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암리 다이어리

연중제18주일다해

등록일
2025-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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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불볕더위는 꺾일 줄 모르고 계속되는 한 주간이었습니다. 단체로 오는 순례단은 없었지만 가족 단위로, 본당 단체의 소수 인원의 순례는 이 더위에도 아침 일찍 혹은 오후 늦은 시간까지 순례를 오고 계십니다.

 

아침 운동을 하다가 만난 교우들에게는 양해를 구하고, 땀은 나지만 그 상태로 강복과 안수를 해드립니다. 그래도 기뻐하십니다.

 아침 운동 후 잔디를 깎다가 휠체어를 탄 교우와 두 분의 어르신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인사를 간단히 하고 쉼터 십자가의 길 입구에서 강복과 안수를 해드렸습니다. 전국 순례 중이라고 미사가 끝나고 잠시 대화를 나누는 중에 말씀하셨습니다. 함께 사진을 촬영하고 무사히 순례를 완주하기를 기원한다는 말씀으로 작별 인사를 대신 했습니다.   순례는 삶의 숨겨진 보물을 찾는 여정이라 생각합니다.

순례가 모두 끝난 다음, 아니 순례 도중에라도 길벗들이 ‘마음 밭에 숨겨졌던 보물’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 루카복음은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를 전하고 있습니다. 이 비유는 “선생님, 제 형더러 저에게 아버지의 유산을 나누어 주라고 일러 주십시오”라는 사람의 부탁을 듣고 하신 말씀입니다. 이 사람은 예수님을 유산분배의 심판관으로 내 세우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듣고 그는 하느님의 나라를 구한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라면 지혜가 남달리 많고 능력이 크신 분이니까 유산분배 문제를 속 시원하게 해결해주리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욕심을 부리는, 자기의 권리를 주장하는 형의 고집을 꺾어달라고 부탁하고 있는 것입니다. 

 유산문제는 결국 돈 문제입니다. 돈에 미치면 형도 없고 동생도 부모도 없습니다. 서로가 원수가 되어버립니다. 저 사람 때문에 내가 가난한 것만 같고 저 사람 때문에 내가 손해를 입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극단적으로 ‘저 인간’이 죽어 없어졌으면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예수님은 탐욕에 빠져들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경고를 하고 계십니다. 즉 필요한 것 이상으로 더 많이 가지고자 하는 마음을 조심하라는 말씀입니다. 한계를 모르는 소유욕, 목적도 없는 소유욕, 다 쓸수도 없으면서 무제한으로 가지겠다는 욕심은 결국 자신의 창고만을 크게 만들고 다음날 아침 싸늘한 주검으로 남는 것 밖에는 없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예수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자들에게 유언과 같이 남긴 성체성사가 있습니다. 당신을 기억하기 위해 행하라는 전례, 바로 미사입니다. 우리는 미사에서 예수님의 삶이 ‘내어주고 쏟는’ 나눔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우리도 그 몸과 그 피에 참여하여 ‘내어주고 쏟는’ 삶을 살겠다고 약속합니다.  

그것이 은혜로우신 하느님이 우리 안에 살아계시게 하는 일이고, 오늘 복음이 말하는 하느님 앞에 부요한 사람, 하늘나라 부자가 되는 길입니다. 

세상은 재물을 많이 소유한 이를 부자라 말하지만, 하늘 나라의 부자는 나눌 것이 많은 사람입니다. 하늘나라의 부자가 되는 여러분이 되시길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