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암리 다이어리
위령의 날을 지내며
- 등록일
- 2025-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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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교구 사제총회가 29일부터 30일까지 한마음청소년수련원에서 있었습니다. 29일 오전 미사를 봉헌하고 순례자들에게 축복기도와 안수를 해드리고 마치려는데, 성지에 대한 말씀과 함께 좋은 말씀을 부탁한다는 청을 하였습니다. 50분 정도 강의를 하고 나니, 거의 12시가 다 되었습니다.
미사 전에 밥을 미리 해놓아서 다행스럽게 점심 식사를 바로 할 수 있었습니다. 오후 1시 20분 경 도착, 주차장이 한가했습니다. 배정된 방에 가서 대충 정리를 하고 성체조배를 한 후 교구장님 사목 교서 설명과 각국 설명이 이어졌고, 저녁 기도 후 저녁 식사를 하였습니다. 다음 날 오전 아침기도와 식사 후 지구장 선거와 주교님 말씀, 미사와 단체 사진 촬영으로 사제총회를 마쳤습니다.
11월 위령성월, 모든 성인의 대축일로 시작, 다음 날은 위령의 날, 주일과 겹쳐지만 위령의 날이 전례 등급이 연중 주일보다는 높아서 대영광송과 사도신경은 생략, 상황에 따라 할 수는 있지만 매일 미사 책에도 생략되어 있어서 그것을 따라서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죽은 이를 위한 기도와 기억의 시간, 연옥영혼을 위한 기도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살아 있는 이들이 더 잘 살아 하느님의 생명과 일치하기 위해 더 필요한 것이라 믿습니다. 미사 후에는 11월 사목회에 참석하였습니다. 11월 중 행사와 쉼터 운영 계획에 대한 논의를 한 후 점심 식사는 돌솥비빔밥으로.
위령성월을 맞이하기 바로 전날 10월의 마지막 날, 팔당에 있는 신당동성당 소화묘원에 모셔져 있는 부모님과 큰 누님을 만나러 갔습니다. 짧은 연도와 절을 올리고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를 한참 동안 바라보고 신암리로 돌아왔습니다.
남한강을 따라 올라가면 양평 오빈리라는 곳이 있습니다. 아버지는 그곳에서 항아리 공장을 꽤 오랫동안 운영하셨습니다. 덕분에 양평이 개발되기 전 그곳에서 초등학교 방학 때는 늘 지냈습니다.
지금 양근성지가 있는 그곳을 ‘또두름산’이라고 동네 노인분들이 불렀습니다. 물속에 잠겨져 있는 모습을 보면서 상류에서 떠내려와서 그곳에 자리를 잡았다고 하셨습니다. 길쭉하게 땅과 연결된 그 사이로 강물이 들어와 있어서 그 모습을 보고 붙여진 이름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곳은 겨울이 되면 꽝꽝 얼어서 내가 스케이트를 타던 곳이었는데, 6.25 전쟁 때 전투가 치열해서 인민군과 국군이 많이 전사한 곳이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곳이 성지인지는 모른 채 여름엔 어른들 따라가서 낚시하고 겨울에는 썰매 타고 스케이트 타고.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나 혼자 시외버스를 타고 오빈리에 내려주고 출발하면서 먼지를 일으키던 버스, 흙먼지가 날리던 비포장의 길과 항아리 공장으로 올라가는 길에 피어있던 코스모스들, 용문산 정상에 걸려있던 하얀 뭉게구름, 물레 앞에서 항아리를 만들던 아저씨들, 양근성지의 1970년 초반의 모습은 오늘도 눈앞에 생생합니다. 기억이 주는 선물이겠지요.
11월 위령성월을 지내면서는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서 자주 연도를 바쳐야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묵상해 봅니다.
<잘 살아야 죽는 날이 언젠지는 몰라도 잘 죽을 수 있다.
매일 같이 맞이하는 오늘을 잘 살아야 죽음의 두려움을 넘어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