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사순제4주일 강론

등록일
2020-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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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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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 사순 제4주일(2020. 3. 22)

[1사무 16, 1ㄱㄹㅁㅂ.6-7.10-13ㄴ]- 다윗에게 기름을 붓다

[에페 5, 8-14]- 빛의 자녀

[요한 9, 1-41]- 태어나면서부터 눈먼 사람을 고쳐주시다

 

  찬미 예수님!

  교우 여러분, 지속되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건강하십니까? 저희 신부들과 수녀들은 여러분들의 기도에 힘입어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루라도 빨리 이 사태가 종식되기를 바라면서 매일 미사와 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오늘도 우리본당 내의 모든 가정에 주님의 자비와 평화가 깃들기를 빕니다.

 

  우선 공지사항부터 전하겠습니다. 지난주에 열린 한국천주교 춘계주교회의에서는 코로나19 사태에 관한 담화문을 발표했습니다. 주교님들은 병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사회적 심리적인 피해까지 확산되는 이 상황을 걱정하셨습니다. 그리고 의료진과 정부 관계자들을 격려하시면서 국가적이며 세계적인 이 위기에 사순시기의 정신으로 동참하자고 호소하셨습니다.

 

  사실 우리마저 신앙이기주의로 나간다면 우리 사회의 혼란은 더욱 심해질 것이 뻔합니다.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되며 사도로부터 이어 오는 교회”의 후손으로서, 예수님의 십자가를 지듯이 시대의 아픔을 함께 나눠 져야 하겠습니다.

 

  그 결과 우리교구에서는 미사중단이 4월 1일(수)까지 연장되었습니다. 그래서 3월 29일에 예정되었던 본당의 ‘집중판공성사’와 ‘사순특강’도 연기했습니다. 공동보속은 미리 실천하셔도 됩니다. 이런 상황이 안타깝습니다만 그 안타까움은 묵주알에 담아 청원기도로 돌려주시기 바랍니다.

 

  한편,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요. 이번 사태로 인해 본당 재정이 어려워져 걱정했었는데, 교구에서 3월분 본당 인건비를 지원해준다고 발표했습니다. 말만 하는 교구가 아닌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또한 이기헌 베드로 교구장님은 판공성사를 볼 시간이 없는 상황을 이해하시고 특전을 발표하셨습니다. ‘추후에 개별 고백을 할 것을 전제로 하는 공동고백 공동사죄’ 말입니다. 즉 부활절 전에 개인별 고해성사를 볼 시간이 부족하기에 먼저 공동참회예절 안에서 공동사죄를 받는 특전입니다. 이 기회에 고해성사를 부담스러워했던 가족들이나 대자대녀들, 쉬는 교우들이 다시금 용기내어 주님 앞에 나와 한 형제자매가 될 수 있도록 친절히 안내해 주시기 바랍니다.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교구지침이 나오는 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벌써 사순 제4주일입니다. ‘장미주일’이라고도 하지요. 긴 사순시기의 절제와 극기, 기도와 보속을 점검하고, 마침내 올 부활의 기쁨을 예상하며 희망을 갖는 날입니다. 즉 사순시기를 성심성의껏 보냈을수록 장미주일의 기쁨이 더 클 것입니다.

 

  오늘의 독서와 복음의 핵심을 살펴보겠습니다. 제1독서의 내용은 이스라엘 역사상 최고의 임금인 다윗이 선발되는 이야기입니다. 평범한 인간들과 하느님의 사람 보는 관점이 어떻게 다른지가 이 한 말씀으로 드러납니다. “사람들은 눈에 들어오는 대로 보지만 주님은 마음을 본다.”(1사무 16, 7)

 

  제2독서는 빛의 자녀에 대한 말씀입니다. 사람은 세례를 받기 전에는 원죄의 굴레에 속박된 어둠의 자식입니다. 세례를 받으면서 그 원죄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주님의 은총이지요. 사도 바오로는 바로 그 어둠에서 빛으로 변화된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빛의 자녀답게 살아가십시오. 빛의 열매는 모든 선과 의로움과 진실입니다. 무엇이 주님 마음에 드는 것인지 가려내십시오.”(에페 5, 8-10)

 

  오늘의 복음은 태생소경이 눈을 뜨게 되는 기적이야기인데 길더라도 꼭 다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예수님 당시에 유다인들은 장애나 질병 같은 불행을 그 본인이나 조상의 죄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인과응보 사상이지요.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그 태생소경에게 기적을 베푸시기 전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저 사람이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그 부모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니다. 하느님의 일이 저 사람에게서 드러나려고 그리된 것이다.”(요한 9, 3) 이 말씀이 현재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도 위로와 힘을 주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사람들의 반응입니다. 태생소경이 보게 되었는데 함께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사람이 안 보입니다. 그보다는 누가, 언제, 어떻게 그를 보게 했는지 따지고들 있습니다. 그의 부모도 아들을 편들지 못할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합니다. 주로 바리사이들이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눈을 뜨게 된 이는 마치 법정에 서서 증언하듯이 자신이 보게 된 경위를 몇 번이나 증언해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진실을 증언했습니다. 당시 바리사이들의 위세는 대단했는데, 예수님을 메시아로 인정하지 않고 적대하고 핍박하던 그들 앞에서 홀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분은 예언자이십니다.”(요한 9, 17) “여러분도 그분의 제자가 되고 싶다는 말씀입니까?”(9, 27) “그분이 하느님에게서 오지 않으셨으면 아무것도 하실 수 없었을 것입니다.”(9, 33) 그리고 유다공동체에서 쫓겨난 그가 예수님으로부터 “너는 사람의 아들을 믿느냐?”(9, 35)는 질문을 받았을 때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주님, 저는 믿습니다.”(9, 38) 육적인 눈뿐만 아니라 영적인 눈까지 뜨게 된 태생소경!!!

 

  이렇게 오늘의 독서와 복음 말씀을 정리하면서 한 지점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보다.’ 과연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하느님은 사람이 보는 것과 달리 마음을 보시고, 예수님을 만난 태생소경은 영적인 눈까지 떴습니다. 즉 빛의 자녀인 그리스도인은 육적인 눈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영적인 눈으로도 봐야 합니다. 물론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니 노력이 필요하겠죠. 어떤 노력일까요?  기도 말고 방법이 있을까요? 기도는 판단력을 좋게 하고, 기도는 인내력을 기르고, 기도는 실천력을 키웁니다. 그래서 가톨릭교회는 이천년 동안 기도를 강조해 왔습니다. 우선 아침저녁기도부터 시작해서 기도에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봉사도 기도하고 봉사해야 합니다. 그래야 목적과 방향을 잃지 않습니다. 영적인 시력을 키우고 싶다면 기도하십시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덧붙이겠습니다. 우리는 영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육으로도 삽니다. 따라서 세상살이도 중요합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국회의원 선거가 있습니다. ‘정치’ 하면 얘기하기조차 싫어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빛의 자녀는 그래서는 안 됩니다. 오늘 복음의 태생소경처럼 외로울지라도 사실을 증언하고 진리를 믿고 따라야 합니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복음적이고 양심적인 후보를 골라 찍어야 하고, 그런 사람이 안 보인다면 최소한 상식적인 후보를 찍어야 합니다. ‘더 좋은 사람이 없다면, 덜 나쁜 사람을 찍어야 한다’는 말이지요.

 

  그리고 요새는 가짜뉴스가 흘러넘칩니다.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닙니다. 세계적 현상입니다. 각국에서 돈과 권력에 취한 기득권자들이 양심 있는 이들의 등장과 사회의 개혁을 방해하며 가짜뉴스를 퍼트리고 있습니다. 뉴스나 신문에, 또는 유튜브에 나왔다고 해서 다 진실은 아닙니다. 깨어 있어야 하고, 영적인 시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기도합시다. 우선 코로나19 사태의 빠른 종식을 위해 기도합시다. 그리고 우리 각 개인이 영적인 눈을 뜰 수 있도록 은총을 청합시다. 그래서 보다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탭시다. 우리는 빛의 자녀 아닙니까? “무엇이 주님 마음에 드는 것인지 가려내십시오.”(에페 5,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