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 강론

2021년 1월 3일 주님공현대축일

등록일
2021-01-03
조회
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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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미 예수님

 

주님이신 예수님께서 베들레헴이라는 시골 한 귀퉁이에 아무도 모르게 태어나셨다가 드디어 온 세상에 온전히 드러나게 되셨음을, 곧 이스라엘만이 아니라 온 누리의 주님으로 선포되었음을 기념하는 주님공현대축일입니다.

 

이날 교회는 멀리 동방에서 새로 반짝이는 별을 보고 그분을 향해 먼 길도 마다하지 않았던 세 박사를 전하며, 그들이 아기 예수님께 전했던 세 가지 선물, 황금과 유향, 그리고 몰약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합니다.

 

곧 황금을 통해 왕이신 분임을 기억하고, 유향을 통해 메시아이신 그분을 기념하며, 몰약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마음에 담고, 그러한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믿음을 북돋자고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날, 강론을 준비하기 위해 복음을 읽고 묵상하면서 이 말씀, “그때에 헤로데는 박사들을 몰래 불러 별이 나타난 시간을 정확히 알아내고서는, 그들을 베들레헴으로 보내면서 말하였다. ‘가서 그 아기에 관하여 잘 알아보시오. 그리고 그 아기를 찾거든 나에게 알려주시오, 나도 가서 경배하겠소.“라는 말씀에서 의문점이 생겼습니다.

 

알게 되었는데, 왜 먼저 가지 않았지? 그래서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새로운 인물을 왜 제거하지 않았지?‘라는 질문과 함께, ‘나 같으면 거짓으로 알려주었을 수도 있었을텐데, 왜 정확한 곳을 알려주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과 의문에 대한 답은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름대로 하느님을 믿기에 성경에 기록된 예언을 찾아보게 되었지만, 아닐 수도 있다는, 그냥 허구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다는 의심과 함께, 진짜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혼재되어 있었기에 동방박사들에게 그렇게 이야기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것은 겉과 속이 엇갈려버린 신앙을 드러내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 같았습니다. 하느님을 믿고 따른다고 하면서 자신에게만 온 신경을 쏟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분리되고 변질되어버린 이스라엘의 신앙을 아셨기에, 당신의 빛을, 곧 예수 그리스도를 동방박사를 통해 온 누리로 펼치셨다고 느껴집니다.

 

바로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께서 곧 다른 민족들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복음을 통하여, 공동 상속자가 되고 한 몸의 지체가 되며 약속의 공동 수혜자가 된다는 것입니다.“라는 말씀처럼 이스라엘의 분리되어 버린 신앙은 오히려 이방인이라고 하는 우리에게 은총이 확장되도록 이끌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다른 의미에서 우리를 향한 경고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우리가 분열된, 분리된, 괴리된 신앙을 살아간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상속자, 수혜자로서의 특권은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릴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새해를 이제 막 시작한 우리에게 2021년은 우리의 믿음과 우리의 생활이 분리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자고 이날을 통해 말씀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예루살렘아,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주님의 영광이 네 위에 떠올랐다. 자 보라, 어둠이 땅을 덮고, 암흑이 겨레를 덮으리라. 그러나 네 위에는 주님께서 떠오르시고, 그분의 영광이 네 위에 나타나리라.“라는 이사야 예언자의 말씀처럼 다시 우리 위에 떠오른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빛 안에서 믿음을 삶으로 드러내야 한다고 우리에게 큰 소리로 말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우리는 입으로 고백하는 신앙과 마음으로 고백하는 신앙을 일치시키면서 그 일치를 통해 맺어지는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주님께 봉헌하는 신앙인이 되면 좋겠습니다.

 

입으로 고백한 신앙이 생각 안에서 의심으로 올라오기도 하고, 마음속으로 굳게 고백한 신앙이 생활 속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부정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간격을 좁히는, 그 괴리를 없이하려는 노력을 성실히 이어가는, 저를 포함한 우리 본당의 모든 분들이 되시길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