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암리 다이어리

폭염에도 순례는 계속 됩니다.

등록일
2023-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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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 후 청소를 끝낸 후 아침기도를 하러 성당으로 향했습니다. 벌써 현관 앞에 두 자매님이 신암리성당 약사를 읽고 계셨습니다.

"순례하러 오신 건 가요?"라고 물었습니다. 갑자기 뒤에서 나타난 나 때문에 화들짝 놀라셨습니다. "주임신부입니다." 란 말에 놀란 얼굴에서 반가운 얼굴로 변하셨습니다. 

"이 더위에도 순례를 오셨어요?" "그래서 아침에 일찍 출발했어요" 

두 분을 모시고 성당에 들어가 불을 켜고 제대 앞으로 가서 순례자축복기도와 안수를 해드렸습니다. 그리고 역사전시관을 안내해 주었습니다.

"마음 편하게 기도하고 가세요."라고 말씀을 드리고, 나는 나무 밑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아침성무일도를 바치고 식사를 하였습니다.

내가 순례자들과 함께 성당에 앉아있으면 기도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 같아 자리를 피해 드렸습니다. 꽤 오랜 시간 기도를 바치고 가셨습니다.

사제관에 돌아와서 오늘 아침은 아메리칸식으로 해결하고 강론을 정리한 뒤 미사를 드리러 다시 성당으로 갔습니다. 

미사를 봉헌하고 나와서 인사를 하는데 낯선 자매님과 형제님이 인사를 하였습니다. 순례자들이었습니다.

순례자축복기도를 위해서 기도문을 펴는데 갑자기 두 분이 무릎을 꿇었습니다.

"일어서서 하셔도 됩니다." "아닙니다. 무릎을 꿇는 것이 더 좋습니다. 생각지도 않은 축복기도와 안수를 받는데요."

순례자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나를 찾아오신 교우부부를 만나서 성당 마당 의자에서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두분은 본당에서 엠이모임에 참석하셨는 거기서 함께 교육을 받은 회원들 대표로 선출되셨다고 합니다. 얼떨결에 맡았는데 만만치 않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두분 자녀들 얘기를 나누었지요. 슬하에 남매가 있는데 누나는 유학 후에 약사로 활동하고 있고, 남동생은 축구선수로 생활하다가 부상으로 축구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준비하고 있다고.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는 서로 기대치를 낮추고 정말 서로에게 행복한 일을 찾아서 길을 가는 것이란 말로 대화를 마무리 하였습니다.

이전에 대한민국의 최고 재벌 회장께서 세상에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골프와 자식'이란 말이 생각났습니다. 

쉽지 않은 문제지만 사랑하고 믿으면 길이 좀더 많이 보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