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회칙「찬미받으소서」(Laudato Si) 반포 5주년 후속 장기 사목 계획을 위한?특별 사목 교서 실천 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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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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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사목 교서 실천 지침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서는 교황님의 뜻에 따라 한국 천주교회에서도 지속 가능한 세계로 나아가는 7년 여정에 동참하기 위하여 실천 지침을 마련하였습니다. 우선 가정과 본당, 교구, 그리고 사회 공동체에서 실천해야 하는 지침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단체 및 공동체별로 실천해야 할 방안들은 앞으로 계속 구체화될 것입니다. 이 지침들은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2015년에 반포하신 ‘공동의 집을 돌보는 것에 관한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전망 안에서,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2010년에 발간한 『창조 질서 회복을 위한 우리의 책임과 실천: 환경에 대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지침서』의 내용을 다시 정리한 것입니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적용해 가면서 더욱 발전시켜 나가길 바랍니다.

차 례
1. 가정 공동체의 실천 지침

  1) 가정 공동체의 중요성 
  2) 실천 사항  
    1 생태적 기도 
    2 쓰레기
    3 에너지
    4 식생활 습관

2. 본당 공동체의 실천 지침

  1) 본당 공동체의 중요성
  2) 실천 사항 
    1 사목 협의회
    2 본당 봉사자
    3 전례분과
    4 청소년분과 
    5 청·장년회 및 노인분과 
    6 여성분과
    7 생태환경분과
    8 우리농촌살리기운동

3. 교구 공동체의 실천 지침

  1) 교구 공동체의 중요성
  2) 실천 사항  
    1 사목 평의회
    2 사회 사목국 
    3 교육국, 청소년국
    4 관리국, 재정관리 위원회 
    5 건축 위원회 
    6 축성 생활회
    

4. 사회 공동체의 실천 지침

  1) 모든 신자의 생태 사도직 참여
  2) 직업에 따른 다양한 역할
    1 정치인
    2 공무원
    3 과학자
    4 교육자
    5 노동자
    6 기업인
    7 농업인
    8 어업인
    9 자영업
  3) 이웃 종교 
  4) 타 교파와의 협력 
  5) 시민 단체와의 연대

1. 가정 공동체의 실천 지침
1) 가정 공동체의 중요성
생태적 삶의 궁극적인 출발점은 바로 가정입니다. 가정에서 우리는 생명에 대한 사랑과 존중을 보여 주는 법을 처음 배웁니다. 예를 들어, 사물의 올바른 사용, 질서, 청결, 지역 생태계 존중, 모든 피조물 보호를 배우기 때문입니다(「찬미받으소서」, 213항 참조). 가정의 변화는 사회와 세상 변화의 시작이자 원동력입니다. 따라서 가정에서부터 어린이들이 하느님 창조의 신비와 창조 질서 보전을 위해 섬세하게 배려하는 자세를 부모에게서 배우는 것은 가장 강력한 신앙의 증거가 됩니다. 이를 위해서 신자 부모들은 끊임없이 창조 질서에 관한 교회의 사회 교리를 배우고 신앙으로 고무되어야 합니다.

또한, 하느님 창조의 일꾼으로서 피조물의 평화를 위하여 가정에서부터 기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위해 기도할 수 있듯이, 병들어 신음하는 생태계를 위해서도 기도해야 합니다. 그러나 기도의 내용과는 달리 ‘기도 따로, 행동 따로’라고 한다면 그것은 참된 기도라 말할 수 없습니다. 피조물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면서 창조 질서를 파괴하는 행동을 서슴없이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적어도 기도한 바를 실천하려고 노력합니다. 기도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그에 부합한 행동을 동시에 요청하므로, 가정에서부터 하느님의 창조를 위해 기도하는 일은 바로 창조 질서를 살리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 됩니다. 

2) 실천 사항

  1 생태적 기도 
- 생태적 기도는 관계성 회복의 기도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관계(relation, relationship)’라는 단어를 70회 이상 사용하십니다. 관계는 피조물 세계의 본질입니다. 관계는 창조의 본질이며, 창조주의 본질이기도 합니다. 삼위 일체 안에 드러난 관계의 신비를 관상하면 생태계 전체는 창조주 안에서 하나가 됩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하느님을 반영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면 모든 피조물에대하여 주님께 찬미를 드리고 피조물과 함께 주님을 흠숭하려는 마음을 품게 됩니다”(「찬미받으소서」, 87항).
- 생태적 기도는 자연과 환경보호만을 추구하는 녹색기도가 아닙니다. 우리 인류와   함께하고 있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일상의 모든 순간 안에서 그리스도를 발    견하는 육화의 기도입니다. 
- 생태적 기도는 지구 안에 살아가는 피조물과의 상호 관계성뿐만 아니라 우주 전체안에서 현존하시는 그리스도를 찬미하고 경배하는 우주적 기도입니다. 
- 생태적 기도는 일상의 모든 순간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하고 체험하는 통합적 기도  입니다.
- 생태적 기도를 위해서는 양심 성찰이 필요합니다. 이는 “감사와 무상성의 태도”를 포함합니다. “다시 말해서 하느님께서 세상을 사랑으로 선물하셨기에 우리도 대가를 바라지 않으면서 포기하고 누가 보거나 인정하지 않더라도 관대한 행위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찬미받으소서」, 220항).
- 생태적 기도를 통해 “소비에 집착하지 않고 깊은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예언적이고 관상적인 생활 방식”(「찬미받으소서」, 222항)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소비주의에 물들었던 삶에서 탈피하여, 물질적으로는 검소하지만, 정신적으로는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이것이 가난한 이웃을 돌보고 황폐해진 피조물을 회복시킬 수 있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2 쓰레기
- “해마다 엄청난 양의 쓰레기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대부분 생물학적으로 분해가 되지 않고 맹독성이며 방사능이 있습니다”(「찬미받으소서」, 21항). 쓰레기는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주변에서 버려지고 있습니다. 생활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 언어 쓰레기, 행동 쓰레기, 생각 쓰레기, 정보 쓰레기가 버려지고 있습니다. 쓰레기의 범주를 물질에서부터 의식과 감성까지로 넓혀 우리 주변에 있는 많은 쓰레기가 넘쳐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 “이러한 문제들은 버리는 문화와 밀접하게 관련됩니다”(「찬미받으소서」, 22항).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를 부추기는 자본주의 문화는 인간의 삶을 편리하고 유용하게 만들어 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수많은 쓰레기가 넘쳐나고 한정된 자원이 고갈되면 미래 세대에게 엄청난 위협이 됩니다.

  3 에너지
- “많은 과학적 연구는 최근 수십 년간의 지구 온난화가, 대부분 인간 활동의 결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 곧 이산화탄소, 메탄, 산화 질소와 같은 화학 물질들의 농도가 매우 짙어졌기 때문에 발생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찬미받으소서」, 23항). 지구 온난화는 우리가 추구하는 편리함이 주된 원인이기 때문에 일상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합니다.
- 7층 이하는 승강기를 타지 않고 계단을 이용하며, 환승역도 걸어 봅시다.
- 무엇보다 매사에 서두르지 않고 일과 이동을 줄여 에너지의 흐름을 바라봅시다. 
- 실내 조명을 너무 밝게 하지 않고, 자연 채광이 어디에 있는지 둘러봅시다.

  4 식생활 습관
- 근거리 농산물(로컬푸드)을 이용합시다. 수입 농산물은 먼 거리에서 이동해 오기 때문에 그만큼 화석 연료 사용이 증가해 기후 위기를 가중시키며, 방부제의 과다 첨가로 건강에도 해로울 수 있습니다. 
- 육식보다는 채식을 생활화합시다. 농지의 83%가 가축 사육에 사용되고 있으며,    농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58%가 동물성 식품 생산 과정에서 배출됩니다. 이에 서유럽에서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육류세 도입 및 관련 법안을 검토 중입니다. 런던의 골드스미스대학은 캠퍼스에서 기후 변화를 가속화시키는 쇠고기를 퇴출했습니다. 네덜란드는 작년부터 교육부 행사에서 채식이 기본 식단이며, 고기나 생선은 요청할 때만 제공합니다.

현대 세계의 엄청난 자연 파괴는 더 많은 것을 계속해서 가지려는 인간의 무절제한 소비주의 욕망에서 출발합니다. 이러한 소비주의 생활양식은 물질에 대한 집착으로 귀결되고 끝내 인간과 피조물 전체의 거룩함을 상실하게 만듭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가난한 사람이나 미래 세대들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갖고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또한, 멸종 위기로 사라지고 있는 동식물을 기억하고 함께 아파하면서 기도한다면 물질에 대한 욕망에서도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작은 노력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실망해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행동은 사회에 선을 퍼뜨려 우리가 가늠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결실을 가져옵니다”(「찬미받으소서」, 212항).

2. 본당 공동체의 실천 지침
1) 본당 공동체의 중요성
창조 질서 보전을 위한 가톨릭 신자들의 활동을 조직적으로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는 바로 본당 공동체입니다. 이러한 생태적 활동은 본당 직무의 근본적인 부분으로, 소수의 봉사자들만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본당 사목자와 신자들 모두는 소속 단체와 위원회를 통해 유기적인 만남과 소통을 이어가면서 생태적 회개에 대한 비전을 찾고 행동해 나가야 합니다.

2) 실천 사항

  1 사목 협의회
- 본당의 사목 협의회는 본당을 효율적으로 구성하고 운영하기 위해 본당 공동체의 목자인 주임신부의 자문 및 의결기구로서 공동체의 제반 사항을 연구, 심의, 평가하고 실천 방안을 모색, 추진하는 기구입니다. 
- 본당의 사목 협의회는 ‘생태적 회개’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행동하되, 기도와 교육 및 실천의 차원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2 본당 봉사자
- 본당 봉사자들은 창조 질서 보전 운동을 촉진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본당 구성원 모두가 동등하고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 본당 봉사자들은 그리스도의 삼중 직무 가운데서 사제직과 봉사직에만 머물지 말고 이 시대의 등불이 될 수 있는 예언직을 충실히 고민하고 실천해 나가야 합니다. 
- 본당 봉사자들은 창조 질서 보전을 본당 안에서 촉진시키기 위해 신학과 교회의 가르침, 특히 생태적 교육에 관한 지속적인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3 전례분과
- 성찬례는 “환경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위한 빛의 원천이며 동기로 우리가 모든 피조물의 관리자가 되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찬미받으소서」, 236항)고 일깨웁니다. 곧 성사 생활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해야 한다는 가르침입니다.
- 전례 안에서 ‘생태적 회개’에 대한 기도를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실천합시다. 
- 불평등한 사회구조와 피조물의 울부짖음에 귀 기울이는 생태적 기도를 전례 안에서 정기적으로 계획하고 활성화해야 합니다.
- 전례 안에서 거행되는 성사(聖事)가 기후 위기에 처해 있는 지구의 비상 상황 안에서 그리스도인의 윤리적인 책임과 평화 및 창조 의미를 회복하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해 봅시다.

  4 청소년분과 
- 주일학교 교육 과정에 성경에 나타난 창조론과 생태적 회개에 대한 주제를 강화하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 청소년들에게 물과 공기, 불, 지구, 동물 등 자연과 접촉하며 느끼는 고마움을 표현하도록 이끌어 주어야 합니다. 
- 청소년들에게 사회적 기능의 중요성보다 인격이 완성되도록 교육해야 합니다. 
- 청소년 캠프와 피정을 준비할 때, 자연 안에서 창조적이고 사회적이면서도 영성적인 양식을 얻도록 계획해야 합니다.
- 창조의 아름다운 신비에 대해 청소년들이 관심을 갖게 하고, 자연 안에서 참된 기쁨을 얻도록 용기를 줍니다.
- 생태적 회개와 관련된 주제로 노래 대회나 글짓기, 그림 그리는 시간을 갖습니다. 
- 생명을 돌보고 관찰할 수 있도록 나무 심는 운동을 실천합니다.

? 청·장년회 및 노인분과 
- 청·장년회 및 노인대학의 교육 과정에 ‘생태적 회개’에 대한 강좌가 필요합니다. 
- 본당 안에서 활동하는 청·장년회 및 노인분과에서는 ‘현재와 미래 세대들을 위하여 자원을 보존할 수 있는 순환 방식을 도입하고 재생 불가능한 자원 사용을 제한해야 합니다’(「찬미받으소서」, 22항 참조). 현재의 경제체제는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를 부추겨서 이익을 얻지만 폐기물이 계속해서 발생합니다. 자원의 재활용을 통하여 이러한 폐기물들의 발생량을 줄임으로써 ‘순환형 경제체제’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 본당의 시설분과에 대한 관심을 갖고, 본당 공동체가 녹색 에너지(태양광, 태양열) 시설로 전환될 수 있도록 연구하고 행동해야 하겠습니다. 
- 본당 공동체에서는 “지구의 부르짖음과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 모두에 귀를 기울이기”(「찬미받으소서」, 49항) 위하여, 시설의 여유 공간이나 지역 사회의 제도를 활용하여 사회적 약자(난민, 이주민, 장애인, 노인 등)와 함께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마련해 나가야 합니다.

  5 여성분과
- 한국 교회 구성원의 70% 이상이 여성 신자이며, 본당에서도 여성 신자들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여성분과(자모회, 성모회 등)에 대한 생태적 교육을 통하여 본당 안에서 창조 질서 보전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이 계획될 수 있습니다.
- 여성분과 안에서 다양한 교육의 기회가 제공되어야 하며, 특히 생태-여성 신학의 중요성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강좌가 필요합니다. 생태-여성신학은 인간 중심적인 신학에서 벗어나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이 신성하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 여성분과에 있는 여성 신자들이 창조 질서에 대한 교육을 충실히 받고 가정과 본당 및 사회 안에서 중요한 여성 봉사자가 될 수 있도록 사목자들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6 생태환경분과
- 본당 사목 평의회 산하에 ‘생태환경분과’를 설치하여 생태 문제를 담당하게 합니다. 
- ‘생태환경분과’의 담당자는 본당 공동체 안에서 생태 문제와 연관된 모든 사안에 대해 관심을 갖고 구체적으로 행동해 나가야 합니다. 
- 본당 차원의 각종 행사도 친환경적으로 계획되고 실행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 ‘생태환경분과’는 창조 질서와 연관된 공동체의 관심 사항을 본당 사목평의회의 의제로 제기하고 실천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7 우리농촌살리기운동
- 창조질서를 보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는 먹거리입니다. 생태적회개 운동을 위해서는 인간과 자연이 연결되는 음식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본당 신자들이 건강하고 친환경적인 우리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입니다. 
-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본당 주일학교에 제공되는 간식과 먹을거리들을 친환경적인 생명의 먹을거리가 되도록 할 수 있습니다. 
- 본당 공동체 안에 우리 농산물 직거래 매장을 설치하여 생태적 교육의 효과가 본당 안에서 직접 실현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하겠습니다.

 

3. 교구 공동체의 실천 지침
1) 교구 공동체의 중요성
교구 공동체는 하느님 백성을 사랑으로 보살피는 교구장과 그 목자적인 직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파견된 사제들 그리고 수도자들과 평신도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교구 안에서 활동하는 모든 하느님의 백성들은 교구장의 사목 지침에 따라 개별 공동체 안에서 복음의 기쁨을 살아가게 됩니다. 

교구 공동체는 한국 천주교 주교단 그리고 사도좌와의 유기적이고 역동적인 결속을 이루어, 하나이고 보편된 교회의 모습을 드러내야 합니다. 사도좌는 2022년부터 온 세계가 「찬미받으소서」가 제시하는 통합 생태론의 정신에 따라 온전히 지속 가능한 세계로 나아가는 7년 여정을 출범하자고 요청했습니다. 각 지역의 교구 공동체도 한국 천주교 주교단과 사도좌의 결정에 따라 앞으로 시작되는 7년간의 여정이 ‘모든 피조물을 위한 은총의 때(kair?s)’가 되고, 모든 피조물이 하느님의 은총을 실제로 체험하는 ‘희년’이 되기를 준비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교구 공동체는 앞으로 7년간의 ‘모든 피조물을 위한 은총의 때(kair?s)’를 준비하면서 교구 단위의 창조 질서 보전 활동을 주관할 수 있는 공식적인 전담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미 많은 교구에 설립되어 있는 ‘환경사목위원회’가 해당합니다. 이러한 기구를 통해 각 본당의 사목평의회 환경 관련 분과의 담당자와 소속 신자들을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활동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교구 안에서 매년 ‘생태적 실천 모범 본당’을 선정하여 시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상이 교구 안에서 전통과 권위를 인정받을 만큼 정착한다면, 이 상을 통해 본당 공동체가 같은 생태 정신으로 단합하고 생태적 삶의 모범으로 자극받으며 노력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환경사목 전담 기구의 책임을 맡은 사제들이 교구의 중요한 정책 결정 과정에 조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교구의 사목 정책이나 재산 관리 등 모든 일들이 친환경적으로 결정, 실행될 수 있도록 창조 질서의 회복이라는 판단 기준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신자들에게 환경문제를 신앙적으로 고양시켜야 할 사명이 환경 담당 사제들만의 몫이라기보다는 모든 사제가 관심을 두고 나서야 할 문제입니다. 그럼으로써 모든 신자에게 골고루 성숙한 창조 신앙의 실천과 그 열매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2) 실천 사항

  1 사목 평의회
- 사목 평의회는 ‘생태적 회개’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행동하되, 기도와 교육 및 실천의 차원이 반드시 포함될 수 있도록 논의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 사목평의회는 각 교구의 모든 국과 위원회의 고유한 사도직 안에서 ‘생태적 회개’에 대한 영성이 구체적으로 통합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원합니다.

  2 사회 사목국 
- “인간에 대한 온유, 연민, 배려의 마음이 없다면 자연의 다른 피조물과도 깊은 친교를 올바로 느낄 수 없습니다”(「찬미받으소서」, 91항). 
- 그리스도인들은 환경문제를 생각할 때, 필연적으로 이웃에 대한 깊은 사랑을 가지고 빈곤, 불평등과 같은 사회문제도 함께 고민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 각 교구의 사회 사목국 산하에 있는 정의평화, 노동사목, 환경사목, 노인복지, 빈민 사목, 이주사목, 사회복지회, 병원사목, 교정사목 등 모든 위원회는 창조 질서 보전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여, 각 위원회의 고유한 사도직 안에서 ‘생태적 회개’가 통합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연구하고 실행해 나가야 합니다.
- 사회 사목국 안에 있는 각 위원회들이 정기적인 회의와 만남을 통해 ‘생태적 회개’에 대한 내용을 서로 공유하고 보완해 나갈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3 교육국, 청소년국
-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생태적 회개’를 위한 노력에서, ‘동기 부여와 교육 과정 없이는 변화가 불가능하다’(「찬미받으소서」, 15항 참조)고 확신하시면서 무엇보다도 “교육은 학교, 가정, 커뮤니케이션 매체, 교리 교육과 같은 다양한 영역”(「찬미받으소서」, 213항)을 모두 포괄하는 전폭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십니다.
- 각 교구의 교육국은 생태환경위원회와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생태적 교육을 확대해 나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특히 교구청의 직원들뿐만 아니라 각 본당과 기관, 시설 등에서 근무하는 관리 및 사무 직원, 사제관 식복사, 제의방 봉사자들에게도 생태 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 “모든 근본적인 인간관계를 치유하지 않고는 우리가 자연과 환경과 맺은 관계의 치유를 요청할 수는 없습니다”(「찬미받으소서」, 119항). 교구 내의 모든 단체의 교육 안에 ‘성교육’(나 자신과의 관계), ‘정치교육’(사회와의 관계), ‘생태교육’(자연과의 관계)이 통합적으로 실시될 수 있도록 연구하고 계획합니다.
- 각 본당의 주일학교와 예비신자 교리교육 과정에 창조 질서 회복에 관한 내용이 반드시 포함될 수 있도록 교재를 편찬해야 하고 강사 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 대신학교 교과 과정과 사제 평생교육 안에도 창조 질서에 관한 내용이 정규 과정이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4 관리국, 재정관리 위원회 
- 재정관리 위원회는 “경제 분야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려면, 현세 재물에 대한 애착을 조절하기 위해서 절제의 덕을 발휘해야 하고, 이웃의 권리를 보호하고 … 정의의 덕을 실천해야 한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2407항)는 교회의 가르침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 교구의 자산이 화석연료 기업에 투자하는 금융에 있다면 철회(Divestment)하고, 신재생에너지 기업에 투자하는 금융에 재투자해야 합니다. 기후 위기를 가속화시키는 화석연료 기업이 문제라면 그러한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도 잘못이기 때문입니다.
- 교구의 재정을 계획하고 운용할 때에는, 형제성/공동선의 원리, 생태 영성의 적용이 가장 우선적인 가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 교구의 재정 집행은 생태적 지속 가능성에 부합한지를 평가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사전에 교구 차원의 판단 기준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5 건축 위원회 
- 건축 위원회는 성경에 나타난 생태적 교회 건축에 대한 연구를 통해 신학적인 논의를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 건축 위원회는 교회 건물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 건축 위원회는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지역과 자연에 어울리는 형태로 계획되어야 합니다.
- 건축 위원회는 교구 내의 성당 신축과 개축 등에서 친환경 건축 자재를 사용하는 등 친환경적 요소를 우선적으로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교회 건물 특히 사제관이나 본당 사무실, 교구청이나 교육관 등에서 재생 가능한 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방안도 고려해야 합니다. 태양광 발전 시설이나 빗물 저장 저수조 시설을 갖춘 성당이나 교회 건물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5 축성 생활회
- 수도 공동체는 그리스도인의 생활이 약화되고 위기를 겪게 되었을 때 시작되었습니다. 수도자들은 복음 안에 나타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무엇이고 어떻게 따라야 하는지 세상에 드러내야 합니다. 특히 은수 생활은 관상적 체험을, 수도승 생활은 공동체 체험을, 탁발 수도회는 복음적 청빈과 설교를 세상 한가운데 밝히 드러내야 합니다. 
- 현대의 수도 공동체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겪으면서 규율과 수덕과 윤리적 차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현대 수도생활 안에서 거의 사라진 예언자적 전통을 살려 나가야 합니다. 
- 예언자적 전통은 종교적 세계를 정(淨)한 것과 부정(不淨)한 것이라는 범주를 갖고 있는 경신례 전통과 다르게, 은총과 정의 그리고 신비적인 요소를 강조합니다. 수도 공동체 안에서 하느님 체험과 복음적 맛이 있는지 가장 먼저 성찰해야 합니다. 
- 수도 공동체는 교회 건물의 관리에 대한 어려움과 성소자 부족 현상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복음적 가난과 육화의 창조성을 되살릴 수 있는 신학적 의미를 회복해 나가야 합니다.
- 수도 공동체는 각 수도회 안에서 창조 질서 보전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위원회를 설치하고 전담자를 임명하여, 수도회 내부의 활성화와 지역 사회와의 연대에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4. 사회 공동체의 실천 지침
1) 모든 신자의 생태 사도직 참여
교회가 현대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길은 무엇보다 신자들이 적극적으로 사회생활에 참여하는 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신자들은 일상생활에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고 그분 사랑에 대한 증거를 보여 줌으로써 효과적으로 사회의 변화와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창조 질서의 올바른 회복을 위해서도 신자들은 생태 사도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2) 직업에 따른 다양한 역할

  1 정치인
신자 정치인은 누구보다도 막중한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민주 사회에서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지만, 신앙적으로 볼 때 권력의 주인은 궁극적으로 하느님뿐입니다. 따라서 신자 정치인은 나라와 국민에게 영향을 주는 그들의 결정에 대하여 국가와 국민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하느님 앞에서 책임질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신자 정치인들은 기본적으로 가톨릭 사회 교리를 배워야 하며, 창조 질서의 회복을 위하여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늘 염려해야 합니다. 

특히 신자 정치인들은 국가와 지역 차원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정책들을 수립하기 위해서 “더 큰 책임감, 더 강한 공동체 의식, 특별한 보호 능력, 더 많은 창의력”(「찬미받으소서」, 179항)을 갖추어야 합니다. 전 세계의 많은 나라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선언해 법률로 제정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국회 또한 기후 위기 비상 상황을 선포하고 기후 위기에 대처할 특별기구 설치와 관련 법안을 제정할 수 있도록 신자 정치인들의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합니다.

  2 공무원
신자 공무원은 국민의 공복(公僕)으로서 우리의 금수강산이 오염되고 파괴되지 않도록 맡은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합니다. 청렴하고 정직하게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할 수 있는 유능한 공무원들에게 생태 위기 극복의 막중한 책임도 함께 주어져 있는 것입니다.

  3 과학자
신앙을 가진 과학자들은 하느님께서 주신 능력으로 창조의 신비를 학문과 연구의 대상으로 삼는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자신들의 능력이 하느님 창조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도록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오염과 파괴를 줄이거나 없앨 수 있는 새로운 과학 기술의 개발뿐만 아니라, 온난화와 이상 기후 현상 등으로 발생하는 자연재해에 대비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이 요청됩니다.

  4 교육자
인간 세상의 발전은 교육의 힘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결국, 올바른 교육의 결과가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능력을 길러 주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창조 질서 회복의 중대성과 당위성을 깨닫게 하는 지속적인 교육이 중요합니다. 각종 형태의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종사하는 신자 교육자들은 창조 질서 회복을 위한 교육의 선봉이라는 중대한 사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5 노동자
인간은 노동을 통하여 자기완성과 발전을 도모할 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고, 그분의 창조사업에 협조자로서 참여합니다. 곧, 노동 안에서 이 세상의 통치권을 위임받은 ‘하느님 모상’으로서 인간의 위상이 잘 드러납니다. 이 점을 망각하고 인간 스스로 창조주인 것처럼 행동함으로써 생태계의 위기를 불러들인 것입니다. 따라서 신자 노동자들은 자신이 노동하며 흘린 땀방울이 하느님의 창조사업을 위한 일종의 ‘봉헌’임을 인식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일해야 합니다. 

  6 기업인
기업을 소유하고 있거나 경영하는 사람들은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하느님 창조사업의 제일선에 있는 일꾼들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기업의 생산 활동은 생태계 파괴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습니다. 생산 활동의 직접적 결과로 공기와 물과 땅이 오염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업가들은 양심적으로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법을 준수하고, 자연의 파괴를 방지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취해야 합니다. 

  7 농업인
현재 우리 농촌의 현실은 너무나 참담합니다.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심각하게 위험한 수준이고, 농업에 종사하는 농부의 비율도 최저로 떨어졌으며 대부분 노령화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비록 소수에 불과하지만 뜻있는 사람들이 귀농하여 생태 유기 농업의 씨앗을 뿌리고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고 희망적입니다. 정부와 교회도 농촌을 살리기 위하여 총력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농업인 스스로도 생명 농업을 통하여 직접적으로 하느님 창조사업의 일꾼이 된다고 하는 자부심과 소명 의식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8 어업인
어업인의 경우도 농업인에 비해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날로 오염되어 가는 강과 바다는 청정 수산물과 해산물을 공급하는 일을 무척 힘들게 합니다. 그러나 어부들이었던 예수님의 첫 제자들을 떠올리면서, 어업 활동이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강과 바다에서 창조의 신비와 직접 대면할 수 있고, 그 수확물을 거두는 신성한 일임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합니다. 따라서 신자 어업인도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강과 바다를 지키는 ‘청지기’로서 자부심을 갖고 일해야 할 것입니다.

  9 자영업
우리나라에서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15% 수준으로 매우 많습니다. 자영업자의 대부분이 영세하고 열악한 조건 속에서 생업을 이어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환경문제까지 신경 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생업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하느님을 섬기고 이웃에 봉사하는 사랑의 수단이므로, 신앙 행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영업자들이 창조 질서 회복을 염려하는 것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신앙적 의무이기도 합니다. 

3) 이웃 종교 
생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종교인들의 상호 협력도 중요합니다. 모든 종교를 관통하는 공통 관심사는 ‘생명의 가치’, ‘생명 존중 사상’ 그리고 ‘평화’입니다. 이런 가치들을 위해서는 같은 목표 아래 함께 모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종교 간의 차이를 뛰어넘어 서로 협력한다면 우리는 생태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한층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4) 타 교파와의 협력 
생태계 보호를 위해 교회 일치 차원에서 다른 전통의 그리스도인들과도 적극적으로 협력하여야 할 것입니다. 교구뿐만 아니라 지역과 본당 차원에서도 생태 문제는 갈라진 교회의 신자들과 연대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으므로 이런 기회를 적극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이런 계기를 통하여 한국 가톨릭 교회가 이웃과 세상을 향해 한층 개방적이고 대화하는 자세를 견지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5) 시민 단체와의 연대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에는 시민 단체의 적극적 참여가 필수적입니다. 교회는 시민 사회의 일원으로서 생태적 가치를 사회적으로 확산하는 데 직접 참여하거나 시민 단체의 환경 운동을 지원해 왔습니다. 적지 않은 가톨릭 신자들이 시민 단체의 환경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교회는 열정적으로 공동선을 위하여 봉사하고 있는 그들의 노력을 높이 평가합니다. 하느님의 모든 피조물이 인간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위하여 투신하는 그들을, 교회는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연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