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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무게

등록일
2023-02-16
조회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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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무게 - 조세핀 노버소 글

 

 

어느 먼 옛날~  

어떤 나라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그 나라의 임금님은 아주 먼 나라의 여왕과 약혼을 했습니다. 

머지않아 두 분은 대성당에서 혼인 미사를 올릴 것입니다.

 

그러나 임금님은 자신의 혼인 미사에 할머니 몇 분만 참여하실 것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다른 백성들이 혼인 미사에 오지 않는 이유는 

두 분이 아프거나 사이가 나빠지기를 바라서가 아닙니다. 

백성들의 신앙생활을 하는 데에 점점 무관심해지고 냉담했기 때문입니다.

 

마침내 임금님의 결혼식 날이 되었습니다.  

임금님의 혼인미사 시간 전이었습니다.

 

그 나라에서 가장 유일한 빵 가게 안으로 

누더기를 걸친 늙은 과부가 발을 질질 끌며 문에 들어섰습니다.

 

화려한 옷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최고급 빵과 과자를 사 가지고 

늙은 과부를 그냥 지나쳐 갔습니다.

 

빵장수는 최고급 케이크를 레이스가 달린 상자에 넣은 후 

리본으로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빵장수의 착한 아들은 자랑스럽게 세워 놓은 

임금님의 결혼식 케이크를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손가락으로 찔러 볼까 봐 잘 지키고 있었습니다.

 

과부는 마침내 붐비는 가게 안으로 들어와 빵장수에게 구걸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으로 청합니다. 오래된 빵 껍질 하나만 주신다면 

오늘 저녁 미사는 당신을 위해 바치겠어요. "

 

빵장수의 아들은 발뒤꿈치를 들어 

어린이들이 왕궁 백조에게 던져주도록 남겨놓은 빵을 집었습니다.

그러자 빵장수는 화를 냈습니다.

  

"이 여자가 전에 네 엄마가 그랬고, 지금 네가 그런 것과 같은 환상에 빠져 있구나! 

내가 이렇게 지키고 있지 않으면 

넌 저 여자와 함께 성당에서 무릎을 꿇고 있을 거야!"

 

갑자기 빵 가게 안이 조용해졌습니다. 

빵장수는 계산대를 보았습니다.

 

"나를 위해 미사를 드리겠다고요?" 

빵장수는 늙은 과부의 말에 시비를 걸었습니다.

 

"나는 미사보다는 당신의 동전소리가 듣고 싶소." 

"제겐 돈이 없어요." 과부가 작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러면 난 빵이 없소." 빵장수가 되받아 소리쳤습니다.

 

"아빠! 이분은 지금 하느님의 이름으로 청하는 거예요!" 

아들이 항의했습니다.

 

"그렇다면 하느님이 저 여자에게 빵을 주시겠지!"  빵장수가 외쳤습니다.

 

과부는 뒤돌아섰지만, 빵장수는 조롱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흠, 미사 한 대 값으로 빵을 몇 쪽이나 줘야 하나?" 

빵장수는 가장 얇은 종이 한 귀퉁이를 찢어서 거기에 글씨를 쓰고 

큰 소리로 읽었습니다.

"미사 한 대!" 

빵장수는 그 얇은 종이조각 을 놋쇠 저울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다른 편에 오래된 빵 한 조각을 올려놓았습니다. 

그런데 빵장수는 깜짝 놀라고 당황했습니다.

 

빵 한조각이 종이쪽보다 가벼웠던 것입니다. 

"말도 안돼!" 빵장수는 소리쳤습니다. 

그러고는 사과 모양의 과자를 빵 쪽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런데도 빵 쪽이 가벼웠습니다. 

빵장수는 커다란 케이크를 빵 쪽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래도 아직 모자랐습니다. 

저울 높이가 같아지도록 아주 맛있는 체리 컵케이크를 많이 올려놓았습니다. 

그러나 저울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빵장수의 아들이 재빨리 도툼한 초콜릿을 상자 안에 가득 넣고 

빵 쪽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래도 저울은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곡물 빵 열두 개와 롤케이크 조각 스무개를 저울에 더 올려놓았습니다.

"종이가 빵보다 훨씬 무거운 데요!"  

한 남자가 외쳤습니다.

 

"지난주에 분명히 왕궁 의 저울 담당자가 점검 했는데!"  빵장수는 투덜댔습니다. 

"뭔가 잘못됐어!" 

그 때 빵장수의 아들이 그 얇은 종이 조각을 들어내자 

저울에 올려놓았던 빵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떨어졌습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렸습니다.

 

"이게 웬일이야!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 

빵장수가 저울을 시험해 보자 사람들은 다시 조용해졌습니다. 

저울은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저울은 맞아요!" 한 여자가 말했습니다. 

"물론 맞고말고요! 난 정직한 사람이에요." 빵장수도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일이 이렇게 되자 손님들이 문을 힘껏 열어서 길 가는 사람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빵장수가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더 높이 쌓아라! 그리고 이번에는 저울 위에 놓는 그릇을 바꿔 보아라." 

아들은 식빵과 롤 케이크 와 과자와 케이크 들을 가져와 저울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자! 이제 진실이 드러나겠지!" 

빵장수는 그 작은 종이조각을 저울 위에 올려놓으면서 말했습니다.

 

빈 접시에 종이조각을 놓자 그쪽은 점점 내려앉고 빵들을 놓은 쪽은 점점 올라갔습니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군!" 

빵장수는 이렇게 외치면서 아몬드, 호두 등을 넣어 만든 빵들도 올려놓았습니다.

 

"미사 한 대의 무게가 이 모든 것들보다 더 무겁다니!" 

빵장수의 아들은 놀라워하며 말했습니다. 

빵장수는 어리둥절하면서도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그렇다고 빵장수 그만두고 사제가 되겠다는 생각은 하지는 말아라.  이게 무슨 망신이람!" 

빵장수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임금님 결혼식에 사용할 케이크를 가져오너라!" 

빵장수의 아들은 케이크 모양을 망칠까봐 조심스레 수레에 실어서 가져왔습니다. 

"셋을 셀 동안 이것을 저울에 올려라. 이걸로 이 말도 안 되는 일을 끝장내야지!" 

빵장수는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하나! 둘! 셋!" 아들이 휘청거리며 임금님의 결혼식 케이크를 맨 위에 올렸습니다. 

그러나 빵장수가 "미사 한 대.'' 라고 써 놓은 종이조각은 팔랑이지도 않았습니다. 

그 광경을 본 빵장수와 손님들은 크게 놀랐습니다.

 

바로 그 때 대성당의 종소리가 임금님의 혼인 미사 시간을 알렸습니다. 

빵장수의 아들이 그 종이조각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것을 집자마자 반대쪽 그릇에 있던 결혼식 케이크가 둔한 소리를 내며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사람들이 두 손으로 케이크를 붙잡았습니다.

 

한 사람이 거리로 나가 ''아베 마리아'' (성모송)를 노래했습니다. 

종소리가 계속 들려왔습니다. 

다른 손님들도 임금님의 혼인 미사에 함께 참여하기 위해 대성당으로 향했습니다.

대성당으로 향한 행렬이 줄을 이었습니다.

 

성가를 부르는 합창대에 한 사람 한 사람씩 참여하였습니다. 

너무도 충격을 받은 빵장수는 이리저리 살펴보았는데, 

사람들은 다 가고 가계 안에는 그 늙은 과부 한 사람만 남아 있었습니다.

 

빵장수는 그 과부에게 다 가져도 좋다는 몸짓을 해 보이며 말했습니다. 

"매일 오세요. 이제 다시는 배가 고프지 않을 겁니다!" 

과부는 미소를 지으며 아주 얇은 빵 한 조각을 집어 호주머니에 넣었습니다.

 

빵장수와 그의 아들과 늙은 과부는 

임금님의 혼인 미사에 참여하기 위해 대성당으로 향했습니다. 

기쁨과 놀라움으로 찬미와 환호의 노래가 이어졌습니다.

 

빵장수는 늙은 과부에게 물었습니다. 

"우리 가게에서 무엇이나 다 가질 수 있었는데 

왜 빵 한 조각만 가지셨어요? 빵장수가 물었습니다.

 

"저는 부끄러웠습니다. 미사에 거른 적은 없었지만, 

저는 미사 대신 오래된 빵 껍질 하나만을 청했으니까요." 

과부는 설명했습니다.

 

"당신처럼 저도 미사의 무게를 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