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암리 다이어리

중국 신자의 신암리성당 순례

등록일
202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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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5일 사제 연례 피정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쉼터 앞 주차장에 개인 택시 한 대가 서 있었습니다. 나는 사제관 앞 잔디밭에 차를 대고 피정 때 사용했던 용품들을 사제관에 내려놓고 제의를 제의실에 갖다 놓으려고 문을 열고 정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말씀 좀 묻겠습니다." 개인 택시 기사 분이었습니다. "제가 외국인 천주교신자를 모시고 왔는데요." 그분 뒤를 보니 한 중년 부인이 서 계셨습니다. 기사 분은 약간의 중국말을 하는 분이셨습니다. 

나는 구글 번역기를 가지고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긴 시간 대화를 나눌 수 없었지만, 성체를 영하고자 하는 열망이 크게 느껴졌습니다. 일단 강복을 주려 했더니 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제대 앞으로 그 자매님을 데리고 가서 장궤틀에서 강복을 주었습니다.

강복 후에 성체를 영하겠냐고 묻고, 세례명을 질문하였더니 '마리아'라고 대답했습니다. 성체를 영한 후 한참을 기도하였습니다. 그리고 죽은 이 한자로 '중림'을 위해서 미사를 신청하고, 성전 안에 있는헌금통에 감사헌금으로 봉헌했던 5만원을 꺼내서 나에게 주었습니다.

미사는 내일 오전 10시 30분에 고인을 기억하며 봉헌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가져온 중국 간자체로 되어 있는 희년 로고가 새겨 있는 작은 깃발을 꺼내서 제대 앞에 봉헌하였습니다. 나는 그것을 꽃장식이 있는 곳에 꽂으라고 안내를 해드리자 너무 환하게 웃었으며 기뻐했습니다.  

제대  앞에서 자신의 핸드폰으로  촬영을 하고, 나와도 촬영을 하고 싶다고 해서 기사 분이 사진을 찍어주었습니다. 이번 한국 여행 중 성지를 돌며 '희망의 순례자' 깃발을 봉헌하기 위해 오늘도 택시를 하루 종일 빌려서 순례 중인 듯 했습니다. 기도와 사진 촬영이 끝나고 헤어지면서 자신을 환대해주고 인사를 해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고개를 여러 번 숙여 인사를 했습니다.

먼 곳에서 찾아온 희망의 순례자 때문에 비오는 날 어두운 성전에 환한 빛이 가득해졌습니다. 그분이 봉헌하고 간 희망의 순례자 로고가 새겨진 붉은 깃발은 순례성지 안내판에 붙여 놓았습니다. 한 사람의 신앙의 발걸음이 사제인 저에게 또 다른 가르침을 주는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