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암리 다이어리

연중제30주일다해를 지내며

등록일
2025-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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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날씨는 정말 초겨울 날씨를 방불케 했습니다. 월요일 아는 교우들과 함께 서울 용산에 있는 중앙박물관을 방문하였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학교 앞에 있던 경복궁과 함께 자리를 잡고 있었던 시절 한 번 방문하고 46년 만에 방문이었습니다.

그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현대적인 시설과 전시 기법 등에 놀랐습니다. 특히 박물관 입구에서 보이는 남산과 서울 타워 한 폭의 그림을 액자 안에 넣은 듯한 설계는 참 좋았습니다. 남산에 놀던 어린 시절도 떠오르게 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모처럼의 서울 나들이가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10월 21일화요일 오전에는 중산성당 성소후원회원들이 순례를 오셨습니다. 미사 전에 13명의 교우가 고해성사를 보고 미사에 참례하셨습니다. 미사 후에는 약 30여 분 정도 순례 성지와 순례 신앙에 대한 강의를 듣고 다음 순례지인 갈곡리 성당으로 떠났습니다. 사제와 성소자를 위한 교우들의 기도가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은혜로운 시간이 함께 하기를 희망해 봅니다.

 

그리고 23일 목요일에는 4지구 덕정성당 노인대학에서 60여 명의 학생과 봉사자 그리고 주임 최중복 신부님과 함께 순례를 오셨습니다. 미사 전 고해성사를 마치고, 미사는 최신부님과 공동집전을 한 후 30분 정도 강의를 한 후 순례자 축복기도로 마쳤습니다. 그리고 성당 현관에서 최신부님과 함께 머리에 안수를 해드렸습니다. 그리고 점심식사 후에는 갈곡리성당을 순례할 예정이라고. 순례를 통해 더 단단한 신앙을 선물로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본당 교우 22명은 24일과 25일 1박 2일로 강원도 고성으로 가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거의 한 달 이상 비가 온 흔적들이 밭에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고랭지 배추는 녹아버리는 듯한 모습이 많았고, 여행을 떠난 당일에도 속초와 고성 강릉도 오전 중에는 빗줄기가 강하게 내렸다고 했습니다.

 

비로 인해 대관령에 있는 삼양목장에는 방문할 수 없었지만 점심식사 후에는 비가 자자 들어 우산을 거의 쓰지 않고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주문진에서 식사를 마친 후 하루 묵을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고성팔경 중 하나인 황곡마을이었습니다. 고려말부터 조선 시대를 통해 함씨 집성촌으로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었습니다. 저녁 늦게 도착해서 마을 전경을 볼 수는 없었지만, 배정된 숙소는 정말 예전 집 구조를 그대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부엌은 넓고-물론 지금은 숙소에서는 불을 지필 수는 없지만- 방은 좁고 천장도 낮았습니다.

그리고 마당에서 신발을 벗는 턱이 거의 50CM 정도로 나이 든 분이 오르내리기에는 조금은 불편할 정도였습니다. 화장실은 밖에 샤워실과 함께 있었습니다. 물론 벌레도 있고 ㅎㅎ

 

나는 연락을 제대로 받지 못해 치약과 칫솔만 준비했는데 수건과 비누도 가져왔어야 했습니다. 함께 숙소에 머문 분들 도움으로 수건을 빌려주셔서 내의로 물기를 닦는 위기는 넘겼습니다.

다음 날 아침 식사는 된장찌개와 반찬 마을회관 앞 식당에서 했습니다. 어제 잠자리에 대한 것을 주요 화제로 얘기하면서 식사를 했습니다. 아주 오래전 초등학교 시절 양평에서 항아리 공장을 하던 그때 집의 구조가 생각났습니다. 아주 비슷했으니까요. 이번 황곡마을의 집은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 사용하는 나의 침대와 방이 얼마나 편하고 좋은 것인지 새삼 감사하게 됩니다.

식사를 마치고 단체로 기념촬영을 하고 김일성 별장과 이기붕 별장, 건봉사를 방문하였습니다. 건봉사는 금강산 건봉사, 부처님의 사리를 모시고 있는 곳이기도 해서인지 많은 불자가 사리에 대한 예를 바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거진항 근처에서 ‘삼숙이탕’으로 점심을 먹고 통일전망대를 방문한 후 신암리로 출발했습니다. 오는 길이 조금은 막혔지만 그래도 저녁 식사까지 마치고 헤어졌습니다. 몸은 피곤하였지만, 교우 간에 많은 대화를 나누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따뜻하고 건강한 공동체로 거듭나기를 기도합니다.

 

오늘 주일은 화정동성당 구역 분들과 잠실성당에서는 부부가 순례를 오셨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이 많았습니다. 본당 청소 날이라 교우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나는 순례자들에게 축복기도와 안수를 드리고 작은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점심 식사 후에는 빈첸시오 요양원 미사를 다녀와야 합니다. 늘 밝게 맞아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미사가 늘 기쁨이 넘칠겁니다. 

 

강원도 고성 ‘건봉사’ 주차장 입구에 만해 한용운의 시비(詩碑)에 있는 시를 기억해 봅니다.

 

<사랑하는 까닭 – 한용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