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암리 다이어리
성 토요일 부활성야 미사와 부활대축일 낮미사
- 등록일
- 2024-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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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와 황사로 기분 좋은 날씨는 아니었습니다. 저녁 7시 30분에 빛의 예식으로 시작된 부활성야미사는 부활초 앞에서의 부활찬송, 독서와 복음 낭독 그리고 간단한 강론 후에
성수축복과 세례갱신예식. 성찬의 전례와 영성체, 부활달걀 축복과 장엄강복으로 마쳤습니다. 미사 후에는 부활달걀 1세트(달걀 3개와 요쿠르트 한 병)와 강마리안나 교우가 준비한 절편한 봉지씩 나눔을 가졌습니다.
교우들 스스로가 함께 준비한 전례를 통해서 죽음으로부터 다시 살아나신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였습니다. 구역에서 준비했던 사순시기 매주 금요일 십자가의 길 기도와 전례 준비까지 교우들이 함께 논의하고 협력하여 사순시기와 성주간을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미숙한 점도, 실수한 것도 있지만 저희 정성이 더 빛나는 시간이었습니다.
부활대축일 낮미사에는 어제 보다는 더 많은 교우들이 미사에 참례하였습니다. 강론은 이 베드로 교구장님의 마지막 부활메시지를 낭독한 후에, 부활의 의미와 십자가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미사 후에는 어제 부활달걀을 받지 못한 교우들에게는 부활달걀 1세트를 나눠드리고, 쉼터에서 삼계탕으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함께 식사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서 일부는 '테이크 아웃' 하기로 했습니다.
봉성체하시는 분들에게도 부활달걀과 삼계탕을 전달해드리고 했습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먹고 나시는 나라가 아니라 함께 나눔을 만들어가는 나라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봅니다.
부활의 은총과 생명의 빛이 신암리성당 공동체와 가정과 가족 모두에게 함께 하길 기도합니다.
+ 부활메시지를 게시합니다+
2024 의정부교구장 주님 부활 대축일 메시지
“한 사람의 의로운 행위로
모든 사람이 의롭게 되어 생명을 받습니다”(로마 5,18).
십자가의 죽음으로 모든 이의 구원을 이루신 예수님께서 절망의 장소이던 돌무덤에서 부활하셨습니다. 적막하고 황량한 죽음의 기운이 우리 마음을 짓눌렀지만, 주님께서는 당신 부활로 무덤을 막은 큰 돌을 치우셨듯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을 심어주셨습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부활의 기쁨이 여러분 모두에게 함께하시길 빕니다.
특별히 이번 부활을 앞두고 우리 교구에는 기쁜 소식이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자비하심 속에 새로운 교구장님이 임명되신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 교구의 목자로 일하실 손희송 베네딕토 주교님을 위해 한마음으로 기도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희망과 활력이 필요한 우리 시대
주님의 부활을 기뻐하는 오늘이지만,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짙은 어두움과 무력함이 자리해 있음을 보게 됩니다. 일상의 삶에서 체감되는 기후 위기 현상들은 해마다, 계절마다 더욱 심화하고,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 땅에서 일어난 전쟁은 그 끝을 알 수 없는 형국입니다. 이러한 비극 뒤엔 이기심으로 선의를 저버린 지도자들이 있고, 끔찍한 현실을 그저 무감각하게 대하는 우리도 어느새 그에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또한 우리 사회의 정치는 더 나은 삶을 위한 도구이기보다 전쟁터가 되어 버린 듯합니다. 화해와 일치가 사라진 살벌한 현실에서 출구를 찾지 못하는 젊은이들과 가난하고 힘없는 노인들은 더 크게 고통받으며 소외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그들이 다시금 희망과 활력을 가질 수 있도록 기도하고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십자가 안에서 희망을 봄
오늘날 어디에서 희망을 찾아야 할지 막막한 현실 앞에서, 우리는 먼저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주님께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24)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당신의 운명을 가리키며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구세주께서 당신의 권능을 드러내신 방법은 다름 아닌 ‘자기희생’이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파스카 축제 때, 어린양을 잡아 속죄의 희생 제물로 봉헌하곤 했는데, 이는 짐승 위에 안수하면서 사람의 죄가 제물에 옮겨지고, 그것을 잡음으로써 그 죄가 없어진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님이신 예수님께서는 바로 파스카 축제의 ‘어린양’으로서 죽임을 당하셨습니다. 사람들의 죄를 온전히 짊어지신 하느님의 어린양께서는 당신의 죽음으로 극진한 사랑을 드러내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의 희생보다 더 큰 사랑은 없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엉킨 실타래처럼 풀기 어려운 현실에서 그 해답을 오직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에게서만 찾을 수 있습니다. 십자가는 인간 구원을 위한 유일한 해답이며, 그곳엔 예수님의 희생이 자리해 있습니다.
십자가를 짊어지고 부활을 향해 걷는 그리스도인
주님께서는 십자가 죽음을 통해 우리의 죄를 씻고, 당신 부활로 새 생명을 주셨습니다. 이는 구세주 예수님께서 거저 주신 선물입니다. 언제나 우리의 공로보다는 부족함이 더 크지만, 그 부족함보다 항상 더 큰 건 주님의 은총입니다. 그분의 은총 없이 산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한편, 우리 그리스도인은 은총의 수혜자이면서 동시에 ‘은총의 협력자’로 살라는 부르심도 받았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십자가를 바라보기만 하는 이들이 아닙니다.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처럼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그분을 따라나서는 이들입니다. 참된 그리스도인은 ‘땅에 떨어져 죽는 한 알의 밀알’의 삶을 사는 이들입니다.
오늘 우리는 주님 부활 대축일을 맞으며 우리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외면한 채 부활의 영광만을 바라는 사람들이 되지 않아야겠습니다. 십자가 없이는 부활도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기억하고 ‘지금 이 자리에서’ 자신의 십자가를 용기 있게 짊어지는 자기희생의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할 때, 죄와 이기심, 어둠과 무력함을 극복하고, 예수님께서 주시는 복음의 기쁨을 전파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의정부교구 형제자매 여러분,
요즘 번잡한 사회 분위기가 보여주듯, 며칠 뒤에는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있습니다. 부디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일꾼들이 뽑히기를 기도합니다. 특히, 가톨릭교회의 사회 교리에 부합해, 법과 정책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 우리 각자는 비방과 혐오, 진영 논리 같은 세속적 방법과 기준이 아니라, 그리스도 예수님의 복음에 따라 관찰하고 식별하며 행동하는 유권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주님 부활 대축일 메시지는 제가 교구장으로 내는 마지막 공식 메시지가 될 것입니다. 그동안 저를 위해 기도하고 협력해주신 모든 교구민 여러분에게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담아 부활 인사를 드립니다. 죽음을 물리친 예수님께서 주시는 기쁨과 희망의 선물이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 가득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주님의 부활을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2024년 주님 부활 대축일에
+ 이기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