고 성삼일에 시작된 사제관 유리 닦기 작업을 저녁 식사 전까지 마무리를 하였습니다. 유리창이 다른 사제관보다는 많습니다. 부활맞이 유리 닦기를 마무리하고 나니 주방에서도, 거실에서도, 침실에서도 이제는 있는 그대로의 색을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먼지와 얼룩이 많은 유리창을 통해서 보는 세상은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왜곡시키거나 오염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배웠습니다. 공감 글에도 게시되어 있지만 이웃의 빨래가 더러운 것이 아니라 내 집 유리창이 더러운 것도 모르고 흉을 보는 어리석음의 시간들이 나도 모르게 많았겠지요.
저녁 7시 30분, 성 금요일 수난복음과 십자가 경배 예식 그리고 영성체 예식으로 전례를 마쳤습니다.
예절이 끝나고 나오는데 군산에서 오신 부부가 주차장에서 차박을 하시고, 내일 갈곡리 성당으로 출발하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날씨가 춥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옷을 갈아입고 마당에서 묵주기도를 바치는데 북두칠성이 머리 위에 놓여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밤하늘의 별이 평소보다 더 많이 말게 보였습니다. 미세먼지 속에 가려졌던 별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듯 합니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고 무덤에 묻히신 날,밤에도 저 별들 중에 골고타 언덕을 비추던 별이 있었겠지요. 죽음을 기억하는 언덕을 생명의 언덕으로 바꾼 예수님의 십자가를 다시 한 번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