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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님] “교회가 ‘바깥으로’ 나가지 않는다면 병에 걸립니다”

등록일
202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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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은 9월 20일 연중 제25주일 삼종기도에서 ‘선한 포도밭 주인의 비유’를 해설하면서, 하느님이 십자가 위의 착한 도둑에게 약속하신 것처럼 맨 나중에 온 이들에게도 최대한의 품삯을 주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교회는 하느님처럼 언제나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에 갇힌 채 병든 교회가 되는 것보다,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 바깥으로 나가 사고를 당하는 교회가 더 낫습니다.”

번역 이창욱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복음(마태 20,1-16 참조)은 포도밭 주인이 하루 동안 일할 일꾼을 부른 비유를 들려줍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예수님은 주인의 두 가지 태도로 상징되는 하느님의 놀라운 행동방식을 우리에게 소개하십니다. 곧 부르심과 보상입니다.

우선 부르심에 대해 살펴봅시다. 포도밭 주인은 다섯 번에 걸쳐 광장으로 나가 자신을 위해 일할 일꾼들을 불렀습니다. 아침 여섯 시, 아홉 시, 열두 시, 오후 세 시, 그리고 오후 다섯 시 (이렇게 다섯 번입니다). 자신의 포도밭을 위해 일꾼들을 찾으려고 여러 차례 광장으로 나서는 주인의 모습이 감동적입니다. 그 주인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으시고 항상 부르시는, 모든 이를 부르시는 하느님을 상징합니다. 하느님은 오늘도 이처럼 행동하십니다. 하느님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으시고 당신의 나라에서 일하는 누군가를 초대하며 계속해서 부르십니다. 이것이 하느님의 방식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방식을) 받아들이고 이에 따라 행동하라는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하느님은 당신 세계 안에 갇혀 계시지 않고 “(바깥으로) 나가십니다.” 하느님은 언제나 바깥으로 나가셔서, 우리를 찾으십니다. 갇혀계시지 않습니다. 아무도 당신 사랑의 계획에서 제외되는 걸 원치 않으시기에, 사람들을 찾아 계속해서 나가십니다.

우리 공동체 역시 우리에게 있을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울타리(경계)” 바깥으로 나가라는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이 부르심은) 예수님이 전하려고 오셨던 그 구원의 말씀을 모든 이에게 제시하기 위함입니다. 삶의 변방에서 살아가며 그리스도와의 만남의 빛과 힘을 아직 경험하지 못했거나 잃어버린 이들에게, 희망을 제시하는 삶의 지평으로 마음을 열도록 하는 것입니다. 교회는 하느님처럼 돼야 합니다. 다시 말해 언제나 바깥으로 나가야 합니다. 교회가 바깥으로 나가지 않을 때, 교회 내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악 때문에 교회는 병들고 맙니다. 왜 교회 내에 이런 병폐가 있는 걸까요? 바깥으로 나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바깥으로 나갈 때 사고의 위험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안에 갇힌 채 병든 교회가 되는 것보다,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 바깥으로 나가 사고를 당하는 교회가 더 낫습니다. 하느님은 언제나 바깥으로 나가십니다. 하느님은 아버지이시기 때문에, 사랑하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이와 동일하게 행동해야 합니다. 언제나 바깥으로 나가야 합니다. 

하느님을 상징하는 주인의 두 번째 태도는 일꾼들에게 품삯을 주는 방식입니다. 하느님은 어떻게 지불하십니까? 주인은 아침에 맨 먼저 온 일꾼들과 “하루 한 데나리온으로”(2절) 합의했습니다. 나중에 온 이들에게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당한 삯을 주겠소”(4절). 저녁 때가 되자, 포도밭 주인은 모두에게 동일한 품삯, 다시 말해 한 데나리온씩 주라고 (관리인에게) 지시했습니다. 아침부터 온종일 일한 일꾼들은 화가 나서 주인에게 투덜거렸습니다. 하지만 주인은 맨 나중에 온 이들에게, 모두에게 최대한의 품삯을 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8-15절 참조). 언제나 하느님은 최대한의 품삯을 지불하십니다. 반만 지불하지 않으십니다. 모두 지불하십니다. 그리고 여기서 예수님은 노동이나 공정한 품삯에 대해 말씀하시는 게 아닙니다. 그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그런 것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와 아버지의 선하심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하늘의 아버지는 (포도밭에) 초대하러 계속해서 바깥으로 나가시고 모두에게 최대한의 품삯을 지불하십니다. 

실제로 하느님은 이처럼 행동하십니다. 곧 (일한) 시간이나 결과를 보시는 게 아니라, (기꺼이 일할) 자세를 보시고, 우리가 그분을 섬기기 위해 임하는 관대한 마음을 보십니다. 하느님의 행동은 정의를 넘어선다는 의미에서 아주 공정하고 (당신 자신을) 은총 안에서 드러내십니다. 모든 것이 은총입니다. 우리의 구원도 은총입니다. 우리의 성덕도 은총입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은총을 베푸시면서, 우리가 공덕을 세운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은총을 베푸십니다. 그렇다면 인간적인 논리로 따지는 사람, 다시 말해 자신의 힘으로 얻은 공덕을 내세우는 사람은 첫째에서 꼴찌가 됩니다. “보세요, 저는 많이 일했고, 교회에서 많은 일도 해냈습니다. 많이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맨 나중에 온 사람과 저를 똑같이 대하시다니요.” 교회 안에서 누가 첫 번째 성인이 됐는지 기억합시다. 바로 착한 도둑이었습니다. 그는 생애의 마지막 순간에 하늘나라를 “훔쳤습니다.” 이것이 은총입니다. 하느님은 이런 분이십니다. 우리 모두에게도 이렇게 행동하십니다. 하지만 자기 공덕만 내세우려는 사람은 실패합니다. 겸손하게 아버지의 자비에 맡겨 드리는 사람은, 착한 도둑처럼 꼴찌에서 첫째가 됩니다(16절 참조).

당신의 밭인 이 세상에서, 당신의 포도밭인 교회에서, 우리가 주님을 위해 일하도록 하느님에게 부르심을 받았다는 기쁨과 놀라움을 매일 느낄 수 있도록 지극히 거룩하신 마리아께서 우리를 도우시길 빕니다. 또한 예수님과의 우정을 당신 사랑의 유일한 보상으로 받을 수 있도록 도우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