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 강론

2021년 1월 12일 연중 제1주간 화요일

등록일
2021-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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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미 예수님

 

아이러니(Irony)‘라는 단어를 아시고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예상 밖의 결과가 빚은 모순이나 부조화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오늘 복음 말씀이 이런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수님과 함께 다녔던 제자들도 있었고, 그분께 환호하던 수많은 사람들도 있었는데, 공생활을 이제 막 시작하신 그분이 어떤 분인지를 너무나 분명히 알고, 그 사실을 처음으로 밝힌 존재는 더러운 영이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아이러니하다는, 곧 모순되는 것 같고 조화롭지 못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선을 알아듣지도 못하고, 선을 알아들을 의지도 없는 악이 예수님께서 어떤 분이신지를 대번에 알아보았다는 것은 나름 그분을 믿고 따른다고 하는 우리 자신을 조금은 초라하게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게 합니다.

 

하지만 묵상을 하면서 그분을 알아보는 능력이 아니라 그분을 따르는 삶이 더 위대한 삶이라는 것을 바라봅니다.

 

사도 바오로께서 코린토인들에게 보낸 첫째 편지 13장에서 모든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울리는 징에 불과하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그분을 알아볼 수 있는 신박한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그분을 따를, 그분의 계명을 실천할 의지가 없다면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오늘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그분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은 없지만, 게다가 너무나 작고 여리고 나약하고, 죄에 기울기 쉽지만 그분을 믿고 그분을 따르려고, 곧 그분께서 주신 사랑의 계명을 살아가려고 하는 우리를 주님께서 더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실 것이라 느껴집니다.

 

그러므로 주님께서 우리를 향해 건네시는 미소를 머금은 따뜻한 눈빛에 기대어, 조금 느리고 충분하진 못하겠지만 삶으로 성실히 신앙을 고백하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비록 그분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비범한 능력은 없지만 성모님께서 곰곰히 되새기시며 주님의 뜻을 온전히 읽고 그 뜻을 살아가셨듯이, 우리도 그런 삶을 지향하며 살아가는 신앙인이 되면 좋겠습니다.