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교황청] 기쁘게 성찬례로 돌아갑시다!
- 등록일
- 202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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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세계적 확산 기간과 그 이후의 전례 거행에 관하여
주교회의 의장에게 보내는 서한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은 사회, 가정, 경제, 교육, 직장 활동에서뿐만 아니라 전례적 차원을 포함한 그리스도인 공동체 삶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고자 엄격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요했고, 이는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특징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20). “그들은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고 친교를 이루며 빵을 떼어 나누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였다. 신자들은 모두 함께 지내며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사도 2,42.44).
이러한 공동체 차원은 신학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거룩하신 삼위일체의 위격들이 이루는 관계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인류를 남자와 여자의 상보적 관계로 창조하셨습니다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기”(창세 2,18)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직접 남자와 여자와 관계를 맺으시며, 그들에게도 당신과 관계를 맺도록 요청하십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이 직관하였던 것처럼 우리의 마음은 하느님을 찾아 그 안에서 쉬기까지는 불안합니다[「고백록」(Confessions), I, 1 참조]. 주 예수님께서는 공생활을 시작하시며 제자들을 불러 모으시어 그들이 당신과 함께 생활하며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게 하셨습니다. 이렇게 작은 무리 안에서 교회는 태어납니다. 성경은 영원한 삶을 묘사하기 위하여 도성, 곧 천상 예루살렘(묵시 21장 참조)의 이미지를 사용합니다. 도성은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로, 이들은 가치, 근본적인 인간적 영적 실재, 장소와 시간과 조직된 활동들을 공유하고, 공동선 건설에 기여합니다. 이교도들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없는 오직 신에게만 바치는 신전을 건설하였습니다. 반면에, 그리스도인들은 예배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자 바로 하느님의 집이며 회중의 집(domus Dei et domus ecclesiae)을 지어, 믿는 이들이 자신들을 하느님의 공동체, 거룩한 회중을 이루어 경배하도록 부름받은 이들임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이렇게 선포하실 수 있습니다. “나는 너희의 하느님이고, 너희는 나의 백성이 될 것이다”(탈출 6,7; 신명 14,2 참조). 주님께서는 당신 계약에 언제나 충실하신 분이시며(신명 7,9 참조), 바로 이러한 이유로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거처, 곧 이 세상에서 하느님께서 현존하시는 거룩한 장소(탈출 29,45; 레위 26,11-12 참조)가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주님의 집은 하느님 자녀들로 이루어진 가정의 존재를 전제합니다. 오늘날에도 새 성당을 봉헌하는 기도에서 주교는, 새 성당이 그 고유의 성격 그대로 쓰이기를 청합니다.
“ … 언제나 거룩한 장소로 지켜 주시고 ….
하느님 아버지,
여기서 흘러넘치는 천상 은총으로 사람들의 죄를 씻어 주시어
아버지의 자녀들이 죄에서는 죽고 천상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소서.
여기서 신자들이 제대 가까이에 모여 파스카의 신비를 기념하며
그리스도의 말씀과 성찬으로 힘을 얻게 하소서.
여기서 찬미의 제물을 기꺼이 봉헌하고
천사와 인간의 노랫소리가 어우러져
세상 구원을 위한 기도가 끊임없이 올라가게 하소서.
여기서 가난한 이들이 자비로이 도움을 받고
억눌린 이들이 참된 자유를 얻으며
모든 이가 영예롭게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마침내 기뻐하며 천상 예루살렘에 이르게 하소서.”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결코 고립을 추구하지 않았고, 교회가 문 닫힌 도성이 되도록 하지도 않았습니다. 공동체 생활의 가치로 양성되고 공동선을 추구하는 그리스도인들은 언제나 사회에 통합되고자 하지만, 다름을 인식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세상에 속하지도 그 안에 환원되어 있지도 않으면서 세상 안에 존재합니다[「디오그네투스에게 보낸 서간」(Letter to Diognetus), 5-6 참조].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의 위기 상황에서도 커다란 책임감이 생겨났습니다. 주교들과 지역 주교회의들은 행정 당국과 전문가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협력하여, 심지어 성찬례 거행에 신자들의 참여를 장기간 중단하는 어렵고 마음 아픈 결정을 신속하게 내렸습니다. 교황청 경신성사성은, 예상치 못한 복잡한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으로 응답하고자 주교들에게 보여 주신 헌신과 노력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상황이 가능해진다면, 서둘러 정상적인 그리스도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정상적인 그리스도인 생활에는 집인 성당과, “교회의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며, 동시에 거기에서 교회의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전례 헌장 10항)인 전례, 특히 성찬례 거행이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는 당신께서 창조하신 인류를 결코 버리지 않으시고, 가장 힘든 시련조차도 은총의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며, 주님 제대와의 거리 두기 시기를 공복재의 시간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이 공복재는 우리가 성찬례의 필수적인 중요성, 아름다움, 헤아릴 수 없는 소중함을 재발견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가능한 빨리 깨끗해진 마음과 새로운 경이로움으로 성찬례에 돌아가야 합니다. 또한, 주님을 만나 그분과 함께하며 그분을 받아 모시고 믿음과 사랑과 희망이 가득찬 삶을 증언하며 우리의 형제자매들에게 그분을 알리고자 하는 더 커진 바람으로 성찬례에 돌아가야 합니다.
이러한 박탈의 시기는, 우리 형제자매인 4세기 초의 아비티나의 순교자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은총을 우리에게 줍니다. 그들은 사형을 앞두고 “우리는 주님 없이 살아갈 수 없다.”(Sine Dominico non possumus)라고 차분하게 재판관에게 답하였습니다. 절대적 표현인 non possumus(우리는 할 수 없다)와 중성 명사 Dominicum(주님의 것)의 의미는 한 마디로 해석할 수 없습니다. 이 아주 간단명료한 표현은 풍부한 뉘앙스와 의미들로 파악되며, 오늘날 우리는 이를 다음과 같이 묵상합니다.
-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주님의 말씀 없이는 우리 인성과, 우리 마음 안에 자리하고 있는 선과 행복에 대한 갈망을 온전히 깨닫고 살아갈 수 없습니다. 주님의 말씀은 전례 거행을 통하여 구체화되어, 오늘날 마음을 열고 귀 기울이는 이들을 향하여 하느님께서 하신 살아 있는 말씀이 됩니다.
- 우리는 십자가 희생제사에 참여하지 않고서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십자가의 희생에서 주 예수님께서는 죄로 죽은 인류를 구원하시고자 기꺼이 당신 자신을 바치십니다. 구세주께서는 인류를 당신께 결합시키시어 인류가 아버지께로 되돌아가도록 이끄십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주님의 품에서 인간의 모든 고통은 빛과 위안을 찾습니다.
- 우리는 성찬의 만찬 없이, 곧 우리가 자녀로, 형제자매로 초대받은 주님의 식탁 없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주님 식탁에 모여, 천상 양식 안에 몸과 피, 영혼과 신성으로 현존하시는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받아 모시어, 이 지상 순례의 기쁨과 어려움 중에 힘을 얻습니다.
- 우리는 주님의 가정인 그리스도교 공동체 없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형제자매들을 만나야 합니다. 우리는 이 형제자매들과 하느님의 자녀됨과 그리스도의 형제애를 나누고, 성소와 성덕을 추구하며, 나이와 개인사와 은사와 성소의 풍요로운 다양성 안에서 영혼을 구원합니다.
- 우리는 우리의 집인 주님의 집 없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바로 우리가 믿음을 위하여 태어난 곳, 주님의 섭리적 현존을 발견한 곳, 좌절한 이들을 일으켜 세우시는 자비로운 품을 발견한 곳, 혼인에 대한 그리고 수도 생활에 대한 성소를 축성한 곳, 기도하고 감사드리며 기뻐하고 눈물 흘렸던 곳, 지상의 순례를 마친 우리의 사랑하는 이들을 아버지께 맡겨드렸던 거룩한 장소 없이 우리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 우리는 주님의 날 없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곧 노동의 날들 다음에, 그리고 가족과 사회에 대한 책임에 빛과 의미를 주는 주일 없이 우리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의 수단들이 병약한 이들과 교회에 갈 수 없는 이들을 위하여 소중한 역할을 하고, 공동체 거행이 불가능한 이 시점에서 미사를 방송하는 훌륭한 역할을 해 왔지만, 어떠한 방송도 [신자들의] 직접적인 미사 참례와 비교할 수 없고 대체할 수도 없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방송은, 가상의 방식이 아니라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서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서 머무른다.”(요한 6,56)라고 참으로 말씀하신 강생하신 하느님과의 인격적이고 친밀한 만남에서 우리를 멀어지게 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러한 주님과의 직접적인 만남은 핵심적이고 필수불가결하며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습니다. 바이러스 확산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어 시행되면, 형제자매들의 모임에서 모든 이가 자신들의 역할을 재개하고, 전례 거행의 대체할 수 없는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며, 오랜 기간 낙담하거나 두려워하거나 불참하거나 관여하지 않아 온 형제자매들을 다시 초대해 용기를 북돋아 주어야 합니다.
교황청 경신성사성은 일부 원칙을 재확인하고, 성찬례 거행에 신속하고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는 과정에 대하여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위생과 안전 규정에 마땅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행위와 예식을 척박하게 만들거나, 무의식적으로라도 신자들에게 공포와 불안감을 심어 주지 않도록 하여야 합니다.
신자들이 성찬례 거행에 참여하는 것이 공공 당국에 ‘모임’으로 폄하되고, 일종의 여가 활동과 비교되거나 심지어 그러한 활동으로 경시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은 주교들의 신중하지만 확고한 행동에 달려 있습니다.
전례 규범은 정부 당국이 법률로 제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오직 교회 관할권자가 정하는 것입니다(전례 헌장 22항 참조).
신자들이 전례 거행에 용이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지만, 임시변통적 예식 시도를 해서는 안 되며 신자들의 행위를 규정하는 전례서에 담긴 규범들을 온전히 준수하여야 합니다. 전례 안에서 변모시키는 신성함, 거룩함, 아름다움의 경험은 영원한 참행복의 조화를 미리 맛보게 해 줍니다. 그러므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예식은 고귀한 단순성으로 빛나야 한다.”(전례 헌장 34항)는 권위 있는 가르침에 따라 장소의 품위, 성물, 거행 방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정부 당국이나 주교들이 발표한 위생 수칙 이상의 것이라도 어떠한 제약도 없이, 신자들은 그리스도의 몸을 받아 모시고,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을 경배할 권리가 있음을 인정받아야 합니다.
성찬례 거행에서 신자들은 현존하시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경배합니다. 우리는 경배의 감각, 경배의 기도가 얼마나 쉽게 사라지는지를 봅니다. 우리는 목자들에게 경배의 필요성을 교리교육을 통하여 강조하여 줄 것을 요청합니다.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한 확실한 원칙은 순종입니다. 바로 교회 규범에 대한 순종, 주교에 대한 순종입니다. 전쟁과 전염병 확산과 같이 어려운 시기에, 주교와 주교회의는 신자들이 순종하여야 하는 임시 규범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순종은 교회에 맡겨진 보화를 지킵니다. 주교와 주교회의에서 마련한 이러한 방안은 상황이 다시 정상화될 때에 종료됩니다.
교회는 전인적 존재인 인간을 한결같이 소중히 여깁니다. 교회는 희망을 증언하고, 우리가 하느님을 믿도록 초대하며, 지상의 삶도 중요하지만 영생이 훨씬 더 중요함을 상기시켜 줍니다. 영원토록 하느님과 같은 삶을 공유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자 우리의 소명입니다. 이는 수많은 순교자와 성인들이 수 세기에 걸쳐 증언한 교회의 신앙이자 확실한 선포입니다. 이는 일차원적인 환원주의와 여러 이데올로기에서 우리를 해방시켜 줍니다. 교회는 영혼들의 영원한 구원을 향한 선포와 동행을 공중 보건에 필요한 배려와 결합시킵니다. 그러므로 끊임없이 우리 자신을 믿음으로 하느님의 자비에 내어 맡기며, 병자들의 치유이시며 신자들의 도움(salus infirmorum et auxilium christianorum)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 감염병의 확산과 모든 다른 고통으로 심하게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위한 간구를 청하도록 합시다. 또한 이 생을 마감한 이들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고, 부활하신 주님의 증인이 되고, 이 세상의 한계를 초월하는 확실한 희망의 전령이 되고자 하는 우리의 지향을 새롭게 합시다.
바티칸에서
2020년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아래 서명한 교황청 경신성사성 장관 추기경에게 허락하신 2020년 9월 3일 알현에서 이 서한을 승인하시고 이를 발표하도록 명하셨습니다.
교황청 경신성사성
장관 로베르 사라 추기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