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암리 다이어리

3월 병자영성체

등록일
2024-03-05
조회
158
파일

오늘 아침은 평소보다 눈이 일찍 떠졌습니다. 시계를 보니 오전 6시 20분, 어제 저녁에 확인한 바로는 오전 6시 40분 전후가 일출이었는데, 많이 어두웠습니다. 날씨가 흐린 탓이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아침기도를 바친 후에 아침운동을 마치고 빨래를 세탁기에 돌렸습니다. 아침식사와 설겆이를 마치고 나니 빨래하던 세탁기가 끝나는 알람이 울렸습니다. 건조대에 빨래를 걸면서 아침시간이 지나갑니다.

미사 후에 오늘은 병자영성체가 있는 날입니다. 성체를 모시고 대진요양원으로 11시 5분 경에 출발하였습니다. 차를 타고 가는 중에 요양원 사회복지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요양원 입구가 공사중이니까 차를 앞쪽 주차장에 주차를 하라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회장님은 순발력을 발휘하여 평소 가던 길이 아닌 반대 방향으로 요양원 입구에 접근하셨습니다.

코로나 검사를 하고 할머니들이 기다리고 계시는 곳으로 올라갔습니다. 모두 아홉 분이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한 분은 이유는 알수 없지만 참석하지 못하셨습니다.  

 

기도와 성체를 모시고 나서 안수를 해드렸습니다. 늘 그렇듯 할머니들은 나를 반갑게 맞아주시고, 오늘은 한 분이 마지막 인사로 악수를 하는데 '일만 원' 한 장을 손에 쥐어 주셨습니다. "신부님, 커피 한 잔 사드세요." 그러자 옆에 계신 할머니는 '난 돈 안가져왔는데." 하셔서 함께 웃었습니다.

  

       

그리고 본당 교우들에게 향했습니다. 본당 구역장님들이 세 분이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할머니에게 '식사는 하셨어요?'하고 묻자, '죽지 않으려고 아침, 그리고 세끼 챙겨 먹어요.' 라고 대답하셨습니다.

그분은 늘 병자영성체를 마치면 '빨리 죽어야 하는데'라고 기도하시는 분입니다. 그분의 대답에 모두가 한바탕 크게 웃었습니다. 여성총구역장님은 오늘 병자영성체 하는 분들에게 당신이 만든 호박죽을 전달해주셨습니다. 

다음 집에 도착하자 문을 활짝 열어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문이 닫혀지지 않게 수세미가 살짝 걸쳐 놓여져 있었습니다. 눈에 크게 뜨이지 않게. 할머니의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모습이지요.

요즘 운동을 하라는 자녀들의 말을 듣고 밖에 나가 동네에서 보행기에 의지해서 움직이는데 많이 힘들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래도 자꾸 움직이세요. 다리는 안쓰면 더 안좋아져요.'라는 회장님의 말씀이 이어졌습니다. 요즘들어 수술한 눈도 또 잘 안보이신다고 하네요. 나이가 들어서 찾아오는 것이니 너무 마음쓰지 말라는 회장님 말씀, 때가 되면 받아들어야 하는 것도 많아지겠지요.

이제 마지막 집, 황방리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에서 예식이 끝나고  자매님의 청에 따라 회장님은 전기레인지 옮겨주시느라 힘을 쓰셨습니다. 오늘 이렇게 병자영성체를 구역장님들과 함께 마쳤습니다.

그런데 날씨는 여전히 흐립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