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암리 다이어리

연중제31주일을 지내며

등록일
202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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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간이 빨리 지나고 또 새로운 주간이 시작됩니다. 사제총회에 1박2일 참석하여선지 지난 한 주간은 더 빨리 지나갔습니다. 11월은 첫날 모든 성인의 대축일로, 2일은 위령의 날로, 오늘은 연중제31주일로 지냈습니다. 

아침달리기를 하고 정리체조를 마쳤는데 부부가 순례를 오셔서 성모상 앞에서 기도를 하고 계셨습니다. 인사를 드리고 축복기도와 안수를 해드렸습니다. 자매님이 '제 남편 고해성사 좀 주세요.'라고 말하자, 형제님은 '지난 주에 성사를 받았습니다.'하고 대답하였습니다. 

형제님이 한 두걸음 뒷걸음질 하면서 말씀하시는 모습에 제가 웃었습니다. "순례까지 와서 부담 주지 마시고 좋은 마음으로 기도하고 가세요." 말씀드리고 사제관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늘은 주일미사 후에 사목회의가 있었습니다. 쉼터 문제와 전례에 대한 문제 등을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사목위원 중에 두 분이 무릎 관절 수술을 받는다고 해서 걱정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사람의 몸이란 것이 유효 기간이 있다 보니 자연스러운 일이라 받아들입니다. 수술 잘 마치고 재활운동 잘 하셔서 다시 건강한 질높은 생활이 되기를 바랍니다.

가톨릭다이제스트 11월 첫째주에 기고한 강론을 올립니다.

 

보고 맛 들여라 - 11월호 첫째 주 복음묵상

 

허영민 신부, 의정부교구 신암리성당 주임

 

위령의 달 11월은 세상을 떠난 모든 영혼들을 기억하며, 또한 나의 죽음을 준비하며 죽음의 의미를 묵상하는 시기이다.

파블로 신부의 책 <마지막 피정>에 이런 글이 있다. ‘죽음이란 신랑이신 그리스도와의 영원한 포옹이요, 사랑하는 그분과의 만남입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전능하신 아버지 하느님만이 아시는 그날과 그 시간이 있습니다.

하느님과 만나는 그 은총의 시간을 한결같은 열망으로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에 갖게 될 그 마음과 시선으로 이 순간의 삶을 바라볼 수 있도록 성령께 간청합니다’

 

한파주의보가 내린 날, 성당에서 성체조배를 하면서 하느님과 만나는 죽음의 날, 주님만이 아시는 그 시간을 후회 없이 준비해야겠다는 묵상을 하고 있었다. 강추위에 대비해 모자와 장갑, 따뜻한 외투로 무장했지만 발이 시려서 다음에는 수면양말을 신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갑자기 사제 연례 피정 중 성체조배 시간이 떠올라 웃음이 났다. 난방 센서 고장으로 성당이 계속 더워져서 피정을 시작하고 며칠이 지나서는 거의 사우나 수준으로 더워졌다. “연옥 단련을 성당 안에서, 그것도 성체조배 때 하는 건가요?” 한 사제의 농담에 모두 웃었다.

 

감실 안 예수님도 춥고 외롭지 않으실까 싶어 “예수님, 추운 이 성당에서 오늘 예수님 곁을 지키겠습니다. 좋으시지요” 말씀드렸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완전히 다른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느님을 사랑하고 예수님 곁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나를 먼저 사랑해 주고, 내 곁을 지켜주고 계신다고.

 

‘하느님을 사랑하라’는 말씀은 하느님께서 나를 먼저 기억하고 사랑해 주시는 것을 알고 믿으라는 의미가 아닐까. 그 뜻을 새기며 복음을 다시 읽는다. “하느님께서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너를 사랑하신다”

하느님께서 손수 흙으로 빚으시고 당신 숨으로 생명을 주신 나를 기억해 주심을 믿어야 한다. 그 믿음이 내가 하느님께 사랑받는 존재임을, 그 사랑으로 내가 살아있음을 발견하게 한다.

그런 사람이 어찌 자기 곁에 있는 이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말씀은 계명이 아니라 일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세상살이가 팍팍할지언정 나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을 기억하자. 그 기억과 하느님을 향한 나의 믿음을 가지고 더우면 옷을 벗고, 추우면 옷을 더 껴입으면서 선물로 주어진 하루하루를 살아내자.

위령의 달, 세상을 떠난 부모님과 누나를 위해서, 은인들을 위해서, 주님만이 그 죽음을 아는 영혼들을 위해서도 기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