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암리 다이어리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기념일

등록일
2026-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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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덥고 습한 날씨가 계속 되더니 이번 주간은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지난 주는 단체로 오는 순례객은 없었고, 개인과 가족 단위 혹은 홀로 순례객이 많았습니다. 기도와 순례가 멈추지 않는 시간이 늘 감사할 따름입니다. 가끔은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성당에서 기도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지만, 시간이 급해서인지 순례지 도장과 사진만 찍고 가시는 분들 심심치 않게 계시기 때문입니다. 성전에서 잠시 성체조배 후 사진을 찍고 순례도장을 찍으면 더 의미있는 순례가 되지 않을까요? 순례는 기도하기 위한 시간이니까요.

이번 주간에는 지난 주에 만났던 뒷 집, 나 혼자 일명 '인절미'라고 부르는 중형견(암컷)이 낳은 새끼들이 자주 생각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성당 컨터이네 밑에서 출산한 어미개는 거의 두 달동안 성당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고 새끼 강아지들을 키웠습니다. 지난 월요일 우연히 인절미가 컨테이너 앞에서 새끼들을 불러내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미개는 새끼들을 주렁주렁 달고 서서 젖을 먹였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이미 새끼들은 송곳니까지 난 상태여서 어미개는 무척 아팠겠지요. 

얼마 전에 성당을 방문했던 크리스티나 자매는 출산한 인절미를 보았고, 집에 돌아가서 어미개를 먹이라고 약간의 영양식을 보내왔습니다. 새끼를 키우느라 비쩍 말라버린 모습이 안타까웠다고 하면서. 사료를 먹이고, 영양식을 며칠 주었더니 제법 개꼴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보면서, '먹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새끼들을 보고 난 이틀 후에는 한 마리만 남고 나머지는 어미개가 데리고 갔습니다. 혼자 남은 새끼는 인절미가 와도 따라가지 않고 성당 컨테이너 밑에서 자고 먹고 혼자 정말 잘 놓았습니다. 새끼에게 더 이상 젖을 먹이지 않기에 퍼피용 사료를 불려서 영양식과 함께 4일 정도를 돌보았습니다. 인연이 닿으면 성당 개로 키울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6월 28일까지 떠나지 않으면.

6월 27일에는 저녁에 먹이를 먹고 나에게 다가와 신발에 냄새를 맡고 들어서 안아도 가만히 있었습니다. 쉼터 외부 의자에 앉아서 새끼 강아지(일명 흰색이라 '설기'라고 이름도 지어 불러주고 있었지요.)두 팔로 안아주자 금새 심장소리를 느꼈는지 잠을 자기 시작했습니다. 본의 아니게 설기양(암컷) 때문에 10분은 의자에 앉아 서쪽 하늘을 바라보며 개인 묵상을 하였습니다. 

잠이 깨는듯 하여 바닥에 내려놓고 컨테이너 쪽으로 걸어가자 설기는 내 뒤를 따라왔습니다. 놀이 기구로 준 골프공과 수건 조각을 물고 뜯으면서 노는 것을 보고 묵주기도를 마치고 사제관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28일 주일 아침에 일어나 달리기를 하러 가기 전에 먹이를 가지고 가보니 가지고 놀던 골프공과 수건 조각만 있고 설기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미한테 갔으려니 하고 사료는 두고 달리기를 약 50분 정도 하고 돌아왔는데도 설기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난 후 어미개 인절미만 나타나고 새끼 설기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미개도 새끼를 찾는 듯 컨테이너 주위를 돌면서 바쁘게 냄새를 맡고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새끼도 어디론가 떠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이상하게 올 것 같은 생각이들었습니다. 식사 후 산책이나 묵주기도를 하러 쉼터 쪽으로 가게 되면 컨테이너 앞에 앉아 있거나 혼자 쉼터 밭을 돌아다니며 놀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어제 토요일이 사무장님이 주인과 통화를 하고 나서 모두 5마리를 낳았는데 다 처분을 하였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기회를 놓쳤구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오늘 주일 아침에 일어나 달리기를 하려다가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기에 성당 잔디밭을 기계로 깎았습니다. 쉼터로 물을 먹으러 가면서도 또 습관적으로 컨테이너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나와 설기의 5일간  시간, 10분 정도 안아준 것이 다 인데 자꾸 눈에 어른거리네요. 안고 있는 팔뚝에 느껴졌던 설기의 따뜻함은 지금도 가시지가 않았습니다. 

어렸을 때 강아지를 좋아했던 나에게, 이제는 하늘에 계신 나를 낳아주신 아버지께서 6월 24일 당신의 기일을 맞아 내게 보낸주신  따뜻한 선물로 기억하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설기를 안고 있을 때 느꼈던 따뜻한 촉감은 내가 어렸을 때 당신의 무릎에 앉히고 당신의 두 팔로 안고 책을 읽어주시던 아버지의 그 팔뚝 온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나 혼자 이런 제목을 달아봅니다. '짧은 만남, 따뜻한 그리움'

따뜻한 마음으로 사목회의가 끝나고 주일 점심식사와 차 한잔 나눔 후에 돌아와서, 통나무 십자가가 있는  잔디밭을 깎고 잡초는 손으로 뽑아 정리하였습니다. 잘 정리된 사제관 앞 잔디밭 위에 어미 인절미가 혼자 앉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