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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과 하와(허영엽신부 글)
- 등록일
- 202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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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1) 내가 만약에 아담, 하와라면?
초등학교 주일학교는 모두 개근을 했다. 그렇게 어린 시절 싹수부터 파릇파릇했냐고요? 절대 아니죠. 온갖 핑계와 잔병치례로 정작 학교는 많이 결석했다. 주일미사와 주일학교는 빠지면 평소 인자하던 아버지가 화를 내시고 회초리를 드셨기 때문에 결석할수 없었다. 주일학교에서 배운 교리 중에 지금도 생생한 건 아담과 하와의 이야기다.
한 학생이 손을 번쩍 들며 “하느님은 왜 사과를 따먹지 말라하셨나요?”라고 물었다. 그런데 대학생인 주일학교 선생님이 당황하고 얼굴이 빨개지고 말씀도 꼬이셨다. 그러자 옆에 개구쟁이 친구가 발로 툭차며 “짜식아, 하느님이 먹지 말랬잖아” 하니까 “그러니까? 왜 먹지 못하게 했냐고요?”하면서 두 놈이 엉겨붙어 뒹굴면서 수업이 끝났다. 호기심 많던 친구는 대학교수가 되었고 선생님을 도우려했던 친구는 변호사가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중요한 정곡을 찌르는 질문이었다.
하느님은 에덴동산을 완벽한 장소로 창조하셨다. 창조사업의 갑과 을은 확실하다. 인간에게 이미 창조된 피조물들을 관리할 책임과 권리를 주셨고 단 하나 하느님이 지적한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는 것이다. 아담 부부는 동산의 모든 것이 내 것인데 저 나무 열매 하나쯤이야 하고 쉽게 생각했다. 이때 유혹자 뱀이 등장한다. 구스의 작품 ‘뱀에 유혹당하는 아담과 하와’(1470년경)를 보면 뱀의 앞부분은 아름다운 사람의 모습으로 하와를 올려다보고 있다. 뱀이 사람을 유혹할 때 송곳 질문을 한다. 왜 그 열매는 안 먹냐고. 하와는 열매를 먹으면 우리가 죽는다고 대꾸한다. “이 바보들아, 거짓말이야. 그 열매를 먹으면 너희 눈이 밝아져 하느님처럼 되는 거야.”
피조물이 하느님처럼 될 수 있다는 유혹, 내가 전지전능한 신이 된다는 유혹의 말이 아담 부부에게 꽂힌다. 아담 부부는 결국 하느님이 만들어 놓은 질서를 어지럽힌다. 하느님과 우리를 떼어놓으려는 악의 유혹은 항상 달콤하다. 우리나라의 범죄 중 가장 많은 범죄는 사기라고 한다. 사기인줄 미리알고 넘어가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사탄은 본시 고발자라는 뜻으로, 뱀(사탄)의 역할은 인간 삶 안에 있는 끝없는 욕심과 한계성을 지적한다. 우리는 늘 경각심을 가져야한다.
“사탄의 가장 은밀한 간계는 오늘날 사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신시키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오죽하면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저서에 ‘악마는 있다’라는 제목을 붙이셨을까. 하느님의 말씀을 어긴 아담 부부는 하느님이 무서워 나무 뒤로 숨었다. 하느님은 사람을 부르신다.
“ 너 어디 있느냐?”
이 질문은 장소를 묻는 게 아니라 지금 우리 모두에게 하는 질문이다.
“나는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나는 누구인가?”
인간의 본질에 관한 문제이다. 올해 이 문제의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할 때 나의 삶은 좀 더 겸손해지고 새로운 눈을 뜨게 될 것 같다. (가톨릭신문, 2024-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