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암리 다이어리
주님공현대축일나해
- 등록일
- 2024-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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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공현대축일로 새해 첫 주일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전례상 동방박사님들은 오늘 하루만 얼굴을 보여주시고 예수님께 예물을 드리신 다음 다시 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먼 길 별을 따라 예수님께 경배하러 오셨는데 많이 아쉽니다.
올 1월부터 가톨릭다이제스트에 매월 강론을 쓰기로 했습니다. 주님공현대축일 나해 강론이 1월호에 실렸습니다. 12월까지 매월 첫번째 주일에는 다이제스트에 있는 내용을 함께 보려고 합니다.
<주님공현대축일나해 강론>
신암리성당에 부임한 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작년 2월 20일, 사제관 이삿짐 정리를 전 성당 교우 분들이 오셔서 도와주셨다.
사제관의 묵은 때를 쓸고 닦고 하다 보니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이삿짐 정리를 도와 준 교우분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려고 했으나 식당들은 영업이 끝나서 문 연곳이 없었다.
한창 저녁식사 영업중이어야 할 오후 7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였건만. 그제서야 아차, 싶었다. 여긴 시내가 아니라는 걸 그때서야 실감했다.
온종일 짐 정리를 해 주신 교우분들에게 너무 미안했지만 저녁식사 대접도 못한채 작별인사를 하고 그분들은 돌아가셨다.
어둠이 짙게 깔리고 혼자 남겨진 성당 사제관에 들어와 냉장고에 남아 있는 음식으로 저녁식사를 때웠다.
아직은 낯설은 곳이였지만 빨리 적응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묵주기도를 바치려고 마당으로 나갔다.
옷을 단단히 차려입고 나갔지만, 2월의 꽃샘추위는 옷속을 파고 들어와 온 몸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묵주기도 중에 저 너머 감악산 쪽 하늘에 있는 북두칠성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거기서 북극성과 카시오페아 별 자리를 나도 모르게 찾고 있었고, 어느 순간 묵주기도는 멈춘채 나는 더 많은 별자리를 찾기 위해 핸드폰을 검색하고 있었다.
도심에서는 볼 수 없는 수 많은 별들이 깜깜한 밤하늘에서 반짝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추운 것도 느끼지 못하고 한참 동안 밤하늘의 별을 따라 여행을 하였다. 그 여행 때문에 묵주기도는 사제관에서 마칠 수 밖에 없었다.
그날 나는 이 땅에서 별을 신비로운 마음을 가지고 바라보았다. 물론 별을 과학적으로, 물리적으로 설명하면 신비로운 마음보다는 그저 지구와 같은 행성, 반짝이는 저 별은 빛이 내 눈에 비치기 전에 사라졌을 수도 있는 땅덩어리에 불과하겠지만 말이다.
오늘 복음에서 세 명의 현자들은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다."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천문학자들에 의하면 예수님 탄생 즈음에 목성과 토성이 근접하는 사건이 실제로 있었다고 한다.
목성은 왕을 상징하고, 토성은 유다인을 상징하므로 토성에 목성인 근접한 현상은 유다인에게 왕이 태어나는 상징으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동방박사들은 예루살렘에 와서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하고 질문하였다.
하늘을 바라보며 참 진리이신 주님을 찾아 떠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를 주님께 이끌 별을 발견해야 한다. 별은 자신의 방에서 밖으로 나와야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별은 ‘탐욕의 별’이 아니라 ‘주님의 별’이라야 성모님과 성 요셉 그리고 아기 예수님이 함께 계시는 말구유로 우리를 인도할 수 있다.
별을 발견하였다면, 이제 아기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서야 한다. 동방의 세 현자들은 주님의 별을 따라 지금까지 살아온 온실을 떠났다.
길 떠남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과거의 편안함이 그립고, 미래의 불안에 회의에 빠져 마음이 어두울 때도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그들을 인도하던 ‘주님의 별빛’이 사라지기도 하고, 종종 길이 너무 복잡해서 혼란스럽기도 했다.
또한 사악한 헤로데처럼 위험천만한 사기꾼을 만나, 간교한 유혹을 받기도 했다. 그 모든 역경 가운데 현자들은 흔들림 없이 ‘주님의 별’이 가리키는 길만을 갔다.
그리고 천신만고 끝에 구유에 누워계신 아기 예수님을 만나 준비한 예물을 드렸다. 이제는 나의 형제애, 그 누군가를 위해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마음, 그리고 따뜻한 미소의 예물을 준비해서 ‘주님의 별’을 쫓아 나서야 하지 않을까?
오늘 밤하늘의 별을 보며 내가 바라볼 수 있는 ‘주님의 별’ 하나를 찾아보면 좋겠다.
작년 2023년 이맘 때쯤 주교님과 면담하였는데,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갔습니다.
한 해 동안 교우들과 함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일이 힘들기도 했지만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희노애락을 나누고,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일하는 것, 그렇게 사는 것이 인생이요 하느님의 뜻을 살아내는 것이 아닐까요?
오늘도 사목회가 끝나고 쉼터에서 약밥과 사발면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다가 저녁까지 먹을 뻔 하였습니다.
쉼터에서의 대화가 너무 재미 있어서 시간 가는 줄을 잊었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