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암리 다이어리
연중제24주일다해
- 등록일
- 2025-09-14
- 조회
- 143
- 파일
순례성지에서 사목을 하다 보니 아주 오래 전에 만났던 분들을 만나는 기회가 종종 있습니다. 며칠 전에 보좌신부 생활을 하던 왕십리성당과 압구정성당에서 만났던 분들을 만났습니다. 본당에서 봉사활동을 하시면서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주셨던 분과 첫 본당 왕십리성당에서 미국에서 일하시다가 서강대 통계학과 교수로 임용되면서 학교에 제출하기 위한 건강검진을 하였습니다. 그 검사에서 암이 발견되었고 급성으로 진행되어 몇 주 만에 유명을 달리하셨습니다.
1989년 서울한양대학병원에서 병자성사를 드렸던 가족을 만났습니다. 이제는 40대 후반이 되어버린 고인의 아들 2명은 미국에서 전문직에 종사하며 생활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아들들은 부친의 장례가 끝나고 왕십리성당을 방문하였을 때, 내가 삼겹살을 사준 것을 아직도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정말 삼겹살을 맛있게 먹었다고, 엄마가 한국에 가면 꼭 신부님 찾아뵙고 인사하라고 그렇게 말했다고 하네요.
벌써 35년 전의 작은 친절과 행동, 나는 잊고 살았지만, 그것을 기억하는 분들은 35년 혹은 34년을 간직하고 계셨습니다. 보좌신부로서 본당 사목을 했던 그 시간을 기억해주시고 감사한 마음을 가져주시는 것이 더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조차 감사한 마음으로 남겨진다는 사실을 이렇게 또 아주 긴 시간이 지난 후에야 배워봅니다. 오늘 나의 말과 행동이 그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추억이 될 수도 있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간이 될 수도 있겠지요. 정말 언행을 조심조심하는 날이어야 하겠습니다.
지난 수요일 10일은 전곡성당에서 4지구 사제모임이 있었습니다. 회의 전 성당에서 성체조배를 합니다. 그리고 회의 때는 주교님 전달사항과 각 본당 특이사항만을 보고하고 나머지는 회의록으로 참조하는 방식으로 회의를 진행하였습니다. 회의 후에는 잠시 휴식 후 성당에서 저녁 성무일도를 함께 바치고 식사 장소로 이동하였습니다. 즐겁고 유익한 저녁 식사는 약 1시간 정도, 갈 길이 먼 신부님들은 식사 후 악수로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습니다.
이번 주도 순례교우들이 하루 평균 10명 내외로, 그리고 어제 13일 토요일에는 세 단체가 비가 오는 중에도 순례를 와서 미사에 참례하셨습니다. 희년을 맞아 전대사를 받기 위한 순례도 많지만, 가족과 함께 기도 하기 위해 오시는 분들도 생각보다 많이 계십니다.
순례를 오시는 교우들을 위해서 본당 교우분들은 쉼터를 아름답게 조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주십니다. 시간이 나는 교우들이 혼자서 쉼터에 잡초를 제거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보고 있습니다.
늘 감사할 뿐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사용한 지가 오래되어서 밥솥을 새것으로 교체했습니다. 냉동실에 이미 해 놓은 밥이 있어서 아직은 사용 전이지만 맛있게 되리라 믿습니다. 새로 산 압력 전기밥솥의 밥맛은 다음에 전해드리겠습니다. 가뭄을 끝낼 정도는 아니지만, 강릉에도 비가 왔다고 하니 다행인 주말이었습니다. 또한 본당대청소로 성당을 반짝반짝하게 해주신 교우분들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