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2021 성모 승천 대축일 교구장 메시지

등록일
2021-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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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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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성모 승천 대축일 교구장 메시지

“오늘 하늘에 오르신 분, 동정 마리아께서는 확실한 희망과 위안을 보증해 주셨나이다.”

오늘은 성모 승천 대축일입니다. 성모님께서 지상생활을 마치신 다음, 당신 아드님의 은총으로 하늘로 불러올림 받으심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성모님의 승천을 통해 영혼뿐 아니라 육신까지 포함하는 전인적(全人的) 구원을 예표로 보여주신 하느님께 찬미와 흠숭을 드립시다. 그리고 우리도 성모님처럼 하늘의 영광을 누리리라는 희망을 간직하도록 합시다.
성모 승천 대축일을 맞아 희망을 이야기하지만, 지금 우리가 처한 어려운 현실 상황에서 희망을 말한다는 것이 마음에 와닿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1년 반째 이어지는 코로나19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몇 달 전만 해도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코로나19의 어두운 터널을 지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그 확산세는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주부터 거리두기 4단계가 또다시 연장됨에 따라 형제자매님들이 오늘 대축일 미사에 자유롭게 참례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이러한 방역 조치로 인해 미사 참례하는 데 어려움이 있더라도, 지상을 넘어 천상으로 시선을 향하며 하느님 나라에 대한 희망을 품는 오늘의 대축일이 되기를 바랍니다.

생태적 회개를 위하여 1 - 기도하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이때, 모두 함께 숙고해볼 사안이 있습니다. 바로 자연환경을 위한 “생태적 회개”(『찬미받으소서』 216항)입니다. 이에 대해선 지난 6월에 드린 사목서한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습니다.
불안 속에서 겪고 있는 코로나19 상황과 여름마다 심각해지는 폭우와 폭염은 결코 우연한 산물이 아닙니다. 인간의 욕심으로 자행된 난개발과 환경 파괴로 “우리의 공동의 집”(『찬미받으소서』 1항)인 지구의 질서가 무너진 결과입니다. 모두가 평화로이 살기 위해서는 생태적 회개가 절실히 요청됩니다. 회심 없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방식을 고집한다면, 우리 자녀들에게 위험한 환경만을 전해줄 것이고, 어쩌면 다음 세대를 걱정하기에 앞서 우리 자신의 생존도 보장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생태적 회개를 위해, 먼저 각자 삶의 자리에서 기도하는 일에 동참해주시기 바랍니다. 서로의 마음을 모으고 올바른 지향을 다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도입니다. 기도는 인간의 능력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일에 하느님을 초대하고 그분의 도움을 얻는 길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막막한 한계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다시금 일어설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제안하신 <우리의 지구를 위한 기도>와 <그리스도인들이 피조물과 함께 드리는 기도>를 함께 바치면 좋겠습니다. 또한 성모님과 함께 바치는 묵주기도 역시 힘 있는 기도가 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각자의 자리에서 같은 지향으로 봉헌하는 기도를 당신 은총으로 연결해주실 것이며, 기도로 일치하며 지금의 위기를 헤쳐나가고자 하는 신앙인들을 신비로운 섭리로 이끌어주실 것입니다.

생태적 회개를 위하여 2 - 실천하기

기도는 실천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최근 많은 사람이 기후위기를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위기를 단순히 인식하는 것만으로는 어떠한 개선도 가져올 수 없습니다. 직접 실천하는 ‘번거로운 희생’이 필요합니다.
그리스도교 역사에는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굳건히 하기 위해 기도는 물론이고 자선과 단식과 보속을 실천하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자선과 단식과 보속은 결코 편안하고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매우 귀찮고 불편하며 때로는 고통스러운 실천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을 때, 하느님께 대한 마음을 굳건히 하고, 이웃을 향한 애덕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실질적인 노력은 외면하면서 “순전히 주관적인 믿음”만을 중시하는 “현대의 영지주의”(『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36항)의 유혹이 있습니다. 현실 문제를 추상적으로만 대할 뿐 다양한 이유를 들며 실천을 외면하는 경향입니다.
이에 맞서, 우리 신앙인은 생태환경을 위해 ‘작지만 번거로운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이는 분명 큰 변화로 이어지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전개되고 있는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연대하는 일은 매우 가치 있는 실천이 될 것입니다. 생태환경을 위한 모든 실천은 그 자체로 고귀한 신앙생활이 됩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하여

최근 한반도 정세에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1년 2개월 전 북측에 의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면서 끊어졌던 남북 통신연락선이 복원된 일입니다. 그뿐 아니라 교황님의 방북에 관한 가시적인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일은 더욱 희망적입니다. 이 모든 것은 남과 북이 대화를 나누고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데 무척 긍정적인 일들입니다.
우리는 평화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의 대축일을 맞아 평화와 화해와 일치를 지향하는 마음을 지니도록 기도해야겠습니다. 그저 단순한 적대감이나 무기력함 그리고 적절한 중립이란 명목하에 무관심으로 빠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남북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며 어떠한 시련에서도 평화를 지향해야 합니다. 평화를 원하시는 예수님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화해를 위한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식량난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형제들에게 인도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사랑하는 의정부교구 형제자매 여러분,세상살이의 무게가 우리를 짓누르는 이때, 하늘로 오르신 성모님을 떠올려 봅시다. 그분께서 하늘로 오르심은 우리 그리스도인이 미래에 누리게 될 영광의 보증입니다. 우리 모두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며 지금의 어려움을 딛고 하느님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도록 겸손되이 은총을 구합시다.
우리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시는 성모님께 의탁하며 여러분 모두에게 하늘의 평화를 빌어드립니다.

2021년 성모승천대축일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베드로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