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암리 다이어리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성혈대축일
- 등록일
- 2024-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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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달리기로 6월의 첫번째 주일을 시작했습니다. 날씨는 화창하고 하늘이 높은 아침 운동을 마치고 나서 세탁이 끝난 빨래를 건조대에 널고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였습니다.
미사 강론을 위해서 모니터와 컴퓨터를 점검하였습니다. 오늘 강론은 '성모 마리아에 대하여' 영상과 함께 준비한 내용을 간단하게 설명하였습니다. 미사 후에는 사목회가 있었습니다.
사목회에서는 쉼터 제초작업과 쉼터에 설치할 십사처에 공지를 하고, 6월 주임신부 영명축일 준비 사항을 논의하였습니다. 서로의 의견을 나눈 후 축일 당일 식사는 열무국수로 정해졌습니다. 그리고 점심은 시원한 냉면으로 함께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쉼터에서 얘기를 더 나누는데, 순례하신 분들이 와서 성당으로 가 순례자축복기도와 안수를 해드렸습니다. 전주에서 오신 교우분들이었습니다. 쉼터로 초대를 하고 순례오신 분들을 마리나 자매님이 차를 대접하고 작은 선물도 나누었습니다.
나도 허영엽신부님의 만화로 교리설명이 되어 있는 책을 드렸습니다. 요즘 가족들과 함께 오시는 순례자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습니다. 많은 인원이 움직이기도 하지만 가족단위 순례가 더 많습니다. 보기도 좋고 화목한 분위기는 더 좋습니다.
오늘은 대축일이라 다이제스트에 쓴 강론을 소개하는 것으로 다이어리를 마칩니다.
<가톨릭다이제스트>
보고 맛 들여라 - 6월호 첫째 주 복음묵상
허영민 신부, 의정부교구 신암리성당 주임
만화책방을 내 집처럼 드나들던 초등학생 때, 첫영성체 선물로 <마르첼리노의 기적>이라는 책을 받았다. 태어나서 처음 받아 본 책 선물이니 인심 쓰듯 읽어보기로 했다.
갓난아기 때 스페인의 한 남자 수도원 문 앞에 버려진 마르첼리노는 12명 수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다. 5살이 된 마르첼리노는 어느 날 다락방에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발견하고 배고파 보이는 예수님께 빵과 포도주를 가져다드린다.
매일 그 빵과 포도주를 받아 드신 예수님은 마르첼리노의 소원을 물으셨고, ‘엄마가 너무나 보고 싶다’고 말한 아이는 하늘에 계신 엄마를 만나기 위해 예수님 곁에서 하늘나라로 간다.
마르첼리노와 예수님의 다락방 밀회는 호기심과 부러움을 불러일으켜 나는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혼자 있을 때면 나도 마르첼리노처럼 벽에 걸려있는 십자가 예수님께 빵이나 사탕, 과자를 내밀었다. 내가 내민 빵도 드실 것이라 믿었지만 반응 없는 예수님을 보며 ‘난 엄마가 계시니까’라며 스스로 위로했다.
마르첼리노가 고단하고 배고파 보이는 예수님에게 빵을 내어준 것처럼, 예수님은 우리의 영적 배고픔을 채워주기 위해 성체성사를 통해 당신의 살과 피를 내어주신다.
우리는 미사성제 안에서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고 당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시는 예수님을 만나게 된다. 영성체를 통해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룬 우리는 살아 움직이는 성체가 되어 다른 이를 살리기 위해 나의 살과 피를 나누어야 한다.
빵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성체 성혈이 된다는 것은 인간의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지만 마르첼리노처럼 성체를 순수하게 믿고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와 같은 사랑과 나눔의 삶을 살아가게 되리라.
우리는 삶의 풍요로움 속에서 다른 이들의 배고픔과 눈물을 잊어버리고, 다른 이들의 힘겨움에 눈 감아버리거나 무감각해져 있진 않은가?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 세계적으로 8억 2천만 명이 굶주림으로 고통받지만 7억 명은 과체중에 걸려있습니다. 음식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지만, 모든 사람이 음식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음식이 낭비되는 것은 통탄할 일입니다”
아직도 세상에는 배고픔이 넓게 자리하고 있다.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는 오늘도 성체 성혈을 통해 당신의 삶과 생명을 세상과 많은 이를 위해 내어주고 계신다.
성체성사에 참여하는 우리는 가난한 이들의 빵을 내 창고 속에 쌓아놓아서는 안 된다. ‘엄마’의 마음으로 가난한 이들과 빵을 나누고 배고픔과 아픔이 줄어들도록 작은 일부터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