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 강론

2020년 12월 31일 성탄팔일축제 제7일 목요일

등록일
2020-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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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미 예수님

 

오늘 너무나 익숙한 말씀,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라는 말씀을 묵상하며 예전 신학생 때, 어떤 청년과 함께 했던 게임이 떠오르며, 그것을 통해 임계점이라는 단어가 생각났습니다.

 

해보신 분들도, 아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청년들과 엠티를 갔을 때, 게임을 하면서 큰 잔에 맥주를 반 정도 따르고 난 뒤, 그 위에 소주잔을 띄어놓습니다. 그리고 그 빈 소주잔에 한 사람씩 소주를 조금씩 따르다, 소주잔을 가라앉게 한 사람이 그것을 마시게 되는 게임입니다.

 

그런데 가라앉게 되는 순간을 보면 많이 따랐을 때가 아니라 한 방울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작은 한 방울에 불과하지만 그 한 방울 때문에 잔이 가라앉아 버리는 것, 곧 임계점에 다다랐기 때문에 잔을 쏙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재미있는 게임과는 다른 위협적인 임계점의 모습이 우리에게 다가왔다는 경고가 들립니다. 우리가 이미 들어 알고 있는 지구 온난화가 바로 임계점에 다다랐다고 소리치고 있습니다.

 

아직 임계점이 다다르지 않았지만 앞으로 1.5도만 올라가면 돌이킬 수 없는 기후 재앙이 우리에게 닥칠 것이라고 하며 기후를 위해, 환경을 위해, 우리 자신을 위해, 그리고 하느님께서 보시기 참 좋게 창조하신 인류를 위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교황님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어쩌면 오늘 하루도 임계점과 같은 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오늘, 하루하루라는 물방울과 같은 시간이 2020년이라는 한 해를 뚫고 2021년이라는 새로운 해를 선물하려 한다고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좋은 의미에서의 임계점만이 아니라 부정적인, 위협적인, 피해야 하는 임계점 또한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그 임계점을 피하기 위해 우리의 탐욕과 이기심이라는 물방울을 멈추고 공동선과 연대를 다시 마음에 담고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므로 너무나 힘겨웠던 올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희망차게 기다리는 오늘, 그 희망 안에 공동선이라는, 연대라는 물방울을 채워 한 방울씩 성실히 떨굴 수 있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지금 당장 이뤄지지는 못하겠지만 우리 안에 담긴 희망의 물방울이 욕심과 이기심이라는 임계점을 뚫고 공동선으로, 연대로 나아갈 길을 분명히 마련해 줄 것을 믿으며, 그 길로 성실하게 나아가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