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 강론

2021년 1월 1일 천주의 성모마리아 대축일

등록일
2021-01-01
조회
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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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미 예수님

 

새해의 태양이 떠올랐습니다. 지난해 힘든 시간을 잘 버텨내온 우리 자신에게 작은 칭찬을 해주며 2021년이란 새로운 시간을 주신 하느님께서 이 새로운 시간을 은총으로 가득 채워주실 것이란 믿음으로 오늘 미사를 봉헌합니다.

 

2020, 우리만이 아니라 세계의 모든 이들이 혼돈과 두려움, 그리고 고립의 고통 속에 살았던 만큼, 2021년엔 활기와 희망, 그리고 연대와 조화를 주님께서 내려주실 것을 간절히 청합니다.

 

아울러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인 만큼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서도 새로운 한 해, 인류를 위해, 그리고 우리 가족과 우리 자신을 위해 전구해주시길 청합니다.

 

특별히 교회는 성탄 팔일 축제를 마무리하고,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을 기념하는 새 해의 첫 날을 세계 평화의 날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성모님을 통해 세상에 오신 이유가 바로 평화를 위한 것임을,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오늘 마음에 담고자 합니다.

 

수많은 분쟁과 다툼이 세계 곳곳에 늘 상존하고, 거기에 감염병까지 더해져 있고,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가 외면 받는 것을 넘어 짓밟히고 있기에, 새로 시작한 한 해, 주님께서 평화로 다시 오시길 기도하고, 이미 주신 평화를 함께 살아가자고 세상에 호소하는 날입니다.

 

그래서 교황님께서는 평화의 길인 돌봄의 문화라는 제목으로 세계 평화의 날 담화를 발표하셨습니다. 전문은 너무나 좋은 말씀이긴 하지만 조금 길기 때문에 보고 싶으신 분들께서는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시간에는 말씀 안에 담겨 있는 의미를 짧게 정리해서 전해드리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교황님께서는 코로나 19로 위기가 악화되고 큰 고통과 불안이 야기되고 있는 상황에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 그리고 일자리를 잃은 이들을 기억하신다고 말씀하십니다. 그와 함께 이 상황에서 노고를 아끼지 않는 의료종사자들과 봉사자들에게도 감사를 전하십니다.

 

하지만 이 위기 때문에 확산되는 국수주의, 인종주의, 외국인 혐오증, “심지어는 죽음과 파괴의 씨앗을 뿌리는 전쟁과 분쟁도 새롭게 기승을 부린다고 걱정하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돌봄의 문화는 오늘날 매우 만연해 있는 무관심과 버림과 대립의 문화에 맞서 싸우는 길이라 말씀하십니다.

 

그러면서 먼저 구약성경, 특히 창세기의 아담과 하와, 그리고 카인과 아벨을 언급하며 돌봄을 알려주십니다. 특히 창세기 4장의 카인과 아벨을 통해 돌봄을 설명하십니다.

 

아우 아벨을 죽인 다음, 카인은 하느님의 물음에 이렇게 대답합니다. ‘제가 아우를 지키는 사람입니까?‘(창세 4,9) , 물론입니다! 카인은 아우를 지키는 사람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징으로 가득 찬 이러한 오래된 이야기들은 이미 오늘날 우리가 공유하는 확신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곧 모든 것은 서로 관계를 맺고, 우리 자신의 삶과 자연과 맺은 관계를 올바로 돌보는 것은 형제애, 정의, 다른 이에 대한 충실함과 떼어 놓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어 교황님께서는 평화와 폭력은 공존할 수 없다고 말씀하시며 안식일 또한 피조물의 돌봄을 위한 것임을 밝히십니다. “안식일은 하느님 경배를 정하는 것 외에도, 사회 질서를 회복하고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을 되살리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창세 1,1-3; 레위 25,4 참조) 하셨음을 강조하십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직무는 하느님을 돌봄을 우리에게 또렷하게 보여주었다고 강조하십니다. 루카복음 4장에서 하신 첫 말씀을 통해 예수님의 사명이 가장 탁월하게 나타났고 그분께서 착한 목자(요한 10,11-18)이시며 착한 사마리아인(루카 10)이셨음을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사명의 정점에서 우리를 죄와 죽음의 종살이에서 해방시켜 주시고자 십자가 위에서 당신 자신을 내어주심으로써 우리에 대한 당신 돌봄을 결정적으로 증명해 주셨습니다.“

 

교회는 이러한 예수 그리스도의 사명을 이어받아 궁핍한 사람이 하나도 없도록 돌봄(사도 4)을 실천했다고 강조하십니다.

 

하지만 이후 돌봄의 너그러움이 교회 안에서 열정을 잃어 갈 때, 암브로시오 성인께서는 자연은 모든 사람이 공동으로 사용하도록 모든 것을 부어 주었습니다. …… 이처럼 자연은 모든 이를 위한 공동 권리를 만들어 주었지만 탐욕은 이를 소수를 위한 권리가 되게 해 버렸습니다.“라고 말씀하시며 주님의 돌봄으로 열기를 되살리자는 역설을 우리에게 전하십니다.

 

그러면서 돌봄의 문화를 위한 사회교리의 4가지 원칙, 곧 모든 인간의 존엄 증진,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과의 연대, 연대성 추구, 피조물 보호라는 원칙을 전하십니다.

 

그리고 이 원칙들은 공동항로로 함께 여정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 나침반이 될 것이며, 이 나침반은 돌봄의 문화를 촉진하는데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십니다.

 

저의 부족으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주옥같은 말씀이 다소 장황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새로이 주어진 2021년이라는 선물을 돌봄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교황님의 말씀을 여러분들께 전해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교황님의 담화문을 마무리하는 말씀을 여러분들과 나누겠습니다.

 

돌봄의 문화는 모든 이의 존엄과 선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하여 연대하고 참여하는 공동 투신입니다. 또한 관심을 보이고 주의를 기울이는 마음가짐, 연민과 화해와 치유의 마음가짐, 상호 존중과 환대의 마음가짐입니다. 이러한 돌봄의 문화는 평화 건설을 위한 특권적인 길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상처들을 치유하도록 이끄는 평화의 길들이 필요합니다. 독창적이고 담대하게 치유와 새로운 만남의 여정을 시작하고자 하는 평화의 장인들이 필요합니다.‘

 

위기의 폭풍우에 흔들리는 인류의 배가 그나마 조금 더 고요하고 잔잔한 항로를 찾으며 힘겹게 나아가고 있는 이 시기에, 인간 존엄을 배의 키로, 사회적 기본 원칙들을 나침반으로 삼으며, 우리는 안전한 공동 항로로 향해 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바다의 별이시고 희망의 어머니이신 동정 마리아를 계속 바라봅니다. 사랑과 평화, 형제애와 연대, 상호 지원과 환대의 새로운 전망을 향하여 전진할 수 있도록 다 함께 협력합시다. 다른 이들, 특히 가장 약한 사람들을 무시하게 만드는 유혹에 굴복하지 말고, 시선을 돌려 외면하는 데에 익숙해지지 맙시다. 반대로 서로를 받아들이고 돌보는 형제자매로 이루어진 공동체 형성을 위하여 날마다 구체적으로 노력해 나갑시다.“

 

2021년 새로운 한해, 교황님께서 말씀하신 뜻을 마음에 새기며, 비록 모자라고 나약한 사제에 불과한 저이지만, 우리 본당의 모든 분들을 위해 저의 작은 두 팔을 높이 들고 주님의 강복을 성실히 전하며 우리 본당 공동체를 성실히 돌보는 사제가 되겠다고 다짐합니다. 더불어 주님께서도 우리 공동체와 함께 해주실 것을 굳게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