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암리 다이어리
연중제22주일을 지내며
- 등록일
- 202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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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공기가 참 시원했습니다. 조금은 흐린 듯 했지만 오전 7시 30분이 지나면서 햇볕이 구름 속에서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그래도 푹푹찌는 더위는 거의 느끼지 못했습니다. 오늘 주일미사 때는 수녀님들이 무려 다섯분이 참석했습니다.
세 분은 옆집에 사는 분들, 두분은 휴가를 나온 수녀님들. 미사 후에는 잠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사목회가 있는 날이라 회의실로 옮겼습니다. 추석 맞이 벌초를 하러 가신 교우들이 계셔서 인지 미사 때는 안보이는 얼굴이 꽤 있었습니다.
가장 큰 추석명절이라 마음이 조금은 바빠지는 시기이지요. 오늘 회의는 쉼터 관련 문제와 다음 주일 본당의 날 행사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점심은 부대찌개로 그리고 시간이 되는 분들이 '아름다운 비행'카페로 이동 차나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살면서 느끼는 어려움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인생에는 해답은 없다고 하지요. 하루하루에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 뿐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내가 받은 은혜는 대리석에 써놓고 기워갚아가는 삶'이 되어야 함을 새삼 느끼는 오늘입니다.
알게 모르게 받은 것, 받고 있는 은혜로움에 감사하고, 나 역시 그 누군가에게 알게 모르게 줄 수 있는 삶을 살아내야겠지요. 감사하고 기도하고 기쁨에 찬 날들을 맞이하고 나누는 시간이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오늘은 다이제스트 9월호에 실린 복음 묵상 글을 올립니다.
보고 맛 들여라 - 9월호 첫째 주 복음묵상
허영민 신부, 의정부교구 신암리성당 주임
성경을 펼쳐 들면 하느님과 사람, 사람과 사람에 대한 말씀들을 만난다. 그중에는 율법과 규정, 계명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계명이나 율법은 가까이 계시는 하느님을 기억하는 길이다. 하느님께서 죄에 억눌린 이들을 해방시켜, 사람답게 살기 위한 지침이다.
오늘 예수님은 식사 전 손 씻는 정결례 문제를 통해 참으로 율법을 지키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 주신다. 이스라엘은 건조하고 먼지가 많은 지역이라 잘 씻어야 했고, 율법적으로도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이 귀하기에 식사 전에는 하느님 이름을 기억하고 부르면서 손과 그릇을 씻어야 했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손을 씻지 않자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은 “어째서 선생님의 제자들은 조상들의 전통을 따르지 않고, 더러운 손으로 음식을 먹습니까?” 비난한다. 사람의 생명이 귀해 손을 씻는 법이 있는 것인데, 손을 안 씻었다고 사람을 무시하고 차별하고 비난한 것이다.
율법과 계명은 ‘울타리’이다. 그 울타리를 통해 지키려는 것은 하느님의 구원과 사랑이다.
하지만 ‘울타리’가 더 중요해진 세상, 위선들의 빗나간 행태를 예수님께서는 통렬히 비난하신다.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 그를 더럽힐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그를 더럽힌다”
계명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속뜻은 보지 못하고 지엽적인 문구에만 매달려 정작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쉽게 놓치고 마는 인간의 모습이다.
울타리만 중시하느라 그 안에 담긴 하느님의 생명력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울타리를 통해 보존하려던 하느님의 생명력을 찾아내고 실행하는 것이다. 생명은 안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내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살펴보고 식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온갖 좋은 선물과 모든 완전한 은사는 위에서 옵니다… 여러분 안에 심어진 하늘의 말씀을 공손히 받아들이십시오. 그 말씀에는 여러분의 영혼을 구원할 힘이 있습니다”
이러한 식별과 선택은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선물과 은사를 즉시 받아들여 실행할 때, 우리의 영적 생명력은 생기를 얻을 것이다.
“말씀을 실행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말씀을 듣기만 하여 자신을 속이는 사람이 되지 마십시오”(야고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