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암리 다이어리

연중제32주일 평신도주일

등록일
2023-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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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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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서 성당을 한바퀴 돌아보았습니다. 코끝에 느껴지는 찬기운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사무장님의 부재 관계로 사무실 문을 열어놓고 결재서류에 서명을 하였습니다. 성당 안을 들어가 성체조배를 해보니 생각보다 춥지는 않았습니다. 다행입니다.

성전 현관의 나뭇잎들을 대강 쓸어내고 맨손 체조를 한 후에 사제관으로 올라왔습니다.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고 예비자교리를 준비하였습니다.

성탄대축일에 세례를 받는 이들을 위한 예비자교리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성령'에 대한 교리를 마치고 대부모 선정과 다음 주일 피정관계로 교리시간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를 말씀드렸습니다.

사목회장님과 대부모님들이 예비자와 함께 만남의 시간을 갖고, 묵주기도 하는 법을 정확하게 배우기로 했습니다.

교리 후에 바로 미사를 시작하였습니다. 오늘은 평신도의 날이라 여성총구역장 수산나자매님이 강론을 하시기로 했습니다.

명랑,쾌활하시던 수산나 자매님이 너무 바르고 곱게 강론을 하셔서 반전이었습니다 ㅋㅋ 

정말 반전은 미사 후에 내게 발생했습니다. 미사 파견 후에 순례자축복을 하고나서, 어디에서 오셨나고 물었습니다.

한 분은 성당 근처 직장이 계신 분이었고, 가족으로 방문한 이들은 내가 대화동성당에서 주임신부로 있을 때(1997-2002년) 첫 영성체를 받은 남매 가족이었습니다.

아빠 이름을 이야기하고 자세히 얼굴을 살펴보니 남매의 어머니 얼굴이 생각이 났습니다. 나도 반갑게 인사를 하고 "추운 날 왠일 이세요?"라고 어머니에게 묻자, 큰딸이 "신부님, 부탁이 있어서요. 내년 6월 29일에 서울 가회동성당에서 혼인미사를 하는데 주례를 부탁드리려고요. 큰 변동 사항이없으면요." 

"내가 유명인사가 아니라 내년 그 시간에는 계획이 없고, 피정도 그 전후로 있어서.  또 있다 하더라도 혼인미사는 주례할 수 있을거야. 그런데 내가 살아 있어야지." ㅋㅋ

꼭 살아계셔야 한다는 말과 함께 다음에 다시 한 번 찾아오겠다는 인사를 하고 가셨습니다. 

오늘은 성전 청소의 날이고 사목회의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맡은 구역을 재미있는 얘기도 하시면서 깨끗이 청소하셨습니다. 교우분들의 그런 모습을 보면, 성당을 정말 당신의 집처럼 생각하시면서 청소를 하시는 듯 합니다. 

청소가 끝난 후 회의실에 사목회가 있었습니다. 내년 기도쉼터 파종 계획을 자세히 설명하셨고, 대림기간 동안 강론시간을 이용해서 대림시기에 발간되는 성서문제 풀이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또한 성탄구유 준비와 12월 25일 세례성사와 내년 3월 3일 견진성사에 대한 논의도 하였습니다. 특히 대부모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였습니다.

사목회의는 늘 사랑방 모임 같습니다. 격식보다는 서로의 의견을 얘기하고 그야말로 '경청' 그 자체입니다. 

사목회를 마치고 점심식사는 모두 함께 하지 못하고 7명만 하였습니다. 늘 일상으로 바쁜데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어주시는 교우분들께 감사한 마음으로 오늘을 마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