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암리 다이어리

연중제18주일나해 주일을 지내며

등록일
2024-08-05
조회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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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주일이었습니다. 미사 후에는 교우분들과 함께 8월 6일 순례를 올 어린들을 위해 텐트를 치고 식사를 할 탁자와 의자를 정리하였습니다. 그리고 함께 하신 분들과 시원한 메밀국수를 점심으로 먹었습니다. 난 고기덮밥을 먹었지요 ㅎㅎ 

그리고 돌와와서 한국남자 양궁 16강전을 보면서 오후 시간을 보냈습니다. 선수들의 실력이 거의 대등한 양궁, 한발의 실수는 탈락으로 이어지는 정말 대단합니다. 30점 만점을 쏘고도 질 수 있으니 말입니다. 서로가 경쟁하면서도 서로가 함께 축하해주는 모습들, 진정한 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웁니다.

연중제18주일 강론을 올립니다.

<"하느님의 일을 하려면 저희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이에 대한 예수님의 대답은 뜻밖이다. "하느님의 일은 그분께서 보내신 이를 너희가 믿는 것이다." 하느님의 일을 한다는 것은 자선이나 봉사 등 활동에 우선하여 하느님께서 보내신 분을 믿으라는 말씀이다.

 

하느님께서 보내신 분을 믿는 것은 빵이든 시간이든, 재물이든 건강이든 세상에서 우리가 누리는 것들이 어디서 왔는지, 누가 주셨는지 깨닫고 믿는 것이다.

 

다시 말해 빵을 먹고 힘을 내서 무슨 일을 하기 이전에 그 빵이 어디서 왔는지, 누가 주신 것인지를 깨닫는 일이다.

 

"하늘에서 너희에게 빵을 내려 준 이는 모세가 아니다. 하늘에서 너희에게 참된 빵을 내려주시는 분은 내 아버지시다. 하느님의 빵은 하늘에서 내려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빵이다." (요한 6, 32-33)

 

법정스님과 작가 최인호 님의 대화를 엮은 꽃잎은 져도 꽃은 지지 않네에서 자기 논리에 빠져 바보의 벽에 사로잡힌 현대인들에게 길을 제시하고 있다.

 

<심봉사가 공양미 삼백 석을 바치고도 눈을 못 뜨다가 왕비가 된 심청이가 벌인 맹인 잔치에 가서 아이구, 내 딸 청아.”하고 눈을 뜨지 않습니까? 사람은 모두 공양미 3백 석이 있어야만 눈을 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공양미 3백 석은 있어야 한다는 자기 논리, 그게 일종의 바보의 벽이겠지요. 우리의 삶이 정말 맹인 잔치인 것 같습니다. 성경에도 그런 말이 있습니다.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듣고 눈이 있으면 보라.’>

 

당신의 공양미 3백 석은 무엇인가? 그것이 헛된 믿음을 위한 것인지 살펴야 한다. 살아있는 생명의 빵을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그런 공양미 삼백 석에 목매는 삶은 아니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많은 이들이 물에 빠진 사람 건져 놓으니까 봇짐 내놓아라그렇게 살아간다. 감사도 모르고 나눔도 눈감은 채 나 살기 급급함에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며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말한다.

 

하느님께서는 공양미 삼백 석을 쫓는 이들에게 큰 벌을 내리는 대신 영적, 육적 배고픔을 채울 빵을 내려주셨다. 하느님께서는 사람과 다르시다.

 

우리 영혼의 굶주림과 갈증을 채울 분이 바로 하느님이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뿐이심을 믿게 하기 위한 것이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의 의미이다. 그리스도야말로 생명의 빵이시다.

 

예수 그리스도가 생명의 빵임을 믿고, 받아 모실 때 새 인간의 새 삶이 시작된다.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 안의 새 생활을 다음과 같이 전한다.

 

"지난날의 생활 방식에 젖어 사람을 속이는 욕망으로 멸망해 가는 옛 인간을 벗어 버리고, 여러분의 영과 마음이 새로워져, 진리의 의로움과 거룩함 속에서 하느님의 모습에 따라 창조된 새 인간을 입어야 한다."(에페 4,22-24)

 

목이 마르고 갈증이 나면 생수를 마셔야지, 탄산음료를 마신다면 갈증만 더 날 것이다. 사람이 새로워지는 것은 무슨 활동이나 일을 해서가 아니라 먼저 그리스도가 하늘에서 내려온 빵임을 믿는 데서, 하느님이 우리를 위해 외아들을 보내주신 그 큰 사랑을 믿는 데서 출발한다는 말씀이 아닐까?

 

자신의 내면을 잘 살피고 새 인간을 입기 위해 자신에 닥친 난해한 삶의 질문을 피하지 말고 직면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삶과 생명에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를 깨닫고 아는 만큼, 헛된 믿음과 완고한 믿음에서 벗어난다.

 

그때 나도 누군가의 배고픔을 없애주는 생명의 빵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